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
최근 글로벌 경제를 뜨겁고 달구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신 이후, 세계 산업계의 판도를 바꿀 분야들이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3월 이 주제들을 포함해 총 19개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표하고, 5년간 5조6000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미래 산업들의 승패는 과연 어디서 판가름이 날까? 바로 협력이다.
이 미래 산업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기술의 융합에 있다. 사물인터넷의 경우 사물의 특정한 상황, 조건 등을 인지하는 센싱 기술, 센서로 인지한 정보를 처리하고 다른 기기와 공유하는 통신 기술, 이를 서비스로 연동하는 기계 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의 융합 없이는 불가능하며, 드론의 경우도 항공, 통신, 기계 기술 등이 집약돼 있다.
이러한 기술융합은 개별 기술 주체만의 독자적인 능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 역시 분야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술 주체 간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EU는 이러한 기술협력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일찍이 1985년부터 ‘유레카’라는 범유럽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결성,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다양한 기관, 기업들의 기술협력을 활성화해왔다. 유레카는 총 43개(정회원국 40개, 준회원국 3개) 회원국 중에서 2개국 이상의 기관 간 공동연구 과제를 접수받고 해당국 정부들이 R&D 자금 지원 여부를 조율해 최종 승인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2009년 한국은 비유럽권 국가 최초로 유레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왜 유럽의 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됐을까?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의 혁신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나홀로 연구가 아닌 다양한 국가, 주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며 기술력이 우수하고 협력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EU 국가를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당시 EU 국가들도 IT, 조선 등의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기술력 향상을 이끌어낸 한국을 높이 평가해 우리나라의 유레카 가입을 적극 환영했다.
유레카 가입 이후 우리 정부는 매년 EU와 우리 기업·기관의 1 대 1 기술협력 상담, 기술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행사를 ‘코리아 유레카 데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EU 기술 주체 간 협력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지난 7년간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총 55개의 유레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유럽의 620여개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 기관의 혁신적인 기술을 해외에 알리고 해외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자산은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직접 해외 기술 기관 및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성사시키고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경험했다는 점이다.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6차 ‘코리아 유레카 데이’ 행사가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다. 유럽에서 200여명의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서울을 찾았고,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440여명이 EU 국가들과의 기술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모였다.
보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EU 선진국의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고, 이를 통해 우리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 기고는 5월 21일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