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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23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공식의견서를 제출했다. |
“국민적 합의”가 원리를 벗어났을 때, 정치는 여론을 추수하거나 여론을 동원하면서 무섭게 돌변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현상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은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를 무시하면서 선전과 선동을 통해 ‘국민’이라는 여론을 동원해서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권력을 극대화하여 급기야 전체주의의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적 합의”가 올바로 작동되는 조건은 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1. “선거에서 충청도의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대논거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야 모두 “충청도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었기 때문에 정략적이고 당리당략적이었다고 규정하고, “국가적 대사를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의제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득표와 약속의 관계를 통해 권력에의 동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선거의 핵심이다.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반대로 이 공약이 얼마나 위험한 공약인지를 알아야 한다.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은 충청권의 표는 얻을 수 있지만 수도권의 표는 잃을 수 있다. 이 함수관계 속에서 수도이전에 관한 공약은 과연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것이었을까? 적어도 이를 공약의 전면에 제시한 것은 그 후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 혹은 정책개발을 하는 참모들의 정책적 소신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아닌가? 이 공약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재미좀봤다”는 표현을 했다. 이는 결과적인 것에 대한 표현이다.
어느 정당이나 선거에서 득표해서 승리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약을 제시한다. 지난 4.15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충청권 공약에서 “수도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권자는 이를 신뢰해서 한나라당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야 지역공약이 타지역의 시기로 인해 표를 상실하는 함수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야 그런 것을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다. “수도이전” 공약으로 4.15총선에서 “재미를 본” 정당은 한나라당이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은 “악”의 행위가 아니다. 이는 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가 허용하는 “선”의 행위이다. 다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건설의 경우, 1971년 김대중 대통령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1977년 박정희 전대통령도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고, 1987년 전두환 전대통령 역시 대전 행정중심도시 육성대책을 제시했다. 국가적으로 보면 신행정수도건설에 대해서는 30년 이상의 논의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졸속 결정이라 말하는 것은 신행정수도건설에 관한 지난 30년간의 논의와 연구가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된다. 그 무의미성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우리 자체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여 년간의 모든 논의와 연구를 “사(私)”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를 하는 이유는 공약에 대해 동의를 도출하고, 국민으로부터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delegation)받는 과정이다. 이것이 대의제민주주의 기본원리 중 하나이다. 이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이 기본원리에 대한 대안적 원리가 민주적인 것임을 먼저 입증해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지지자 모두가 신행정수도건설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는 논리에 대해
사실 이 논리가 정치학자 출신의 한 국회의원에 의해서 제기되었다는 데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 논리의 실체는 이렇다.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49% 였습니다.... 지지자 중 모두가 수도이전을 찬성한 것도 아닐테니....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데요....” 엄밀하게 말해서 이 논리대로라면,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대표가 정치적, 정책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투표율, 득표율을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논의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의 실정법 상 대의제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헌법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 중, 어느 누구도 단 하나만의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는 없다. 어떤 공약은 합의한 것이고, 어떤 공약은 합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의적 논리이며, 대의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난 논리이다.
미국의 2000년 대선을 살펴보자. 득표율에서는 민주당의 엘고어가 이겼다. 그러나 선거인단 수에서는 공화당의 부시가 이겼다. 그리고 원칙에 따라 공화당의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 후 자신의 중요한 공약인 감세정책에 서명했다. 그뿐인가? 전쟁도 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말할 것인가? 미국은 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자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른 사례들은 과연 자신들이 말하는 반대의 논리에 합당한가? 서울시장은 투표율48.8%, 득표율52.3%로 청계천복원과 대중교통체계를 전면개편 했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정치적 반대논리 대로라면 시민의 동의는 어디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은가? 6.5재보궐선거는 투표율 28.2%임에도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을 해서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을 아무 저항 없이 추진하고 있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정치적 반대논리 대로라면, 어떤 정책이건 국민투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는 동의와 위임을 도출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중요한 정치적 과정이다. 이를 가리켜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의 원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다음 선거에서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이것을 책임성의 원리라고 말한다. 선출된 대표들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정넷포터 박동진 phil123@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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