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가로림만의 드넓은 갯벌을 끼고 있는 중리어촌체험마을에 싱싱한 봄이 내려앉았다. 중리포구 앞바다에 차진 갯벌이 민낯을 드러낼 때면, 바지락을 캐러 나온 주민들과 아이 손을 잡고 온 체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황금어장 속 보물찾기부터 만들기 체험, 늘봄평야를 품은 마을 산책과 서산창작예술촌 탐방까지. 팔방미인 체험마을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보자. |
찾아라! 가로림만 갯벌 속에 숨은 보물 |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이 감싸고 있는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다. ‘숲에 이슬을 더해주는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청정해역인 이곳에는 싱싱한 수산물이 사시사철 화수분처럼 샘솟는다. 서산시 지곡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은 가을이면 갯마을 뻘낙지 먹물축제로, 겨울에는 감태 뜯기 체험으로 유명하다. 3~5월이면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바지락이 길손을 기다린다. 풍부한 수산 자원과 체험거리,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 덕에 2014년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체험 시간은 물때에 따라 매일 바뀌니 미리 문의하고 가야 한다. 보름과 그믐을 전후해 물때가 좋은 날에 찾는다면 갯벌 체험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물때에 맞춰 도착한 중리어촌체험마을 매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장화를 갈아 신은 체험객들로 북적거렸다. 그물망과 호미를 받아 든 아이들이 전동카트에 오르자마자 신이 났다. 전동카트를 타고 도착한 곳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 중리포구.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아이들은 고사리손에 호미를 쥐고 바지락 캐기 삼매경에 빠져든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닥을 골라 호미로 긁어내면 바지락이 한 움큼씩 쏟아져 나온다. 바지락이 진흙 밖으로 드러날 때마다 강중강중 뛰는 아이들 모습이 앙증맞다. 알이 작은 바지락은 살려 보내고 굵은 것만 골라 망에 담는데, 이맘때의 바지락은 겉으로 작아 보여도 속이 꽉 차 맛있다. 한 망에 가득 채운 바지락은 2~3kg 정도. 체험 소요 시간을 따로 정해놓진 않지만 두어 시간이 지나면 갯벌에 금세 물이 찬다. 체험비는 도구를 포함해 1인당 1만 원으로 현장에서 접수 가능하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찾는다면 선상 낚시에 도전해도 좋겠다. 우럭, 노래미, 광어 등이 주로 잡힌다. 얕은 물에 들어가 망둥이, 숭어, 게, 새우 등을 잡을 수 있는 쪽대그물 체험은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6월부터 가능하다. 5월 중순 이후에는 낙지 잡기 체험이 가족 여행객을 기다린다. 전통 원시어업 방식인 죽방렴을 20m 길이로 설치해, 갯벌에서 뒹굴며 낙지를 잡을 수 있다. |
달콤 쌉싸래한 감태초콜릿 만들기 |
바지락을 실컷 캔 뒤에는 마을 안에 있는 어민행복관에 들러보자. 1층 음식체험관에 조리 도구와 식기류를 갖춰 놓았다. 갓 건져 올린 싱싱한 바지락을 깨끗하게 씻어 바지락 칼국수나 바지락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채소와 면을 미리 준비해 오면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요리도 하며 더욱 풍성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어민행복관에서는 감태초콜릿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감태는 서산 가로림만의 한정된 지역에서 12월부터 4월까지만 나는 귀한 해초다. 채취 작업이 까다로운 데다 일일이 씻어서 말리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값도 귀하게 친다. 매생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향이 더욱 짙고 효능이 뛰어나 ‘바다의 산나물‘이라 불린다. 감태 뜯기 체험을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은 감태초콜릿 만들기로 달래보자.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이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다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을 따로 녹여 감태가루를 섞고 틀에 부은 뒤 냉장고에 30분 동안 굳히면 끝.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초콜릿 맛 뒤로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감태 향이 따라온다. 완성된 초콜릿은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체험비는 재료비를 포함해 1만 원이다. 초콜릿 외에 감태강정 만들기, 감태양갱 만들기 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
신몽유도원을 걷다, 서산창작예술촌과 중왕리 마을 |
체험마을 입구를 지나 왼쪽 언덕길을 따라 가면 서산창작예술촌에 닿는다. 중리어촌체험마을의 때 묻지 않은 경관은 예술촌을 지나 중왕리로 이어진다. 가로림만의 광활한 풍경 뒤에 푸근한 마을길이 숨은 듯 자리한다. 전형적인 어촌의 느낌보다 산골 마을에 가까워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기 좋다. 산책의 출발점은 서산창작예술촌이다. 문 닫은 부성초등학교 중왕분교를 리모델링해 2009년 작은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시몽 황석봉 현대서예관’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였지만 서예 외에도 매달 다양한 미술 전시가 열린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접시와 머그잔에 그림 그리기 체험도 진행한다. 도자기펜으로 그린 그림은 가마에 구워 바로 가져갈 수 있다. 미술관 입장료와 체험비 모두 무료이며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솟대와 돛단배가 놓인 미술관 앞마당도 볼거리다. 앞뜰 전망대에 서면 늘봄평야와 중왕리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철새 서식지이기도 한 늘봄평야는 ‘늘 본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만큼 사계절 내내 풍경이 다채롭다. |
전망대 계단을 따라 중왕리 마을 산책에 나서보자. 중왕리는 140가구가 오밀조밀 모여 사는 소담한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신몽유도원을 걷다’라는 콘셉트로 벽화와 설치 작품이 이어진다. 중왕리가 위치한 서산 지곡면은 <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 전기 화가 안견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몽유도원도>가 안평대군의 꿈 속 이상향이었다면, 가로림만을 낀 지곡면 곳곳의 풍경은 안견의 화풍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서산창작예술촌부터 중왕1리 마을회관까지 걷다 보면 재치 넘치는 풍속화와 아기자기한 벽화, 지금도 운영 중인 낡은 정미소, 농기구 창고 등을 만나게 된다. 연분홍색 꽃잔디가 수놓인 길, 마을 안내판의 사각 프레임에 잡히는 소소한 풍경들이 걷는 맛을 더한다. 길 정비가 끝나면 6월 중에 중리어촌체험마을에서 전동카트를 타고 마을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
여행정보
서산창작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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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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