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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주말농장 큰 인기…‘일석삼조’ 효과

[세종통신 ⑧] 김창엽(전 언론인·세종시 거주)

2013.05.21 김창엽(전 언론인·세종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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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9시 세종시 호수공원 바로 북쪽의 ‘주말 농장’. 평일인데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30여명 이상이 나와 밭 가꾸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첫마을에 사는 윤철호씨(77)는 40대인 아들 두 사람에게 작업 지시를 하며 밭 고랑 사이를 분주히 왔다 갔다 했다. 헌데 삼부자가 이랑에 비닐 씌우는 모습이 좀 엉성했다.

“허허~, 내가 시골 출신이지만 농사를 지어봤어야지.” 젊은 시절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다 세종시로 이사했다는 윤씨는 농사 초보다. 그는 “공기 맑고, 소일에도 좋아 농사를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아들 덕수씨는 “손을 부지런히 놀리라”고 동생을 채근한다. 회사원인 덕수씨는 이날 휴가를 내 밭 가꾸기에 나섰다. 그는 “연로한 아버지에게 힘든 일을 맡기기 곤란한 것 아니냐”며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올 것 같아 평일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열린 세종시 주말 농장 개장식. 20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달 28일 열린 세종시 주말 농장 개장식. 20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달 28일 열린 세종시 주말 농장 개장식. 20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올해로 두 해째 마련한 주말 농장이 세종시 입주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주말 농장은 약 850가구에 분양됐는데 경쟁률이 2대 1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 주말 농장의 전체 면적은 1만3300㎡로, 참여 가구 숫자를 기준으로 할 때 단일 지역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정도이다. 지난 달 28일 농장이 처음 문을 연 날은 2000여명이 쇄도해 말 그대로 농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말 농장은 세종시의 야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숨은 명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말이 주말 농장이지, 주중에도 뻔질나게 작물을 가꾸러 오는 등 ‘밭 주인’들의 열정이 전업 농부들을 한참 뛰어넘을 정도이다.

농장 개장 이래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을 찾는다는 50대의 주부 김모씨는 ‘아마추어 농부’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식구들 먹을 거리만큼은 내 손으로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구당 12㎡씩인 분양 규모가 양에 차지 않는 눈치였다. 김씨는 “세종시 외곽으로 농토를 아예 사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땅값이 올라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밭을 일구느라 온몸에 땀이 범벅이었던 김씨는 “어차피 농사를 할 생각이기 때문에 관리기 같은 농기계 구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의 주말 농장 열기는 최근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귀농, 귀촌과도 맞불려 있다. 말하자면, 급속한 산업화에 대한 일종의 반동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저변의식의 변화가 먹을 거리, 나아가 농업에 대한 인식 등을 바꾸었고, 주말 농장에 대한 호응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주말 농장 풍경. 구획된 농토마다 주인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고 밭 주인들이 경작지를 고르거나, 물을 주고, 서로 농사 계획을 상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주말 농장 풍경. 구획된 농토마다 주인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고 밭 주인들이 경작지를 고르거나, 물을 주고, 서로 농사 계획을 상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예 세종시가 주관하는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에 등록한 주민 박병남씨(48)는 특히 이런 면에서 ‘이론 무장’이 철저했다. 그는 “공짜로 텃밭을 분양 받아 작물을 기른다지만, 경제적으로 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큰 방 면적이 채 안 되는 손바닥만한 농토에 쏟아 부어야 하는 시간이며, 정성을 따지면 오히려 사먹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주말 농장을 통해 식구들에게 믿을만한 먹을 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서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건 작물 가꾸기를 통한 치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영화나 공연을 보듯, 흙을 만지고 작물을 가꾸면서 안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세종시 주말 농장의 ‘밭 주인들’은 농사 기술이나 농업 지식은 초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욕만큼은 하늘을 찌를듯한 사람들이 많은 게 특징이었다. 여기저기서 푹 썩은 거름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짙은’ 농사 의지를 숨기지 않는 가족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텃밭 분양에 당첨됐다는 한 주민은 “작물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5~6월에는 (경작자들 사이에) 경쟁 열기도 한층 뜨겁게 달아 오른다”고 말했다. 쑥쑥 자라 열매를 튼실하게 맺는 옆 밭의 작물들을 보고, 그에 못지 않은 결실을 거두려 하는 주말 농부들의 경쟁의욕이 농장 전체에 넘실거리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한민국 최첨단 도시 세종,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농부 마인드로 충만한 사람들이 유독 많은 곳이 또 세종이다.

주말농장이 주는 ‘일석삼조’ 효과

미국의 유타대학 연구팀은 최근 텃밭 가꾸기와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2년 안팎 꾸준히 텃밭 가꾸기에 참가한 사람들의 체중 감량이 두드러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학 연구팀은 엇비슷한 직업 및 생활 조건을 가진 이웃들과 비교할 때, 텃밭 가꾸기를 열심히 한 사람들이 대략 7kg 이상 몸무게가 가벼웠다고 밝혔다.

기계 사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텃밭 가꾸기는 주로 인력에 의존한다. 실제로 농부들 사이에서는 인력으로 하는 농사가 웬만한 막노동 보다 노동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업농들이 시쳇말로 농사를 오래하면 ‘골병’든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소일거리 수준의 텃밭 가꾸기는 전신을 고루 사용, 체중 감량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동 농장 가꾸기는 적어도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육체 건강 유지 외에 안전한 먹을 거리의 조달과 사교 활동을 통한 이득이 그 것이다. 또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상당한 자연 교육의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세종시의 주말 농장에서 만난 국토교통부 직원 남영우씨는 “무엇보다 주말 농장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신비를 일깨워줄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의 주말 농장은 수백 가구의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교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도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 이웃을 익히고, 정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 주말 농장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추세라면 향후 세종시 이주자들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주말 농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세종시는 가까운 거리에 농토가 풍부한 편이어서, 정부의 무상 텃밭 공급이 한계에 이르더라도 공동 임대 등을 통해 개인들이 주말 농장용 경작지를 구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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