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명 철(咸 明 澈) <외무부 국제연합국 국장>
5월19일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아주그룹회의는 지난 1년간 경합을 해오던 스리랑카가 사죄를 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96~97년 임기 아주지역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한국을 단일후보로 추천하게 됐다. 이로써 이변이 없는 한을 가을 제50차 유엔총회에서 실시될 선거에서 한국이 안보리이사국으로 피선될 것으로 보인다.
91년 유엔가입 이후 우리의 대(對)유엔외교는 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문민정부는 ‘신외교’의 가치하에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제고를 주요 외교목표로 설정하고, 제반 유엔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국제평화와 안정유지 분야에서는 93년 소말리아 서부사하라, 캐시미르 및 그루지아 평화유지활동과 유엔평화유지 상비체제(Stand-by Arrangements)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캄보디아, 모잠비크 유엔 선거감시단 참여 등 개도국 민주화를 위한 활동과 유엔의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기여도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활동 결과로 짧은 기간에 유엔에서 중견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은 유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참여기반을 다지기 위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하였다. 93년 9월 당시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이 UN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안보리 진출의사를 밝힌데 이어 94년 3월 유엔에 한국의 안보리 입후보결정을 정식통보하기에 이른다.
정부는 이후 정상회교, 외무장관 등 고위인사교류, 각국 주재공관, 유엔대표부 등 모든 채널과 계기를 최대로 활용한 총력 교섭에 들어갔다. 그 결과 95년초에는 우리 입후보 지지국이 1백여개국을 넘어섰다.
한국과 스리랑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유엔에서는 스리랑카의 사퇴 종용과 한국에 대한 아주그룹 추천문제가 본격 논의돼, 결국 5월19일 아주그룹 국가들은 한국을 단일후보로 추천하였다.
하지만 아주그룹국가들로부터 아주그룹을 대표할 단일후보로 공식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유엔안보리 진출을 위해서는 금년 가을 제50차 총회에서 실시될 선거에서 투표국의 3분의 2이상(유엔회원국 1백85개국 중 약 1백30개국)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아주그룹 추천 획득이라는 유리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 전 유엔회원국을 대상으로 지지교섭을 지속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안보리이사국으로의 진출로한국이 외교무대에 어떤 역할과 영향력행사가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최근 안보리의 역할강화 추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탈냉전 이후 유엔의 역할강화 추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안보리의 위상회복을 들 수 있다. 즉 과거 동서냉전시대 미·소간 거부권 행사로 인한 대립분위기에서 벗어난 안보리는 명실공히 국제평화와 안전의 수호자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아도45~89년 주요 국제분쟁해결을 위한 안보리 결의 총수는 6백46건에 불과했으나 90~94년 채택된 결의는 3백23개에 이르고 있다. 유엔헌장의 핵심은 헌정 제7장의 강제조치로 이라크, 리비아, 아이티 사태 등 국제분쟁에서 보듯이 수시 발동되고 있다.
안보리의 역할강화 추세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활성화에서도 확인된다.
최근의 PKO는 전통적인 휴전감시기능 외에도 선거감시, 난민송환, 과도행정 관리 등 비군사적 분야까지 확대되고 방다. 48~87년 총 13개 PKO가 설치된 것에 비해 88~94년 총 18개 PKO가 설치됐고, 95년5월 현재 17개 70여개국 7만5천여명이 참여, 양적인 면에서도 크게 성장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Pax UN분위기는 92년 1월 사상 최초로 소집된 안보리 정상회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 정상회담 결의에 따라 92년 6월 제출된 사무총장 보고서 ‘평화를 위한 과제(An Angenda for Peace)’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 평화조성 (Peace-making), 평화유지(Peace-keeping)및 평화구축(Peace-building)등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강화를 위한 각종 방안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안보리국 진출은 바로 이같은 국제질서 틀의 핵심 협의체에 열강과 어깨를 겨루며 주요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 수행과 그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미 금년초부터 우리의 안보리 진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우리에게 자국의 주요 관심사항과 입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해왔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를 벗어난 각종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외교의 중앙부대 본격진출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안보리국 진출에 따른 부차적 여러가지 중장기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향후 2년간 안보리국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운 주목과 신망을 받게 되면 한국의 총체적 국가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등 여타 분야에서의 국익 증진을 위한 영향력이 증대된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우리국민들의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증대를 자연스럽게 유도함으로써 세계화 촉진에 가속이 붙게 된다.
끝으로 한가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유엔 외교는 양방통행 외교라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안보리에 진출함으로써 기대되는 위상제고 및 국익 증진에는 유엔에 대한 기여의무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는 2차 대전후 국토분단과 전쟁으로 최악의 빈곤상태로부터 출발, 이제는 OECD가입을 목표로 할 만큼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GNP 세계11위, 무역량 세계12위라는 국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되돌려 주고 곤경에 처한 많은 나라들을 도움으로써 유엔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신망을 항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