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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부른 애국가, 손 흔들며 화답 '한국 수어의 날' 기념 현장을 가다

언어로 연결되는 오늘, 문화로 이어지는 내일…제6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202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더 큰 의미

2026.02.06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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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평소처럼 사람들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얼핏 보면 못 느낄지 모르나 자세히 보면 손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눈에 보였다. 참석자들은 한국수어로 안부를 묻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 한국수어로 묻는다.
안내데스크에서 한국수어로 묻는다.

지난 2월 3일 오후 2시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는 '언어로 연결되는 오늘, 문화로 이어지는 내일!'이라는 주제로 제6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객석을 가득 메운 농인들은 무척 밝은 표정이었다. 식전 무대 위 스크린에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고유한 언어인 한국수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노력을 알 수 있었다.

◆ 특별한 경험을 넘어 당연한 일상으로, 한국수어와 함께한 기념식

올해 기념식은 좀 더 특별했다.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10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행사는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유공 표창을 비롯해 기념사 및 축하 공연이 펼쳐졌고, 2부에서는 디자인 공모전 시상과 문화 공연이 진행됐다. 물론 모든 행사는 한국어와 한국수어가 함께했다. 수어 통역사가 옆에서 전해주고 무대 옆 화면에는 자막이 흘렀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정미 국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정미 국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애국가를 수어로 부르는 모습을 처음 봐 신기했다.
애국가를 수어로 부르는 모습을 처음 봐 신기했다.

이날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이정미 국장은 "10년 전 국어정책과장으로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을 지켜봤다"라며 소회를 드러냈다. 이어 축사와 환영사를 통해 한국수어가 소중한 언어 유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10년을 되돌아봤다.

기념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애국가 제창이었다. 한국농아청년회 회원들이 무대 위에 올라 한국수어로 애국가를 부르자, 객석의 참석자들도 함께 손을 움직였다. 청인과 농인이 함께 국가를 제창하는 모습은 '언어로 연결되는 오늘'이라는 기념식의 주제를 고스란히 담은 듯했다.

이어 영상을 보며 간단한 한국수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녕하세요', '맛있다', '감사', '한국', '수어' 등 한국수어 단어를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화면을 보며 함께 따라 했다. 객석 뒤에서 허민 기자와 함께 낯설지만, 열심히 따라 하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뿌듯함도 느껴봤다.

문체부 장관 표창 수상자들과 이정미 국장.
문체부 장관 표창 수상자들과 이정미 국장

이날 문체부 장관 표창은 표민애 충남농아인협회 당진시 지회장과 수어 문학 전문 단체 '수어민들레'가, 국립국어원장 표창은 추호성 광진구 수어통역센터 담당자가 받았다. 표창받고 인사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 대신 손을 들어 반짝거리며 화답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수어민들레의 공연이었다. '다른 생명, 같은 빛'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공연은 객석을 완전한 침묵 속으로 이끌었다.

수어 민들레의 공연.
수어민들레의 공연

특히 김우경 씨의 'zoo'는 동물원 속 동물들을 수어로 표현해 울림을 주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동물들의 모습은 언어의 자유를 빼앗긴 농인의 상황 같았다. 발로 바닥을 두드려 진동을 만드는 소리가 농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연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수어디자인공모전 시상식.
수어디자인공모전 시상식

이어진 2부에서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진행된 '한국수어의 날 수어디자인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작들은 수어의 중요성과 소통 방법을 창의적으로 표현했으며, 대상작은 기념품 디자인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로비에는 '한국수어의 날 수어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됐다.
로비에는 '한국수어의 날 수어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됐다.
각 복지관 및 기관에서 나와 홍보를 하고 있다.
각 복지관 및 기관에서 나와 홍보를 하고 있다.

로비에서는 다양한 홍보 부스 체험이 이어졌다. 수어 교육 자료, 수어 통역 서비스 안내, 수어 관련 도서 등을 소개하는 부스에서 참석자들은 수어를 직접 배워보고 체험했다. 한국수어를 배우고 퀴즈를 풀며 조금씩 익혀나갔다. 체험할 때마다 안내자는 한국수어로 설명해 주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당연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특별하게 느껴지는 점이 좀 안타깝기도 했다.

◆ 관계자 인터뷰

공연 후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은 수어민들레 관계자 변강석 님과 간단히 인터뷰를 나눴다.

수어 민들레의 관계자 변강석 씨와 사랑해를 배워 찍어봤다.
수어민들레의 관계자 변강석 님과 사랑해를 배워 찍어봤다.

Q. 수어민들레는 어떤 단체인가요?

A. 수어를 언어이자 예술,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창작·연구 공동체입니다. 수어 문학과 예술을 중심으로 농인의 언어적 경험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은 소감을 들려주세요.

A. 개인적 영광보다는 수어 문학과 예술이 하나의 문화 영역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상은 성과의 마침표가 아니라 더 많은 책임과 질문을 안겨주는 출발점입니다.

Q. 10년 동안 수어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했나요?

A. 과거 수어 이야기는 비공식적 공간에서 잠깐 표현되고 사라졌습니다. 수어민들레 활동 이후 수어 문학이 '보조적 표현'이 아닌 독자적인 언어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했고요. 다만 여전히 접근성의 틀 안에서만 소비되는 한계가 있어, 인식 변화가 제도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수어민들레를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특정 공연보다 농인과 청인이 통역 없이 같은 수어 공간에서 함께 웃고 반응하던 순간들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가 잠깐이지만 현실이 되었구나' 하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Q. 미디어 속 수어 활용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수어가 화면 한쪽에 '추가되는 요소'가 아니라 콘텐츠의 언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녹화 프로그램에서는 수어의 리듬과 예술성을 살린 표현이 가능하도록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수어 자체가 중심이 되는 미디어 환경으로 이동하기를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A. 농학교 교육과정에 수어 문학 과목이 필수로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수어를 소수만의 언어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사용하는 공동의 언어 공간으로 넓혀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수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마디를 들려주신다면?

A. 수어 문학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사회의 또 다른 삶의 기록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고 함께 질문해 주시며, 가능하다면 직접 수어로 만나주세요. 그 만남 자체가 이미 큰 연대입니다.

홍보부스가 마련돼 유익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홍보부스가 마련돼 유익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한국농아인협회 인천지부 김여수 상임이사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10주년과 제6회 한국수어의 날을 축하하며, "그동안의 성과를 기쁘게 생각하지만, 사회에서 수어가 더 충분히 보장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 제정 10년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농인의 언어권이 현장에서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되기를 희망했으며, 청인에게 당부하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그는 "소리부터 크게 하지 말아주세요. 먼저 눈을 마주치고, 가볍게 손짓으로 알려주는 것이 농인을 존중하는 수어 에티켓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정책기자단이 느낀 한국수어의 세계

오늘 행사를 본 기자들은 한국수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념식을 마치고 취재를 함께한 허민 기자와 수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허 기자는 2024년 중학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청각장애 학생을 담당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 학생은 사고로 청력을 완전히 잃었어요. 처음엔 말로 소통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죠. 선생님들과 밤늦게까지 모여 수어 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배웠어요. '안녕하세요', '이름', 간단한 단어부터 시작했어요."

손동작이 어색했던 초반과 달리 5개월쯤 지나자, 학생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9월쯤 됐을 때 그 학생이 먼저 수어로 말을 걸어왔어요. 알아듣지 못할 때는 집에 가서 찾아보고, 다음 날 다시 대화하기도 했어요. 종업식 때 수어로 작별 인사를 나눴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나 역시 사회복지를 전공해 학생 때 수어로 노래를 배웠던 경험이 있다. 당시 농인 앞에서 부를 합창을 준비했는데, 여러 명이 함께 동작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던 생각이 난다.

객석에서 자료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객석에서 자료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이 될까. 1월 28일부터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해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 의무화가 전면 시행됐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장벽 없는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를 보며 그 의미가 실감났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 22일부터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도입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지난해 12월 한국수어통역방송의 품질 개선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 '한국수어통역방송 실무 지침(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장애인방송의 제도개선 및 품질제고'와도 상통하고 있다.

단체 사진.
단체 사진

매년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은 법정기념일이다. 또 한국수어의 날이 속한 주간을 한국수어 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올해는 2월 2일부터 2월 8일까지다. 한국수어 주간을 맞아 수어 한마디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오늘 배웠던 인사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농인들을 만나면 나부터 다가가 인사 해봐야겠다.

☞ (보도자료)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개선 나선다

☞ (보도자료)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한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 의무화 전면 시행(1.28.)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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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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