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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원 위기관리, 중복 보존이 해답이다

김연규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소장

2012.05.03 김연규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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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위험에 닥치기 전엔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기에 안전한 개인과 조직, 나라는 없다. 따라서 위기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돼 엄청난 피해를 본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유전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국가차원의 농업유전자원 종합관리는 미래를 위한 위기관리다. 안전한 곳에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귀중한 재산,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자 위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인류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질개발의 기본요소가 되는 것이 유전자원이다.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한 야생종 소멸, 산업발달에 따른 유전적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유전자원은 한번 소실되면 재생 또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유전자원의 손실을 방지하고 유효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농업유전자원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식물종자, 식물영양체, 미생물, 가축, 곤충·누에 등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원을 자생지나 재배지에서 보존하기에는 손실 우려가 너무 크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이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신 시설의 유전자원 보존, 유지시설을 갖춰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게 보존하고 분양,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농업유전자원이 안전하게 유지·보존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전자원 관리기관 지정운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양체 유전자원 위주의 관리기관에서 자원 종류를 종자, 미생물, 동물로 확대하고, 국가 뿐만 아니라 민간 보유 유전자원에 대해서도 관리기관 지정을 확대해가고 있다. 현재 유전자원관리기관 지정현황을 살펴보면 농촌진흥기관 중 종자 32, 영양체 37, 미생물 11, 동물 11기관으로 총 91개의 관리기관이 지정, 보존돼 있다.

또한 소행성 충돌이나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이 닥쳤을 때 살아남은 인류가 안전하게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저장고로 만들어진 ‘최후의 날 저장고’도 있다. 이 저장고는 북극점에서 1,000km 떨어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중 스피츠베르겐 섬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저장고로 선택된 이유는 저장고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기가 끊어지더라도 천연냉장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온변화가 거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저장고는 핵폭발, 비행기, 운석의 충돌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농업기구에서 받은 450만 종의 씨앗인 벼, 바나나, 깨, 코코넛까지 웬만한 종자는 다 보관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예상치 못한 이변에 대비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1만 2185점을 기탁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7월, ‘농업유전자원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농수산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개정돼 발효될 예정이다. 또한 생물다양성 협약이 발효되고 나고야의정서가 체결되면서 유전자원에 대한 국제적 주권을 주장하고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작은 씨앗이 품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 세계가 한 알의 씨앗을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때, 유전자원 보존과 수집, 전문가 배양에 힘써 우리의 식량자원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다양한 곳에 안전하게 저장해 금보다 중요한 유전자원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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