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날,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완벽한 휴가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휴가를 더욱 알차게 채워줄 7권의 책을 소개해드려요.
1. [청소년] 그러니까 이게, 사회라고요? | 박민영, 북트리거
”서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주 무엇을 비판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드물다. 비판하려면 확실한 정보와 합리적 논리가 필요하고, 그게 부족하면 거꾸로 자신이 비판을 받게 된다. 청소년을 일차 독자로 삼는 책의 목표 중 하나는 비판 정신 기르기인데, 막상 그에 적합한 책은 드물어 보인다. ‘합리적이고 건전하다’ 할 수 있는 비판의 기준과 방향 설정이 어렵기 때문일 터이다. 이 책은 학벌, 노동, 광고, 게임, 군대 등과 같이 보편적이고도 매우 민감한 현대의 사회 문제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한국의 현실을 세계의 동향 속에서 보게 하며, 일상에서 품는 작은 의문과 전문가의 학문적 통찰을 연결하여 독자 나름의 주장을 펼 수 있게 안내한다. 말이 쉬운 데다, 지은이의 생각을 유보하면서 자료를 통해 독자가 판단하도록 이끄는 화법도 자연스럽다. ‘용기 있는 10대를 위한 세상 읽기’라는 부제에서 짐작되듯이, 한국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낳은 책이므로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력 기르기에 적합하다.
_최시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작가
2. [문학]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김영사
“이름과 가죽을 남기는 일 따위가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혼자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가난과 고통 속에 삶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과의 마지막 연결고리까지 스스로 끊고 떠나간 사람들. 그들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고된 작업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죽음의 도구까지 깔끔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간 젊은 여성의 이야기,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함께 한 부부의 이야기는 특히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나의 마지막’을 차분히 성찰하게 된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갈 것인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 우리는 어떤 생의 흔적을 남기고 가야 할까. 이 책은 죽어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사물들’ 속에서 그들 삶의 ‘이야기’를 발견해내는 특수청소부가 마침내 훌륭한 작가가 되기까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특수청소를 하나의 ‘직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명’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죽은 자를 향한 끝없는 연민과 공감이야말로 그를 작가로 만든 뜨거운 원동력이다.
_정여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3. [인문예술] 철학으로 휴식하라 | 안광복, 사계절
“누스바움은 ‘혐오하지 말고 분노하라’고 외친다. 왜 세상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혐오할까?”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며 정작 실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섬세한 사유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진다. 그런데 철학박사이며 현직 고등학교 철학교사인 저자는 ‘휴식’을 말한다. 철학으로 휴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가 말하는 휴식은 일을 손에서 내려놓고 몸 놀리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든 영혼을 깨우고 생각을 다듬고 섬세하게 더듬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무겁지 않게 철학하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33인의 철학자들을 소환하여 흔들리는 삶에 중심을 잡아주는 철학적 사유로 휴식과 회복을 처방한다. 그가 소환하는 사상가들은 다양하다. 철학자, 정치인, 에세이스트, 경제학자 등 다양한 사유의 고갱이를 짧은 글에 불러오면서 그것이 나의 삶, 나의 일상에 어떤 반향을 던지는지를 묻고 답한다. 각각 짧은 글이어서 하루를 열면서 잠시 생각의 호흡을 다잡기에는 적절한 방식이다. 철학이 어렵지 않고 따분하지 않으며 일상과 관계된다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처방전은 꽤 효력이 있을 것이다. 철학,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 철학으로 휴식하는 하루가 그저 그런 하루일 수 없을 것이다.
_김경집, 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4. [사회과학]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 정아은, 천년의 상상
“방금 설거지를 했는데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고, 방금 요리를 마쳤는데 논다는 말을 듣는다”
어린 딸이 해외에서 귀국해 함께 자가 격리를 한 어느 남성의 이야기를 접했다. 아내도 회사를 다녀 상대적으로 직장 눈치를 조금 덜 봐도 되는 자신이 자청은 했지만, 평소 집안일을 한다고 하는 편이라는 그도 보름 가까이 집안일 모두를 담당하며 새삼 깨달은 점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아내의 소중함, 그리고 ‘집안일=노동’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다른 노동과는 다르다. 일을 함에도 그 대가는 보람처럼 본인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형태의 보상이 주어지고, 심지어 때로는 쉽게 폄하된다. 노동임이 너무 분명한데, 노동다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노동, 책은 그 어색한 위상의 문제를 다룬다. 가사노동에 지쳐 읽기 어려울 수 있는 전문서와 달리,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15권의 책과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연결해 흥미롭고 공감이 가게 풀어낸다. 가정의 위기를 고민하는 시대다. 해결의 출발점을 가사노동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재조명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_이준호,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5. [자연과학]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김병민, 동아시아
“주기율표는 세상을 만든 118개의 재료와 전자의 정보를 정리한 표인 것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과학이나 화학시간에 주기율표를 외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재미없던 주기율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화학은 이 세상 모든 물질의 구성과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고 또 그 응용성도 무궁무진한 분야이다. 또 주기율표는 복잡한 우주와 세상 만물을 만들 수 있는 원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끔 우리를 인도해주는 지도다. 그러나 학창시절 의미도 모르면서 무조건 암기했던 원소들의 주기율표나 특징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까워지기 어려웠다. 저자는 주기율표의 네모진 칸 하나하나의 118개 원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원리 및 그 아름다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재미를 제공한다. 천문학이나 물리학 생물학 등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화학 분야의 대중을 위한 과학서는 드문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다.
_송기원, 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6. [실용일반]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 박선민, 후마니타스
“우리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다”
언제부턴가 국민들에게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추락했다. 연일 뉴스에서는 당리당략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보도된다. 그렇지만 사실, 국회는 국민의 삶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해야 했다. 국회에서 통과하는 법과 예산 하나하나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때문에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상임위는 왜 꾸려지며 교섭단체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데 꼭 필요하다.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은 진보정당에서 오랫동안 보좌진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국회의 다양한 활동과 관련 절차, 용어 등에 대해 풀어쓴 책이다. 복지 분야 법안을 입안한 경험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국회가 보다 공정하게 작동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특히 저자는 입법에 대해 “누군가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라고 말한다.
_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7. [그림책/동화] 63일 | 허정윤 글·고정순 그림, 킨더랜드
“어릴 때 팔리지 않는 강아지는 상품처럼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63일. 강아지 한 마리가 ‘생산’되는 데 필요한 기간이다. 현대식 공장에서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기간뿐인가. 품종, 크기, 색깔, 생김새 등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다. 어미 개는 철망 위에서 먹고 싸며 강제수정 당하고 강제출산 당한다. 그렇게 꺼내진 강아지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이 책은 확인해준다. 공장 출신 반려견을 들인 글 작가가 쓴 글은 간명하고 냉정해서 오히려 이 처참한 상황을 부각시킨다. ‘작은 생명이 자유롭게 땅을 디딜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그림 작가도 차가운 흑백 에칭 판화를 통해 아픈 마음을 역설적으로 그려낸다. 쇼윈도 안의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사달라 조르거나 지갑을 열며 ‘기뻐할 누군가’를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게로 와서 함께 가족으로 살 생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호소를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과 아이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인간 모두가 안전한 사회라는 명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_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이 중에 당신의 마음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도 풍성한 책 추천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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