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
어린 자녀를 혼자 키우는 엄마는 이유도 모르게 울어대는 아이와 함께 엉엉 울고 싶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하루 종일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다 보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그래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독박엄마는 밥 먹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제 때 가지 못하며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힘든 엄마들을 무상보육이란 이름으로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어린이집에만 맡기면 보육교사들이 12시간씩 돌봐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거나 자기계발 등의 시간을 갖는 등 나름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유 속에서 행여라도 젊은 엄마들이 자녀양육을 소홀히 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7월부터 영아대상 맞춤형보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취업모든 전업주부든 상관없이 누구든지 전액 보육료를 지원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맡아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선별해 가정에서 자녀양육이 가능한 비취업모는 하루에 6시간씩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취업모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한부모 조손 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계속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해 어린이집의 입장에서는 맞춤반이 종일반의 80%만 지원을 받게 됨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맞춤형 보육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12시간 맡아주면 중간에 마음대로 데려 올 수 있던 것을 6시간으로 제한하니 이용시간이 줄고 전업맘이라는 이유로 워킹맘과 차별받는다고 생각해 인터넷카페,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성토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반발이나 성토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막상 보육의 대상인 어린 영아들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기관이나 부모들이 그동안 받았던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불만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모의 취업이나 소득의 관계없이 모든 대상에게 무료로 보육을 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하나도 없다. 이웃 일본만해도 부모가 맞벌이라야만 정부인가를 받은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다. 복지국가라고 하는 스웨덴도 취업모에게는 40시간을 보장하지만 미취업시에는 15시간만 보장을 하고 있다. 물론 비용 부담은 소득에 따라 차등이다.
잘 산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같이 특별히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대부분 부모가 비싼 보육료를 내야만 한다. 거기다가 조금만 늦게 데리러 가면 과태료까지 부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 강국도 아닌 우리나라는 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것일까? 2013년 1050조가 넘는 국가 부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 그리고 출산율 제고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무상보육이 실시됐다.
그러나 아직도 출산율 상승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집에 일찍 데려가는 비취업모의 자녀들에게 밀려 막상 취업모들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더 어려워진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취업모의 비율보다 어린이집 이용율이 더 높은 유일한 나라이다.
지금까지 우리정부는 모든 계층에게 원하기만 하면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12시간씩 어린이 집에 무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편적 보육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육아정책연구소의 작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영아들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6시간 53분이며 12시간 종일반에 다니지만 9시간도 채 이용하지 않는 영아들이 90.8%나 되었다. 이는 그동안 12시간의 전면 무상보육이 엄청난 재정낭비와 비효율적인 운영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맞춤형 보육으로 영아들의 발달을 고려하고 부모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해 재정적 낭비를 줄이도록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조정한다니 다행이다.
부모와의 애착형성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어린 자녀들을 편하다는 이유로, 공짜라는 이유로 마냥 기관에 맡기는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맞춤형 보육의 실시로 가정양육과 기관양육이 균형을 이뤄 우리나라의 미래의 꿈나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 이 기고는 6월 16일자 중앙일보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