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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일본(日本)언론의 재해(災害)보도 흥분하지않고 피해복구 주도

주민 생활정보 제공에 CATV한몫

1995.05.08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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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李 鍊)  <선문대(鮮文大)교수·신문방송학>

전세계가 크고 작은 재난으로 몸살을 않고 있다. 천재(天災)는 물론이고 과실이나 고의에 의한 인재(人災)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각국의 노력도 다양하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오늘 재난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일본(日本)의 경우 고베대지진 때 보여준 일본언론의 태도는 전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재난에 대응한 진정한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일본 상지(上智)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하면서 특히 ‘재해보도에 있어서의 언론의 역할’에 관심을갖고 연구를 지속해온 선문(鮮文)대학의 이연(李鍊)교수를 만나 일본 언론의 재해보도 사례를 들어보았다. 작년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신진소장학자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한 李교수는 현재 바른 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서울대 종합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불의의 재난이 닥쳤을 때 언론의 역할이란 빠른 사고수습을 도와 사람들이안심하고 생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객관적인 사실보도로 더 이상의 재산과 생명의 손실이 없게 하는 것이 언론이 가져야 할 책무란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에 따라 보도해야하는 것이 언론의 일차적인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해시 언론의 대응과 역할에 대한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는 李교수는 일본(日本)고베지진을 상세히 다룬 당시 주요 신문들의 기사스크랩을 펼쳐보이면서 “잊지말아야 할 것은 언론이 먼저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재해에 대한 대비가 철저했다 하더라도 막상 일이 터지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인데 언론까지 덩달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의 불안만 짙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李교수는고베지진 당시의 일본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예로 들면서 “언론이 누구보다 먼저 냉정을 회복해 피해상황을 중심으로 빠른 시일안에 정상을 되찾는데 애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난에 처했을 때 일본언론이 가지는 태도는 단 하나입니다. 피해주민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모든 역량이 피해복구에 모아집니다. 피해상황을 사실중심으로 차분하게 전달합니다.

절대 흥분하지 않지요. 피해지역에 절실한 정보들을 신속히 알려주는데 모든 취재력을 동원합니다.

어디에 가면 물이 있고 어디에 가면 응급처치가 가능하고, 그런 식이지요. 고베의 예를 보면 심지어 신문에 지하철 노선도까지 실렀습니다. 지진으로 불통이 된 구간이 어디고, 어디에서는 연결버스가 운행된다는 식으로 지도까지 곁들여 아주 자세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또 어느 호텔 여관은 이용할 수 있고, 전화가 끊기지 않은 지역은 어디며, 식량배급소의 위치는 어디라는 것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생활정보로 다루었습니다. 돋보인 것은 지역 방송(CATV)의 활약이었습니다. 사망자와 피해지역을 일일이 확인, 바로바로 방송함으로써 시민들이 빠른 안정을 찾고자 힘쓰는 모습에서 지역민과 함께 하는 언론의 참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부정보도 빼놓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의 친지나 지인들도 신문만 보면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피해여부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재난대처도 조직적이고 치밀합니다. 평소 교육이 잘 이루어진 탓도 있겠지만 직접 재해가 닥쳤을 때 언론의 기능이 한결 돋보입니다. 재난지역 주민들이 당장 할 일 등을 조목조목 제시합니다. 어느 곳은 위험하니 피하라든가 어느 곳은 가스가 누출되었으니 불을 켜지 말라든가 하는 것이지요. 국민들도 언론을 믿고 그대로 실천에 옮깁니다.

NHK를 기간방송으로 한 신속한 대응도 인상적입니다. 공영방송이면서 여타의 언론들과 연합, 우선적으로 사태수습을 위한 조치들을 취합니다. 지진의경우만 들어도 예방적 차원에서의 지진 예보제를 도입, NHK가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과의 긴밀한 연계로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비한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기도 합니다. 구조활동이나 사태수습이 먼저이고책임을 가리는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인식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자연 언론사간의 취재경쟁이나 상업성을 염두에 둔 선정보도 등은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李교수는 국내언론에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역할이 가장 긴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할 때 접근하는 시각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우리 언론은 재난을 사건사고의 측면에서만 조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전체 공동체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인간적 고통과 절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감이 짙습니다.

재난보도에 대한 지침이나 메뉴얼 등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지적될 만합니다. 만일의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 언론들의 연구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재해시의 언론의 역할 등에 대한 명문규정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먼저 우리 언론들의 자기진단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바람직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재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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