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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동아시아 경제통합 토대 마련을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15.10.12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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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인구의 절반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 창설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12~1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하고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경제의 주요 축인 동아시아 경제 통합 논의는 일찍이 아세안을 시작으로 진행돼왔지만 거대한 잠재력에 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유럽연합(EU)보다 규모나 수준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중일이 가세하면서 경제 통합체 조성 논의에 속도가 붙었고 마침내 지난 2012년 11월 아세안과 한중일 등 6개국이 참여하는 RCEP 협상이 공식 출범했다.

RCEP는 상품·서비스·투자는 물론 지적재산권·원산지·전자상거래·경쟁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수준 높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지향해 협상 타결 시 동아시아 역내 경제 통합의 가속화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RCEP가 타결되면 EU를 능가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버금가는 거대한 경제 블록이 탄생해 안정적인 교역 및 투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13년 기준 RCEP 16개국의 인구는 34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약 50%, GDP는 21조6,00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30%에 달한다. RCEP는 중국·아세안 등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이 참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우리로서는 거대 유망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둘째, RCEP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세계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RCEP 참여국 간의 역내 교역 비중은 42.4%에 이르고 RCEP 참여국이 우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역내 무역 비중과 상호보완적 경제구조, 지리적 인접성 등을 감안할 때 RCEP는 역내 국가 간에 산업 내 무역을 더욱 확대하고 우리 기업들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셋째, 이미 우리나라와 RCEP 참여국 대부분에 양자 FTA가 체결돼 있지만 규범 차이로 중소기업들이 FTA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CEP 체결 시 품목별 원산지 기준(PSR), 지재권 등의 규범 통일화와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로 기존의 양자 FTA 체결 시 발생하는 ‘스파게티 볼 효과(여러 나라와의 동시 FTA 체결로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통관 절차, 표준 등의 확인에 시간·인력이 더 들어 비용 절감 효과가 반감되는 현상)’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활용률을 보이는 한·아세안 FTA, 한·인도 FTA도 이를 통해 거래 비용이 절감된다면 FTA 활용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는 RCEP의 잠재력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 추진 가속화를 위해 초기 단계부터 협상에 적극 참여해왔다. RCEP는 2013년 첫 협상 이후 현재까지 9차례 협상했으며 최근 상품·서비스·투자 분야의 자유화 방식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10차 협상에서 각국의 구체적인 협상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장 접근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 10차 협상은 16개국 700여명의 정부대표단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RCEP 협상의 주요 향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참여국들이 세계 경제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중심적 역할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최국으로 RCEP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10차 부산 협상에서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역사적인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10월 8일 서울경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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