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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신부 '마이'…고궁의 은행나무 아래 맺은 '부부의 연'

에스토니아의 신부 마이, '고결' 제1호 부부 됐다!
김혜경 여사가 전한 '축하 난'…국가유산청장과 주에스토니아대사관도 함께 자리해
발트해 동쪽, 핀란드 바로 아래에 있는 인구 137만 명의 '에스토니아' 수교 35주년
양국의 아름다운 동행에 마이부부도 함께 합니다!

2026.10.29 정책기자단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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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Estonia)를 아세요?

최초의 외국인 미스 춘향, 에스토니아 국적인 마이가 직접 쓴 결혼을 알리는 편지(김치귀신 마이 제공)
최초의 외국인 미스 춘향, 에스토니아 국적인 마이가 직접 쓴 결혼을 알리는 편지 (김치귀신 마이 제공)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2023년에 처음 알게 됐다.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스퀘어에서 모임을 하고, 1층에 있던 '에스토니아 비즈니스 허브' 전시관에 우연히 들어갔다. 전자 영주권(e-Residency)을 신청해 취득하면, 외국인도 디지털 신분증을 받아 현지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신기해했다.

서울스퀘어에 있는 '에스토니아 비즈니스 허브'(직접 촬영), 에스토니아 타넬 셉(Tanel Sepp) 대사님(김치귀신 마이 제공)
(좌) 서울스퀘어에 있는 '에스토니아 비즈니스 허브' 전시관 (본인 촬영), (우) 에스토니아 타넬 셉(Tanel Sepp) 대사님 (김치귀신 마이 제공)

올해는 에스토니아 수교 35주년이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건이 있다.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최초의 외국인 '미스 춘향'이면서 2026년에 시작된 '고결(고궁박물관에서 결혼해)' 제1호 부부가 된 유튜버 '김치귀신 마이' 씨와의 만남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은행나무 앞에서 결혼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에스토니아와 대한민국의 35년간 이어온 우정과 교류의 서사와도 닿으며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으로 기사의 내용을 이어간다.

<고결(고궁박물관에서 결혼해)> 제1호 부부가 된 마이(김치귀신 마이 제공)
고결 제1호 부부가 된 마이 (김치귀신 마이 제공)

그녀는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왔다. 한복을 입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김치귀신 마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32개국 40개 도시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다닌다. 

Q1. 에스토니아를 소개해 주세요.

A1. 에스토니아라고 하면 "어디?"라고 하시는 분이 아직 많아요. 발트해 동쪽, 핀란드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북유럽 나라예요. 

인구가 137만 명쯤이니까 서울의 7분의 1이고, 땅은 한국의 절반이 안 돼요. 국토의 절반이 숲이고 섬이 2000개가 넘어요. 세계에서 깨끗한 공기를 가진 나라로 손꼽혀요. 수도 탈린의 구시가지는 중세 모습이 그대로 남아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고요. 

저는 사람들한테 '노래하는 나라'라고 소개해요. 5년마다 수만 명이 한 무대에 올라가서 같이 노래하는 '라울루피두(Laulupidu)'라는 축제가 있는데 이것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에요. 1991년에 소련에서 독립할 때도 총 대신 노래로 저항해서 '노래하는 혁명'이라고 불러요. 

요즘은 디지털 강국으로 더 유명해요. 세계에서 제일 먼저 인터넷 투표를 했고, 모바일, PC로 총선을 치러요. 정부 일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보고, 외국인이 온라인으로 에스토니아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전자 영주권이라는 것도 있어요. 

여러분도 아실 만한 스카이프도 에스토니아 엔지니어들이 핵심 기술을 만들었고요. 공교육이 발달해서 OECD가 실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테스트에서 매번 한국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상위권을 다퉈요.

경복궁에서 찍은 마이 부부의 사진(김치귀신 마이 제공)
경복궁에서 찍은 마이 부부의 사진 (김치귀신 마이 제공)

한국과는 1991년 10월 수교해 올해가 35주년이에요. 결혼식에서 대사님이 "이 결혼으로 두 나라, 두 문화가 서로를 훨씬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딱 그거예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에스토니아랑 한국이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는 거예요. 큰 나라들 사이에서 힘들게 독립을 지킨 역사도 그렇고, 노래를 사랑하는 것도, 교육이랑 디지털에 진심인 것도요. 

한국 분들이 오시면 탈린 구시가지, 여름 백야, 숲이랑 습지를 걷는 산책로, 그리고 사우나는 꼭 해 보셨으면 해요. 에스토니아 사람들이 처음엔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데, 사우나에 같이 앉으면 금방 친해져요. 한국의 찜질방이랑 비슷해요. 

올해 9월엔 창단 100주년인 에스토니아 국립 교향악단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도 했고, 두 나라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게 느껴져요. 작지만 매력 있는 나라라는 걸 제 영상으로 계속 보여 드리고 싶어요.

고궁박물관에서 결혼해 제1호 커플 마이 부부(김치귀신 마이 제공)의 모습과 국가유산청의 고결 홍보 카드뉴스
(좌) 고결 제1호 커플 마이 부부(김치귀신 마이 제공)의 모습, (우) 국가유산청의 고결 홍보 카드뉴스

Q2. 국립고궁박물관 첫 야외 결혼식을 신청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A2. 남편 친구가 인스타그램에서 고결 사업을 보고 알려 줬어요. '일반인도 경복궁에서 결혼할 수 있대'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었어요. 

외국인은 다들 경복궁에 로망이 있거든요. 게다가 경복궁은 제가 처음 한복을 입은 곳이고, 남편이랑 첫 데이트를 한 곳이기도 해요. 예식 날짜가 때마침 제가 처음 경복궁에 갔던 2016년 10월 2일에서 딱 10년 되는 날이어서, 이건 운명이다 싶었죠. 

공모에 신청했는데 올해 28쌍 자리에 293쌍이 지원해서 경쟁률이 10대 1쯤 됐대요. 저희가 뽑혀서 28쌍 중 첫 번째로 식을 올렸어요. 청년들의 결혼 비용 부담을 덜고 국가유산을 일상에서 누리게 하자는 사업이라 예식 공간이랑 별관 피로연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세요.

예식은 양가 어머니가 나란히 은행나무 아래로 걸어 들어오면서 시작했어요. 저희가 직접 쓴 서약을 읽고, 한국식으로 맞절도 했고요. 궁 안에서는 촛불을 못 켜서 화촉점화 대신 두 가족이 함께 난에 물을 주는 '합수식'을 했어요. 두 집이 한 뿌리가 돼서 같이 키워 간다는 뜻이에요. 

엄마가 에스토니아어로 축사하면 사회자가 한국어 번역을 읽어 줬고, 축가는 제가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직접 불렀어요. 

한창 드라마에 빠져 살 때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처음 들은 노래인데, 남편이랑 제가 서로한테 보랏빛 향기처럼 남으면 좋겠다 싶어서 골랐어요. 

결혼식 음악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부터 '소다팝'까지 한국적이고 흥겨운 노래들로 채웠습니다. 의복은 서양식으로 입었습니다. 평소에 늘 한복만 입으니까, 이날만큼은 서양 사람인 제 모습이랑 한국 전통이 한 장면에 같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대신 에스토니아에서 온 가족들이 한복을 입었어요. 

조카들은 한복이 처음이라 아침에 입는 법을 배우고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난리였는데요.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여덟 살 조카 엘리엇은 용포를 입고 반지를 들고 들어오는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어요. 

국가유산에 마련된 예식 공간과 별관 피로연장을 무료로 대여한다(김치귀신 마이 제공)
국가유산에 마련된 예식 공간과 별관 피로연장을 무료로 대여한다. (김치귀신 마이 제공)

초대 하객은 100여 명이었는데, 한복 입은 관람객분들까지 같이 봐 주셨어요. 이번에 서양식으로 진행한 대신, 내년 여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하게 될 예식에서는 제가 화려한 대례복을 입을 거예요. 그땐 에스토니아 사람들한테 한국의 멋을 보여줄 차례니까요.

제일 예상 밖이었던 건 김혜경 여사님이 직접 오신 거예요. 결혼 전날 저녁에 연락받았어요. 

예식 전에 은행나무 아래로 오셔서 축하 난을 주시고 하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어머니가 물을 주신 난이 바로 그 난이에요. 

마이부부의 결혼식 본식사진(김치귀신 마이 제공)
마이 부부의 결혼식 본식사진 (김치귀신 마이 제공)

축사를 맡은 허민 국가유산청장님은 "사람의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라고 하셨고, 타넬 셉 에스토니아 대사님은 "이 결혼으로 에스토니아에는 한국 팬이, 한국에는 에스토니아 팬이 더 생겼으니 윈윈"이라고 하셨어요. 

웃긴 건, 에스토니아 결혼식은 낮에 시작해서 아침까지 가는데 한국 예식은 45분 만에 끝나니까 가족들이 "벌써 끝이야?"라고 한 거예요. 

왕실의 공간이던 궁이 보통 사람들한테 열렸고 그 첫 번째가 외국인인 저랑 한국인 남편이었다는 게, 저한테는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저희 자녀들도 이곳에서 부모님이 결혼했다는 의미 있는 장소로서 방문할 수 있고요.

저희를 보고 더 많은 분이 여기서 용기 내서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고궁 야외결혼식 모습(김치귀신 마이 제공)
고궁 야외 결혼식 모습 (김치귀신 마이 제공)

Q3. 고궁 야외 결혼식 경험자로서 '꿀팁' 3가지를 알려주세요.

A3. 저희가 해 보고 느낀 것을 적어봐요.

첫째, 운영은 '우리끼리 예식'이 아니라 '같이 즐기는 작은 축제'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 

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는 열린 공간이라 한복 입은 관람객분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보시거든요. 

부담으로 느끼면 힘들고, 축제라고 생각하면 그게 제일 큰 매력이 돼요. 사회자가 관람객분들께도 한 번 인사하게 하고요. 

둘째, 별관 피로연장까지의 거리가 꽤 되니까, 많은 사람이 길을 잘 몰랐어요. 확실하게 안내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써보세요. 안내 팻말을 든 진행요원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셋째, 야외 예식이라 틀에 맞춰진 대로 할 필요가 없어요. 순서든, 이벤트든, 다양하게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해서 야외 예식만의 장점, 나만의 결혼식의 장점을 살려보세요.

한복을 입은 마이의 모습(김치귀신 마이 제공)
한복을 입은 마이의 모습 (김치귀신 마이 제공)

Q4. 국경을 넘어 부부가 된 두 분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해 주세요.

A4. 저는 한국을 11년 전에 방탄소년단(BTS)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가수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는데 반 친구가 "마이클 잭슨처럼 춤추는 한국 가수들이 있다."라면서 알려줬거든요. 그 길로 한국 드라마, 예능에 빠져 살다가 2016년 10월 2일에 큰오빠를 따라 처음 한국에 왔어요. 그날 경복궁에서 한복을 처음 입어 봤는데,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아르바이트해서 돈 모아 몇 번을 더 왔고, 마지막으로 여행을 왔던 시기에는 고시원에서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버티면서 한국에 있었어요. 그러다가 3년 전에는 이사를 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완전히 이사를 왔어요.

남편은 2022년 말에 만났어요. 구독자가 1000명쯤일 때였는데, 인스타그램으로 '유튜브를 도와주고 싶다'라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서울의 한 카페에서 처음 봤고요. 그날 제가 하루 종일 영어 교육 봉사를 하고 아무것도 못 먹은 채로 갔는데 샌드위치를 사 주더라고요. 그때는 둘 다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 많이 힘들었는데요. 남편이 옆에서 다 도와줬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저를 남편한테 보내 주셨다고 생각해요. 에스토니아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정신없이 살 때도 늘 응원해 주던 사람이고, '진짜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에서 연인이 됐어요. 열 살 차이인데 신기하게 음력 생일이 같아요.

지금까지는 이방인인 제가 한국 문화를 남한테 '소개'해 왔다면, 이제는 한국 가족이 생겼으니까 한국 문화가 제 가족이 된 셈이에요. 앞으로는 우리 가족 얘기하듯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알리고 싶어요.

한복을 입은 마이의 어머니, 마이 부부의 결혼식 모습(김치귀신 마이 제공)
한복을 입은 마이의 어머니, 마이 부부의 결혼식 모습 (김치귀신 마이 제공)

Q5. 한복(韓服)에 관련된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A5. 제 첫 한복은 2016년 10월 2일 경복궁에서 빌려 입은 한복이에요. 거울 속 저를 보고 '한복은 누가 입어도 입은 사람을 예쁘게 만들어 준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한복이 제 유니폼이 됐어요. 한복을 입고 32개국 40개 도시를 다녔어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먼저 와서 "그 옷이 뭐예요?" 하고 물어봐요. 이처럼 한복이 대화를 열어 줘요. 

한국에서 열린 한복 모델 대회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상이랑 상금도 받아 전주시 한복 홍보대사로 위촉됐어요.

좋아하는 한복은 파스텔톤 한복과 당의에요. 화려하지만 단아한 매력을 뽐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결혼식 날 저는 아이보리 볼가운을 입었어요. 평소에 늘 한복만 입으니까, 이날만큼은 서양 사람인 제 모습이랑 한국 전통이 한 장면에 같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대신 에스토니아에서 온 가족이 전부 한복을 입었어요. 엄마, 언니, 큰오빠, 남동생, 조카들까지요. 조카들이 한복을 입고 참 좋아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양가 어머니께서 한복을 입고 나란히 난에 물을 주는 장면이에요. 말이 안 통하는 두 분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화분에 물을 주는 게 꼭 저희 결혼 같았어요. 

앞으로도 한복을 입고 두 나라를 서로한테 소개하고 연결하면서 지낼 예정입니다.

◆ 취재를 마치며

에스토니아와 함께 고결까지 다룰 수 있어 내용이 풍성해져 좋았다. 처음에는 '김치귀신'이라는 호칭이 낯설었다. '김치귀신 마이'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면 볼수록 한복과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김치귀신이라는 표현에 점점 스며들었다. 개인적으로 한복은 결혼식과 돌잔치 등의 행사 때 입고 한동안 입지 않았다. 경복궁에 가족들과 갔을 때 약간 부끄러운 마음에 아이들만 한복을 입혔었다. 나도 다시 한복을 꺼내서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토니아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는데 마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이가 알려준 '라울루피두' 합창을 검색해서 들으면서 기사를 마무리한다. 에스토니아 수교 35주년을 넘어 아름다운 부부와 함께 양국의 인연을 이어갈 모습이 기대된다.

한지혜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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