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번 국도의 끝은 강원도 양양이다. 44번 국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인제군 북면과 양양군 오색리를 잇는 한계령이다. 한계령은 남설악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남설악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남쪽으로 대승령, 귀때기청봉,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 능선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한계령을 넘어 동해를 바라고 하염없이 내려가다 보면 남설악 최고의 단풍 명소인 흘림골과 주전골을 만난다. 올 가을도 아름다운 단풍이 펼쳐질 주전골과 흘림골을 찾아본다. |
흘림골과 주전골을 만나는 방법 |
흘림골과 주전골은 한계령휴게소와 오색약수터를 잇는 깊은 골짜기다. 설악산 서북 능선의 남쪽이자 곰배령으로 잘 알려진 점봉산 북쪽에 자리 잡은 계곡이다. 흘림골과 주전골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흘림골에서 등선대와 용소폭포를 거쳐 주전골까지 완주하는 코스는 총 6.6킬로미터로 네다섯 시간 정도 소요된다. 흘림골 입구에서 등선대까지는 오르막길, 등선대에서 용소폭포까지는 내리막길, 용소폭포에서 오색약수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흘림골과 주전골을 동시에 즐기는 완주 코스가 제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흘림골과 주전골을 따로 가도 된다. 흘림골은 흘림골 공원지킴터에서 등선대까지 왕복 2.4킬로미터로 약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주전골은 오색약수터에서 용소폭포까지 왕복 6.4킬로미터로 약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두 골짜기 코스가 두 배가 넘는 거리 차이에도 시간이 비슷하게 소요되는 것은, 흘림골은 등선대까지 오르막인 반면 주전골은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걷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양양에서 원통(인제)을 잇는 시외버스가 한계령 정상과 오색약수 두 곳에 정차하기 때문에 흘림골을 오르려면 한계령휴게소에 내려 약 3.5킬로미터를 걸어 내려와야 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흘림골을 오를 때 흘림골 입구 주변으로 일부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단풍 시기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몰려 이른 새벽부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가급적이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또한 흘림골이든 주전골이든 왕복하지 않을 경우 다시 돌아와야 한다. 흘림골과 주전골은 도로를 따라 5.3킬로미터, 흘림골에서 용소폭포까지는 2.3킬로미터, 용소폭포에서 주전골 입구인 오색약수까지 3킬로미터 정도다. 등산 뒤에 다시 걸어야 하는 거리치고는 만만치 않다.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제법 든다. 흘림골과 주전골의 단풍 절정 시기는, 흘림골이 10월 중순부터 시작해 주전골은 10월 하순까지 단풍의 향연이 펼쳐진다. |
흘림골의 아름다운 전망대, 등선대를 오르다 |
강원도 인제에서 나란히 달리던 44, 46번 국도는 한계삼거리에 이르러 작별을 하고, 46번 국도는 고성과 속초로, 44번 국도는 바로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이어진다. 힘겹게 오르던 한계령 정상까지도 잠시 아찔한 내리막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몇 굽이를 돌아 내려가다 보면 흘림골의 들머리인 흘림5교에 이른다. 한계령 7부 능선으로 높은 지대지만 흘림골의 비경은 한 차례 한없이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이 깊으면 안개가 잦은 법. 흘림골은 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자연휴식년제로 묶인 지 20년 만에 지난 2004년에 개방됐다. 하지만 개방도 잠시, 2년여 만에 큰 재앙이 닥쳤다. 2006년 7월에 시간당 12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사흘 동안이나 쏟아졌다. 이 폭우로 한계령을 넘나드는 도로가 유실되고,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떨어지면서 도로를 가로막았다. 수해가 일어난 지도 벌써 8년. 옛 모습을 많이 되찾긴 했지만, 군데군데 수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흘림골은 등선대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여심폭포까지는 그런대로 쉽게 오르지만, 여심폭포부터 등선대 입구까지 300미터에 이르는 구간은 깔딱고개라 부를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여심폭포는 높은 기암절벽을 타고 2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다. 한때 폭포수를 떠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알려지면서 신혼부부가 많이 찾던 명소이기도 했다. 등선대까지 오르는 길은 30~40분이 꼬박 걸릴 정도로 힘겹다. 쉬다 가다를 반복하다 보면 등선대 입구에 이른다. 이제 신선이 날아올랐다는 등선대로 올라보자. 등선대 암봉으로 이어지는 철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전망대다. 기암절벽으로 무장한 칠형제봉이 나란하고, 북쪽으로는 설악산 서북 능선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마치 하늘을 떠받치는 기골장대한 헤라클레스를 닮았다. 그 아래로 한계령휴게소와 골짜기 사이로 숨어드는 44번 국도도 내려다보인다. 등선대 아래로는 송곳처럼 뾰족한 암봉들이 날을 세우고, 암봉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이 그 풍경에 무게를 더한다. 등선대에서 펼쳐지는 설악산의 장관과 단풍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
남녀노소 걷기 좋은 길, 주전골을 걷다 |
주전골은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오색약수에서 용소폭포까지 3.2킬로미터에 이르는 탐방로는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져 있고,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데크 길이다. 주전골 트레킹은 탐방지원센터에서 약수교 건너 오색약수를 먼저 맛볼 일이다.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쌉싸래한 맛이 독특하다. 오색약수는 1500년경 성국사의 승려가 발견한 약수로, 지난 2006년 집중호우 때 유실되었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약수가 솟아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홍천 삼봉약수, 인제 개인약수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오색약수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주전골 탐방로가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3.5킬로미터 구간에 데크가 이어져 있고, 주전골의 자연과 생태, 주전골의 명소 등을 소개하는 22개의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남아 있다. 걷기 시작한 지 20분이 채 안 돼 성국사에 이른다. 성국사는 오색약수라는 이름을 짓게 한 오색석사다. 다섯 가지 빛깔의 꽃이 피어나는 나무는 없지만, 신라 시대의 삼층석탑과 돌사자, 돌계단이 되어버린 옛 석물 등 옛 사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탐방로는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은 계곡과 울울한 숲길을 오가며 이어진다. 계곡 좌우로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병풍처럼 이어져 있는데, 마치 계곡이 오랜 세월 동안 거친 암반을 깎아내며 물이 흘러내린 듯 계곡 암반과 기암절벽이 이어진 모습이 독특하다. 거대한 암석이 차례차례 포개지며 그 사이로 물줄기를 쏟아내는 풍경도 압권이다. 계곡 사이로 우뚝 솟은 독주암, 넓은 소를 이루는 선녀탕 등 주전골의 비경이 차례로 이어진다. 흘림골로 가는 삼거리에 이르면 용소폭포는 지척이다. 용소폭포는 주전골 탐방로의 대미를 장식한다. 하얀 계곡물이 붉은빛을 띠는 부드러운 암반 사이로 미끄러지듯 떨어진다. 주전골 트레킹은 용소폭포에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오는 내내 뒤돌아보지 않았다면 오색약수로 가는 길에 또 다른 선경을 만난다. |
여행정보주전골, 흘림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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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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