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년 일자리, 과연 지역을 떠나는 게 답이 아니라 지역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편집자 주)
지난해 7월 행안부는 향후 4년간 7만개 이상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이 사업은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일자리 사업을 직접 기획·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국비를 지원하는데, 성격에 따라 지역정착지원형과 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 민간취업연계형 등 세가지로 나뉜다.
이중 제1유형인 지역정착지원형은 젊은 일손이 부족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농어업법인, 중소기업 등 지역 기반의 법인 및 단체에 일자리를 희망하는 청년을 이어주는 사업이다.
그리고 전라남도 순천시는 제1유형 사업인 ‘청년 작은거인 더 드림(The Dream) 프로젝트(이하 ‘더 드림 프로젝트’)’로 지역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소상공인과 청년을 연결해 지역인재의 역외유출 방지와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 결과 일자리 매칭 100% 달성과 함께 기존 직원의 정규직을 주도하며 제1유형 사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
지난해 10월 순천시에서 열린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지원 사업의 참여사업장 대상 사업지침 설명 및 간담회. (사진=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그동안 청년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사업은 일반적으로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진행되면서 지역사정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명칭 그대로 지역이 주도해 청년일자리사업을 발굴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택해 지역에 자율적인 권한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대기업이 없어 2차 산업이 빈약한 제조업을 보완하고자, 대다수 관광 서비스 및 유통 등에 종사하는 중소상인을 고려한 나름의 최적화된 자체 지침을 발빠르게 마련해 사업을 추진했다.
순천시에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신현욱 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본부장은 “그동안의 일자리 사업은 정부의 지침에 맞추느라 지역의 상황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는 15장 내외의 최소한 규정만 전달받아 자체적으로 100장 이상의 지침을 만들어 지역 여건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이는 당시 순천시청에서 근무하던 장동순 주무관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신 본부장의 말대로 순천시와 장동순 주무관은 지난해 7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가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순천시 청년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구상해 기본 계획을 마련 중이었다.
또 지난해 민선 7기 시장으로 취임한 허석 순천시장은 순천시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공약사업을 논의하던 차에 행안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이 발표되면서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결과 순천시는 정부의 사업 발표 한달 후인 8월에 200%가 넘는 사업장과 청년의 지원을 마감했고, 9월에 2차 모집을 진행해 3개월만에 100%의 매칭 결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해만 총 45개 사업장에 80명 청년일자리를 마련했고, 올해는 신규로 50명을 추가 모집해 5월 현재 130명의 청년활동가가 근무 중이다.
|
지난해 12월 24일 허석 순천시장(오른쪽 네번째)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로 우수 일자리를 마련한 사업장과 청년활동가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사진=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순천시의 더 드림 프로젝트는 자체 운영지침에서 사업장은 10인 미만에서 5인 미만의 소상공인으로, 청년은 근무 개시 후 1개월 이내 필히 순천으로 전입한다는 조건하에 대상을 전국으로 넓혔다.
덕분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사업주와 청년들의 높은 관심과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순천시는 여타 지역처럼 청년을 고용한 사업장에 청년 1인당 최소 임금(월 200만원)의 90%를 2년간 지원하지만, 4대 보험료는 고용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라고 여기고 이를 제외시켰다.
대신 ‘멘토 수당’을 만들어 사업주가 매월 작성하는 멘토 일지를 검토해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단순히 사업주가 청년을 고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멘토 일지를 통해 이들에게 어떤 직무를 알려주고 도움 주는지 관리하고 파악하고자 했다”며 “어찌보면 센터의 업무가 하나 더 늘어난 격이지만 청년의 자립을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바로 이런 점이 순천시와 타 지역의 차별점일텐데, 우리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하나를 마련해준다기보다는 최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경력을 갖게 해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단순노무 사업장은 선정에서 배제키시는데, 가령 커피숍의 경우 서빙이 아닌 바리스타 자격증을 지원해야만 가능하다. 즉, 청년들에게 직무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전문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편 사업에 선정된 청년들에게는 현장 실무 중심의 사전교육으로 사업장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의 진로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고 미션 수행을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매월 청년과의 간담회를 진행해 자치단체와 수행기관, 사업장과의 소통과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특강과 포럼으로 참여사업의 발전 방향과 애로사항에 대한 문제점 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지역여건상 유명 인사의 특강이 쉽지 않은데, 지난해 초청한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교수의 강의는 특히 호응도가 높았다고 한다.
|
지난 14일 순천시는 ‘2019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따른 청년활동가 미니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물론 사업초기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지는 않았는데, 신규 근로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게되면서 기존 근무자와의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사업주가 기존에 근무하는 청년의 급여를 올려주면 사업연장 평가나 신규 사업 추진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약속하며 설득했고, 사업주의 호응을 얻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기존 근로자의 정규직까지 협의하면서 30여곳의 사업장과 정규직 관련 업무협약을 맺게 되는 등 전화위복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신 본부장은 “순천시의 노동 고령화가 심각한 현실에서, 청년들만큼 소상공인도 이번 사업에 간절한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그 동안 순천시 청년들이 수도권에 비해 구직 열정이 낮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약한 취업 도피자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만나보니 꼭 그들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역 여건과 환경 등 총체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일자리에 목말라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사업이 끝나면 미련없이 퇴사하겠다는 청년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경력도 쌓고 취업의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면서 “이 경험을 계기로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가구업에 종사하는 어느 소상공인은 이번 사업으로 고용한 청년에 만족해하며 자신의 사업을 물려줄 생각까지 있다고 한다.
|
지난해 8월 진행한 더 드림 프로젝트 소상공인 및 청년활동가 채용 합동면접. (사진=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더 드림 프로젝트는 2년 지원 후 1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기간이 정해진 사업이다.
때문에 순천시는 사업 종료 후에도 청년들에게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고자 일자리 사업에 따른 전수조사와 사업장과의 컨설팅 등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은 CS 개선과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등을 지원받게 되고, 컨설턴트로부터 피드백을 받게되는 청년들은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신 본부장은 “아마 다른 사업에 이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았다면 이와 같은 효과나 반응을 얻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지역에 많은 권한을 준 덕분에 청년들과 소상공인에 확실한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던 청년들이 더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감과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며 “오랜시간 미취업이었던 이들에게 2년의 경력이 생긴다는 건 ‘강력한 장비’를 하나 착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업장이나 청년 일자리 수 등 정량적인 목표는 큰 의미가 없다”며 “그보다는 청년과 사업장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원계획을 마련해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