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석(金亨錫) <연세대(延世大) 명예교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불행중의 하나는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재작년 통계에서는 국민의 70%이상이 정치인을 믿지 못한다는 발표였다.
지금도 모(某) 정당의 위기를 떠들고 있으나 그것은 여야정당에 대한 환멸감을 더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행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새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즉 국민의 신의를 되찾아야하며 그 단결과 화합된 힘을 갖고 국제적으로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대내적인 통일성이 없이는 대외적인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구한말기의 우리 민족이 자기결정권을 상실했고 오늘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자처했던 소련이 아직도 자기결정권을 차지 못해 열강의 동정을 모으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면 그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부의 지도층과 각계의 민간 지도자들이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자세로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정부는 민간지도층의 협력을 얻지 못하고서는 국민들의 신뢰와 협력을 얻기 어려운 단계에 처해있다.
과거와 같은 관주도형의 행정이나 감독기능이 최고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 국가는 국민적 결정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필자는 교육부가 지금과 같은 주도권과 감독권을 견지하는 한, 교육의 본질도 막강하나 창피스러운 입시의 부정도 막을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후일에는 교육은 교육자에 맡겨서 좋은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관민의 지도층이 협력해서 국민들의 신뢰와 협력을 얻지 못하면 모든 일이 불가능해진다.
기업인들은 교육인들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를 견주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경제의 병을 앓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정부가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의식구조인 것이다.
그 의식구조를 위해 생각있는 국민들은 두가지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자체가 긴축정책에 앞장서며, 국민보다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종교와 사회단체에 헌금하는 것보다 세금을 내는 편이 가난한 국민들의 복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긴축과 국민복지를 위한 경제순위를 지켜주기 바란다.
지도층, 근검(勤儉) 모범보일 때
새 정부 기간중에는 독립기념관을 짓는 일이나 예술의 전당을 신축하는 일같은 소외층의 복지와 관계가 없는 전시사업은 안해주기 바란다.
그것을 보는 종교계의 지도자들도 가치관이 전도되어 사찰과 교회당을 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와 종교계가 모두 국민들의 건전한 경제관을 병들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부탁하기 송구스러우나 기업을 크게 운영하는 기업인들이 솔선수범해서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의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철없는 졸부들은 좀더 기다려야 하겠으나 기업인들은 사회의 지도층이 아니겠는가.
장관들, 국회의원들, 기업인들이 근면하고 검소한 모범을 보여주고 국민들이 그들을 모방한다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바로 지도층인사들이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경제의 성공은 기업인들의 국민에 대한 기여정신과 봉사가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먼 앞날까지 생각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교육(敎育)·종교계도 각성해야
이들보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건전한 국민정신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제시인 것이다.
과거의 도덕교훈이나 기성세대의 유산을 앞서는 가치관의 창출과 제시가 있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나 기관보다도 교육을 건전하게 이끌며 종교계의 지도자들이 그 책임을 분담해 주어야 한다.
교육계와 종교계가 오늘과 같이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면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
한가지 뚜렷한 것은 물질이나 황금만능사상을 정신적 가치의 존귀성 밑으로 흡수시키며 모든 가치와 삶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는 인간목적관을 확립해가는 일이다.
어떤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는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국을 창조해가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그 일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