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깊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개인에서부터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하며 이번 사고의 아픔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사회 각계 원로 등으로부터 들어봤다.(편집자 주)
김경동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서울대 명예교수 |
유가족의 애통함과 고통이야 어찌 이루 다 표현할 수 있으랴만, 그 재난에 얽힌 우리사회의 참담한 민낯에 다시 한 번 허탈한 분노를 삼켜야 하는 우리는 이제 그 슬픔과 아픔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어 디딜 준비에 몰두해야 마땅하다.
그러한 터에, 시중의 보도매체와 소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한 결 같이 원인분석과 문제점 폭로에 쏠려 있고 해결을 위한 의견제시래야 사람들의 주목이나 끌만한 거대담론으로 얼룩져 있다는 게 참으로 아쉽고 부끄럽기만 하다.
원래 우리는 영혼의 탐색(soul searching)이라는 영어단어가 함축하는 속 깊은 자아반성에 탁월한 민족이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처참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강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국가개조도 필요하고 시스템정비도 해야 하며 얽히고설킨 부정비리의 고리를 끊을 방도를 찾는 것도 반드시 추구해야 할 항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제도는 어차피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일진대 사람들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살피는 근원적인 성찰이 앞서는 게 옳고, 이는 어떤 제도적 개혁보다도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한다.
결과가 당장 눈에 띄는 개혁과 개선책이 무언가 보여주는 게 목표라면 이는 근시안적 미봉에 불과하다. 언제나 위난을 미리 내다보고 예방과 대책을 강구하는 자세야말로 사람의 지혜 중 가장 으뜸가는 상지(上智)라고 율곡선생께서는 일깨워 주셨다.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지향적인 변화추구를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인간답게 자라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인성, 도덕성, 사회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교육의 정상화에서 비롯하게 되어 있다.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먼저 이번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어른들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심심한 자기반성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기에 그 어린 생명을 그토록 무서운 지옥에 남겨 놓은 채 서로 네 탓만 하며 책임지고 반성할 생각조차 않는가 말이다.
인간의 삶에서 돈, 권력, 특권만을 제일 값진 가치로 알고 이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더러 그 목표를 향한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을 우리의 여린 영혼에다 불어 넣고 있는 원흉이 누군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집안에서부터 부모가 올바른 생각을 지니고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일상의 언행에서 보여야 하고 특히 어릴 때는 어머니가 건전한 인생관과 사회의식을 함양하는 모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라도 전 국민적인 어머니교육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의 전통 속에 면면히 살아 있는 선비정신을 중심으로 새로이 정립하는 인성, 도덕 교육의 적극 추진이 필수다. 그 와중에 어린 생명을 구하고자 자신을 기꺼이 던진 의인들이 바로 제 목숨을 바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위험 앞에 목숨을 내어 놓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한 숭고한 영웅들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참변을 당한 대한민국이 다시는 이런 아픈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려면 진정한 문화적 교양으로 다듬어 정화(精華)한 선진사회가 되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머니의 마음부터 바로잡는 국민적 노력이 제일 중요하고 급한 과제임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으면 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회로 성큼 다가가는 과업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