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 예,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선 관훈토론회에 초청해주신 데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 와 보니까 존경해 마지않는 김진현 장관님을 비롯해서 또 여러 원로분들도 계시고 또 저희 외교부 동료들도 오래간만에 다시 뵙게 돼서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외교 전문 기자로서 활약해오신 우리 이하원 총무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외교부 장관이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5년 만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외교부와 가까우신 이하원 총무님 때문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우리 역사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 1800년에 정조가 서거하고 곧바로 이어진 쇄국정책, 이로 인해서 다시 이념과 사상 논쟁이 나라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딱 100년 뒤에 우리가 국권을 잃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생각하는 것은 그때 만약 예조에 출입 기자가 있었다면, 또 해외의 사정에 밝고, 원로가 있는 관훈클럽이 있었다면 우리가 그런 불행의 역사의 길을 갔었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훈클럽에 기꺼이 또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 오게 된 것입니다.
연초부터 국제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지금 이런 상황을 뭐라고 규정지을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탈냉전 이후 30년이 흘렀는데 그다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분명히 불확실성의 시대고 또 세계사적인 격변기라는 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엄중한 현실 속에서 우리 국민께서 외교에 대해 큰 관심이 많으실 텐데 외교부 장관으로서 이렇게 오늘 또 언론과 긴밀히 소통해서 국민 여러분께 직접 설명을 드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에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기존의 문법을 깬 과감한 외교 리더십을 통해서 우리의 국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또 우리의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면에서도 전력을 다해 왔습니다.
지난해 APEC 정상회의 이후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아서 연초에 대통령께서 방중과 방일을 1월 초에 해서 미국, 중국, 일본 정상과 사실 모두 상호 방문을 조기에 완성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한중 간에 대등한 우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한일 간에는 서로를 마주만 보고 그런 관계에서 이제 나란히 서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는 그런 단계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렇게 주변국 외교를 안정시킨 것 역시 낯익은 통념을 깬 과감한 결단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생과 평화를 그 두 개의 축으로 삼아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일본과는 셔틀외교를 통해 협력의 질을 한층 높이고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가면서 한일관계의 새로운 60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일본을 방문해서 말씀하셨듯이 동북아 역내 한중일 3국이 공통점을 찾아서 소통하면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몇 차례 말씀드린 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과 한국의 이런 관계는 양자적인 관계, 즉 선이 아니라 한중일을 항상 함께 생각해야 되는, 동북아라는 면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지만 대결보다는 대화를, 또 단절보다는 연계를 추구해 나가면서 이를 통해 전략적 공간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안보적 도전을 국력 신장의 기회로 과감하게 돌파하였고, 한미동맹을 안보와 경제, 과학·기술 협력을 아우르는 미래형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진화시키는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핵추진잠수함과 평화적 목적의 농축·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길을 뚫었습니다.
이제 미국과 다양한 고위급 교류를 통해 실질적 진전을 속도감 있게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초에 출범한 한미원자력협력 범정부협의체(1.9)를 통해 평화적·상업적 목적의 농축·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국내외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새해를 맞이해서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2026년도에 다양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연초부터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일련의 사태들이 시사하듯이 이건 '혼란의 시대(Age of Chaos)'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기존의 국제질서가 와해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군사안보에 더해 경제안보를 둘러싼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반면에 이제 UN과 WTO 중심의 다자주의가 거센 도전을 맞아 왔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이 약화되고 힘의 다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협력 파트너인 서방의 연대도 균열을 보이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대한 변화의 시기라 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모두 위기의식을 갖고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도 예외가 아니며, 동시에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희망도 계속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주에 열린 다보스 포럼의 주제도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높아지는 불확실성의 파고를 엄중히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정상외교 일정을 대폭 증대하고, 주요 거점지역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국익을 증진하고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의 방한 계기에 AI, 반도체, 항공우주 공급망 등 폭넓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가기로 합의한 것은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저도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튀르키예와 또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EU 그리고 나토를 지난주에 방문하고 왔습니다.
미중 전략 경쟁 구조 속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국가들끼리 협력을 강화해서 전략적 공간을 확대해야 될 필요성은 우리는 물론 유럽과 여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경제적 지평을 개척, 확대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CPTPP 가입을 실현시키기 위해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외교적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습니다.
최근 EU와 메르코수르가 25년간 이어진 협상을 마무리하고 FTA에 서명한 것, 또 EU가 주초에 인도와 FTA에 서명한 것,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프트파워 증진에 이바지하는 K-이니셔티브 확산에도 앞장서기 위해서 재외공관의 역할을 재창조해서 팀코리아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공관장의 관리, 감독권을 강화하되 상응하는 책임도 지도록 하겠습니다. 재외공관이 화장품 하나라도 더 팔 각오로 국익을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또 축소를 거쳐 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조지아 구금사태와 또 동남아 스캔 범죄 사건은 이런 외교적 사안들과는 별도로 우리 재외국민 보호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위난 상황 속에서 촘촘한 재외국민 보호 역량을 구축하고 민생과 경제 활성화에 동참하는 '생활·기업 밀착형' 외교도 힘있게 펼쳐나가겠습니다.
국제적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외교에 대한 국내의 초당적 지지는 국력과 직결됩니다. 지난달 국회 외교안보포럼에서도 국가적 합의와 초당적 지속성을 갖춘 외교·안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초당적 지지는 끊임없는 소통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들과, 또 여러 국민 여러분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시는 언론인 여러분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외교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