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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궁중문화축전이 보여준 대한제국의 흥망

순종황제 승하 100주년 기념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展 덕수궁 덕홍전에서 개최(~10.11.)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에서 진행

2026.10.08 정책기자단 한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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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궐 행사는 궁중문화축전이다.

궁중문화축전은 서울의 4대 궁과 종묘에서 공연·전시·체험·역사 재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국가유산 축제다.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오는 10월 7일(수)부터 11일(일)까지 5일간 개최된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일원에서 각종 문화 행사와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봄에 열렸던 궁중문화축전이 가을에도 돌아왔다. (출처: 궁능유적본부)
지난봄에 열렸던 궁중문화축전이 가을에도 돌아왔다. (궁능유적본부)

각 4대 궁과 종묘에서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을 전부 돌아보며 스탬프 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으니, 직접 방문해 우리 궁궐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궁중문화축전 코스를 따라 스탬프 투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본인촬영)
궁중문화축전 코스를 따라 스탬프 투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본인 촬영)

올가을, 궁궐의 매력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고자 나 역시 덕수궁 궁중문화축전에 참여할 계획을 세웠다.

덕수궁의 행사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덕수궁 덕홍전에서 개최되는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특별전이다.

2026년은 순종황제 승하 100주년이다. 이를 맞이하여 덕수궁 덕홍전에서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특별전이 개최된다. (출처: 궁능유적본부)
2026년은 순종 황제 승하 100주년이다. 이를 맞이해 덕수궁 덕홍전에서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특별전이 개최된다. (궁능유적본부)

전시의 제목인 '광무' 그리고 '융희'는 각각 고종과 순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 재위하는 동안 사용한 연호다. 연호는 황제의 통치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연호란 말 그대로 '연도의 호칭'으로서 일 년 동안의 책력(冊曆)이란 뜻이다. 연호 속에는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지배자의 포부와 이상을 담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연호를 선포할 수 있는 존재는 동아시아권에서는 황제뿐이었다. 그러므로 대한제국의 시작과 함께 '광무'라는 연호가 함께 나타난 것이다. 

덕수궁 덕홍전 앞, 전시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본인촬영)
덕수궁 덕홍전 앞, 전시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본인 촬영)

이번 전시는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삶을 조명하고 우리나라 자주독립에 대한 노력을 알리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2026년이 순종 황제의 승하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와 더불어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전기수와 함께하는 덕수궁 역사 탐방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궁중문화축전도 즐기면서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0월 7일, 궁중문화축전의 개막일이 밝았다. 현장에는 외국인 및 어린이 관람객을 포함한 많은 방문객이 있었다. (본인촬영)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개막일이 밝았다. 현장에는 외국인 및 어린이 관람객을 포함한 많은 방문객이 있었다. (본인 촬영)

10월 7일,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개막날 방문한 덕수궁에는 축전에 참여하고 우리 궁궐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과 어린이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전시가 열리는 덕홍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순종 황제와의 환담'이었다. 마이크 버튼을 눌러 "순종 황제님"이라고 부르면 관람객의 음성에 반응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재현된 순종 황제의 응답을 들을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순종황제와의 환담'이었다. (본인촬영)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순종 황제와의 환담'이었다. (본인 촬영)

왕조의 미래, 어머니와 아들, 왕세자의 하루, 어머니를 잃은 날 등 열두 가지 주제 가운데 궁금한 것을 하나 선택하고, 화면에 뜬 질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순종 황제가 답을 들려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이 없는 관람객이라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질문은 '순정효황후'에 대한 것이었다. 분명 아는 내용인데도, 책으로 읽는 것과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본인 촬영)
내가 선택한 질문은 '순정효황후'에 대한 것이었다. 분명 아는 내용인데도, 책으로 읽는 것과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본인 촬영)

나도 마이크를 들고 "순종 황제님"하고 불렀다. 그러자 화면 속 순종 황제가 인자한 목소리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거라."라고 대답했다.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내가 궁금했던 주제는 '순정효황후'였다.

"순정효황후는 어떤 분이셨나요?"라고 묻자, "내 삶의 가장 어려운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었네. 1906년 삼간택을 거쳐 황태자비가 됐고, 이듬해 내가 황위에 오르면서 황후가 됐지."라고 대답하며 역사 속 이야기를 정말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친근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순종 황제의 목소리로 답을 들으니, 마치 내가 역사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묘해졌다.

전시장 한 켠에 걸린 '순정효황후 진영'. (본인촬영)
전시장 한쪽에 걸린 '순정효황후 진영' (본인 촬영)

1907년, 순종의 두 번째 황태자비로 오른 순정효황후 윤 씨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국모다. 전시장 한쪽에 자리한 '순정효황후 진영'을 통해 황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단 바탕 위에 천연 안료와 석채를 겹겹이 쌓아 비단 특유의 섬세한 결을 살린 작품이라고 한다. 정교하게 재현된 황원삼을 갖추어 입은 좌상에서 대한제국 황실의 품격이 느껴지는 듯했다.

전시장에는 고종부터 순종까지의 대한제국 역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본인촬영)
전시장에는 고종부터 순종까지의 대한제국 역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본인 촬영)

전시장 곳곳에는 고종 황제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한제국의 역사가 선명했다.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으로서 존속했던 여러 순간이 기록돼 있었다. 전시장을 거니는 내내 설명과 더불어 역사 속 한 장면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 설명을 읽는 관람객의 모습 (본인 촬영)
전시 설명을 읽는 관람객의 모습 (본인 촬영)

전시는 을미사변 이후, 고종이 환구단에서 황제로 즉위하고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선포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에서 벗어나 근대 국제사회의 주권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한 선언이었다.

'대한국은 세계 만국에 공인된 바 자주 독립한 제국(帝國)이니라'라는 대한국 국제(大韓國 國制) 제1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장이다.

어린이 관람객들이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에 대한 역사를 읽고 있다. (본인촬영)
어린이 관람객들이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에 대한 역사를 읽고 있다. (본인 촬영)

이번 전시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한제국 시기의 아픈 역사만을 알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면모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전시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제국의 선포 이후, 전통과 서양의 문화가 조금씩 융합되는 근대 국가로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대한제국 선포 뒤에는 중화전, 함녕전과 같은 전통 전각과 정관헌, 돈덕전과 같은 서양식 건축이 들어섰다고 한다.

새로운 근대 국가의 시작과 더불어서 새로운 황궁으로는 경운궁(현 덕수궁)이 선택됐다. 경운궁을 새 황궁으로 정비하고 확장한 이유는 여러 나라 공사관이 모여 있던 정동에 자리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동은 고종의 신변을 보호하기에 유리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 질서와 맞닿은 공간이었다. 

근대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다양한 노력을 순서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본인촬영)
근대 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다양한 노력을 순서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본인 촬영)

경운궁이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새롭게 지어진 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운궁은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임시 거처로 사용했던 궁이자, 인조가 즉위한 왕실의 공간으로서 역사를 지닌 공간이었다. 궁궐을 새롭게 정비하고 확장하는 것에도 근대 국가로서의 발돋움을 위한 의미와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자 노력했던 대한제국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세계 무대에서 대한제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1900년에 대한제국은 근대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증명하고자 파리의 만국박람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박람회장에는 경복궁 근정전을 본뜬 한국관이 세워졌고,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물품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의 사진이 창문 밖 풍경처럼 전시되어 있어, 역사 속 한 장면을 엿보는 것 같았다. (본인촬영)
당시의 사진이 창문 밖 풍경처럼 전시돼 있어, 역사 속 한 장면을 엿보는 것 같았다. (본인 촬영)

대한제국은 박람회 참가를 통해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럽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넓히고, 독립 국가로서의 중립적 위치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바람 앞의 등불과 다름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제사회에서의 독립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 설명을 읽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본인촬영)
전시 설명을 읽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본인 촬영)

전시의 시간대는 1905년으로 흐른다. 

전시에서는 을사늑약이라는 아픈 역사를 겪고 일본에 의해 강제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후 고종 황제의 갖은 노력을 당대의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고 각국에 친서와 밀사를 보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린 고종은 1907년 일본에 의해 퇴위를 강요받고, 결국 친일 내각에 의해 고종의 강제 퇴위와 순종의 즉위가 거행됐다.

바로 이곳, 내가 전시를 관람하러 방문한 덕수궁에서 순종이 황제로서의 즉위식을 치렀다고 한다. (본인촬영)
바로 이곳, 내가 전시를 관람하러 방문한 덕수궁에서 순종이 황제 즉위식을 치렀다고 한다. (본인 촬영)

순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서 즉위식을 치른 장소가 바로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특별전이 개최된 경운궁이다. 설명을 읽고 사진 속 순종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 전시를 보거나 관광을 위해 방문하던 우리 궁궐의 무게가 불현듯 체감됐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이루어져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함에 따라 순종은 황제에서 '창덕궁 이왕'으로 격하됐다. 이에 따라 순정효황후 윤 씨의 호칭 역시 이왕비가 됐다.

순종의 모습이 작은 장면 속에 압축되어 있다. (본인촬영)
순종의 모습이 작은 장면 속에 압축돼 있다. (본인 촬영)

1919년 고종의 승하를 계기로 벌어진 3·1 운동 한쪽에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닌 '이왕'으로 창덕궁에 머물던 순종이 있었다. 독립을 위한 열띤 움직임 가운데 얼마나 큰 무력감을 느꼈을지 마음이 아팠다.

전시는 순종이 죽음을 앞두고 조정구에게 남긴 유언인 '순종, 유조'로 마무리된다. 한 목숨을 겨우 보존하고, 일본의 강제 합병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순종의 유언이 담긴 '유조'의 모습. (본인촬영)
순종의 유언이 담긴 '유조'의 모습 (본인 촬영)

나에게는 줄글로 이루어진 기록을 읽을 때보다 생생한 글씨가 훨씬 강렬하게 와닿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이 과거 조상들의 힘겨운 노력 끝에 쟁취한 것임을 상기하게 됐다.

'여러분이여 노력하며 광복하라'라는 문구가 마음에 한참 동안 남았다.

특별전이 개최된 덕수궁 덕홍전의 모습. (본인촬영)
특별전이 개최된 덕수궁 덕홍전의 모습 (본인 촬영)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덕수궁 전체를 돌아봤다. 석조전에서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 줄지어 해설 안내를 청취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가을 햇살 아래 반짝였다.

어린이, 외국인, 가족 관람객까지. 수많은 관람객이 덕수궁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현장을 찾았다. (본인 촬영)
어린이, 외국인, 가족 관람객까지. 수많은 관람객이 덕수궁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현장을 찾았다. (본인 촬영)

덕수궁 석조전은 대한제국 시기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식 궁전이다.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궁전이면서도 대한제국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상징하는 궁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둘러보고 다시 덕수궁 석조전을 바라보니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근대 국가로서의 발돋움을 위해 노력했던 대한제국의 모습이 겹쳐 보여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식 궁전, 석조전. 석조전 내부를 관람하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으로 입구가 붐볐다. (본인촬영)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식 궁전, 덕수궁 석조전. 내부를 관람하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으로 입구가 붐볐다. (본인 촬영)

덕수궁 덕홍전의 '광무(光武)에서 융희(隆熙)까지' 전시와 더불어, 10월 9일부터는 덕수궁 준명당에서 '준명당 어린이학교' 예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학술 세미나와 더불어 길놀이 공연까지 풍성한 볼거리가 예정돼 있다.

궁중문화축전 기간인 10월 11일까지 4대궁, 종묘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본인촬영)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4대 궁, 종묘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본인 촬영)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즐길 수 있다.

가을의 아름다움에 물든 궁궐 속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알던 역사라도 우리 궁에서 보고 배우는 깊이감이 남다를 것이다.

☞ (보도자료) (국영문 동시배포) 가을빛 궁궐에서 만나는 특별한 시간 '궁중문화축전' (10.7.~10.11.)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 -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안내 바로 가기

한유민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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