'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갈등이 만연한 사회,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포용적·관용적 태도를 점점 찾기 힘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지난여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활동 중 같은 청년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다. 통일 담론에 대한 입장을 치열하게 주고받던 중 던져진 이 이야기에 한순간 숙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청년의 관점에서 다양한 토론과 회의, 숙의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 역시 이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 왔다. 언제부턴가 나와 다르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하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면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대화가 사라진 사회에는 갈등만 남는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정부 역시 국민의 갈등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출범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효율적인 정책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대통령 자문을 진행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면, 정부에서 통합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을 보내던 중 통합위에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 이미 종료된 네 차례의 토론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행사이자, 국민 대토론회를 바탕으로 이후 11월 대국민 결과 보고까지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에 나 역시 대토론회 현장을 직접 찾아 담당자와 참석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9월 29일, 통합위 중 세대·젠더 통합 정책을 담당하는 세대젠더통합정책과 주관으로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2026 세대·젠더 분야 현장형 국민대화'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4월부터 7월까지 중부, 전라, 경상, 수도권 등 4개 권역에서 청년이 나눈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는 자리로, 150여 명의 청년이 행사에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토론회가 열리지만, 이번 행사에 특히 기대가 높았던 것은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15개 부처의 '청년보좌역'이 행사에 함께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보좌역은 테이블 내 청년들의 의사를 조율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도우미(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조금 일찍 현장을 찾은 나는 세 개 부처의 청년보좌역을 직접 만나 이번 행사와 청년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Q. 청년보좌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국민도 계실 것 같습니다. 청년보좌역의 역할, 그리고 청년보좌역으로서 어떤 노력을 중점적으로 하고 계신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재정경제부 조영학 청년보좌역
청년보좌역은 청년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본적으로 '2030 청년자문단'을 운영하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경제성장의 온기가 청년들의 삶에 체감되는가를 생각하며 다양한 제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요소 중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 '다양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A. 교육부 진우성 청년보좌역
우선 청년보좌역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청년자문단의 운영과 장관의 정책 보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육부에 소속된 만큼 다양한 정책 중 유·초등교육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교육을 원활하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오늘 행사에는 청년의 요구를 현장에서 듣고 부처에 반영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A. 법무부 남창형 청년보좌역
앞서 두 분이 말씀하신 대로 기본적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전달·수렴하도록 하는 역할이 주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의 경우 최근 교제 폭력이나 스토킹 등 젠더 분야와 관련된 범죄가 늘고 있어 이를 두려워하는 청년도 많은 상황입니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적 보완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Q. 각자 목표와 기대를 안고 참석하신 것이 느껴집니다. 오늘 토론회의 핵심 주제는 '세대·젠더 분야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청년의 관점에서 세대·젠더 분야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시는지, 또 해소를 위해 청년보좌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조영학 청년보좌역
저는 세대 갈등 중 "왜 우리만 이렇게 힘들어?"라는 세대 차이로 파생된 갈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는 청년으로 학자금과 대출 등 다양한 빚을 지고 있기도 한데요. 청년 내에서도 자산 격차를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이라는 것이 바로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자유롭게 대화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소통해 나가야 갈등 해소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진우성 청년보좌역
기회 총량이 줄어듦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꽤 심각하다고 느낍니다. 결국 주변 청년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는 셈인데요. 비단 청년 세대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특정 세대나 성별을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협력'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토론회처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며, 이런 소통을 통해 갈등 해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A. 남창형 청년보좌역
결국 경쟁 의식으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체감이 결국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가는 경향도 꽤 많은데요. 저도 그렇지만 청년의 경우 일자리와 자산과 관련된 관심이 높은 만큼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갖고, 나아가 다양한 문제에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결국 갈등을 사라지게 하는 시작점이 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는 청년보좌역이 이번 행사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지, 또 청년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최대한의 노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관계 기관에 직접 연락해 청년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산하 기관에 방문해 위기 청년의 목소리까지 찾아 듣는 등 평소에도 사무실이 아닌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년의 목소리를 모으는 청년보좌역의 노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청년보좌역으로 앞으로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 물어보는 마지막 질문에 조영학 청년보좌역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답을 전했고, 진우성 청년보좌역은 "우리의 목소리가 100% 다 받아들여지진 않겠지만, 청년의 목소리를 장관을 비롯한 정책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만으로 활동을 이어갈 이유가 된다."라며 앞으로도 청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남창형 청년보좌역은 "내가 한 발 더 뛰면 청년의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진다."라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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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보좌역과 대화가 끝난 후 몇 분이 지나 오후 1시가 되자 예정된 본 행사가 시작됐다. 국민의례에 이어 통합위 세대젠더갈등해소 분과위원장의 개회사가 이어졌다. 이후 무대에 오른 통합위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어주십시오."라며 현장에 참여한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존에 내가 참여했던 토론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팀 빌딩이라는 과정을 통해 팀 리더를 뽑고, 설계자, 에디터, 리서처 등 모든 팀원이 각각 역할을 부여받아 주어진 과제의 현황과 진단, 트렌드를 조사해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일자리 6개, 자산 5개, 젠더 4개 등 총 15개의 테이블로 나뉘어 토론을 통해 정책 제안을 완성해 가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목적이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찬반 토론을 하던 기존 토론들에 비해 조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고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에서 기존 토론과 같은 치열한 토론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다.

각 테이블에 도우미로 참여한 청년보좌역들은 청년의 이야기를 개인 노트북에 적기도 하고, 인상적인 제안을 개인 메모장에 적기도 했다. 이날 이야기에서 나온 청년의 목소리가 토론회를 넘어 실제 정책 현장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던 것이었다.
치열하게 진행되는 토론장에서 잠시 나와 통합위 세대젠더갈등해소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기자 위원장을 만나 이번 행사와 분과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Q. 국민의 시선에선 다양한 위원회가 많다 보니 통합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합위는 어떤 곳인지, 또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세대젠더갈등해소 분과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통합위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살펴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세대젠더갈등해소 분과위원회는 특히 청년과 중장년 등의 세대 차이, 그리고 젠더 관련 갈등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살펴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관점에서 답을 정하기보다 다양한 세대와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오늘 현장에서 나온 의견도 일회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오늘 행사의 경우 청년이 핵심 주체가 되는 만큼 세대·젠더 갈등과 관련해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을 충분히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청년은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 등 다양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때로는 세대 간, 젠더 간 갈등으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갈등 해결의 시작은 누가 더 옳은지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토론회와 같은 자리 역시 청년들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도 경청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여러분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더 나은 공존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기자 위원장은 대화를 이어 나가며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경청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 역시 이 부분을 생각하고 토론회에 참가한 것인지 모르겠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토론자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제기한 다른 참가자의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다."라고 이야기했고, 또 다른 토론자는 "내가 생각했을 때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어쩌면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며 대화를 통한 집단지성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통합위 세대젠더통합정책과 역시 이번 대토론회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 나아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세대젠더통합정책과 담당자는 주제 선정부터 고민이 많았지만, 미래 세대로서 청년의 이슈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청년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청년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보고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도우미로 참여한 청년보좌역들에게도 대토론회가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행사 이후 진우성 청년보좌역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고민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았다고 이야기하며 "청년정책포럼 등 다수의 청년 단체와 일반 청년이 참여하는 행사를 이어 나가며 앞으로도 다수의 청년과 접점을 넓히고, 정책에 의견을 낼 기회가 적었던 청년의 목소리까지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학 청년보좌역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적극적인 소통과 AI 기술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하나의 완성된 정책 제안으로 합의를 이뤄낸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청년들의 목소리가 단순 의견 제시를 넘어 정책에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청년보좌역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하고 청년과 정책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창형 청년보좌역은 팀에서 정책 제안을 마무리하며 '이제는 피해자가 절차를 따라다니는 사회에서, 피해자를 위해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청년보좌역으로 단순히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를 넘어, 정부의 역할이 변화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역할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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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단순히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다른 청년의 이야기를 했고, 더 나은 정책을 완성해 제안했다. 청년보좌역은 회의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넘어 청년보좌역으로서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 고민했고, 행사를 주최한 세대젠더통합정책과는 갈등의 시작과 해결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다섯 차례 진행된 세대·젠더 관련 토론회는 이날 대토론회로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과제는 11월 '국민 보고회'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나 역시 청년이기에 이번 토론회를 조금 더 깊게 살펴봤던 것 같다. 공감하는 순간도,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해와 배려를 통해 갈등 해소가 시작된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세대와 젠더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도 어쩌면 찾아질지 모르겠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대화는 계속됐으면 좋겠다.
☞ (보도자료) 통합위, 청년 목소리 모아 일자리·자산·젠더 해법 찾는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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