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화 기상청장 |
폭염이 맹렬한 기세로 한반도에 달려들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서울에서는 지난해보다 6일이나 빨리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됐으며 연일 그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올여름, 우리나라 폭염이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마다 더 빨라지고 더 길어진 여름으로 인한 ‘폭염’을 위험기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폭염은 태풍, 홍수, 낙뢰, 폭염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기상재해이며 지난 1901년부터 10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미국에서도 최근 10년간(2004~2013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유발한 기상현상이 폭염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우리는 폭염을 집중호우나 태풍 못지않은 여름철 위험기상으로 인식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앞으로 폭염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폭염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폭염과 온열질환
기온은 여러가지 기상요소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과다한 땀 배출로 전해질이 고갈되어 발생하는 근육 경련인 열경련, 혈액의 저류와 체액의 전해질이 땀으로 과다 배출되어 발생하는 열피로, 열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생하는 열사병 등이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특히 노인, 소아, 만성질환자에게 위험함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폭염현황
우리나라의 여름이 달라지고 있다. 전지구 평균온도가 지난 133년간(1880~2012년) 0.85℃ 상승했을 때 우리나라 대도시(강릉·서울·인천·대구·부산·목포)의 경우 지난 100년간(1911~2010년) 평균기온이 무려 1.8℃ 상승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위가 찾아오는 패턴도 달라졌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더 오래 지속되고 밤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의 증가 추세도 걱정스러운 상태다. 전국적으로 평년 열대야 일수는 평균 5.3일 수준인데 최근 5년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에 육박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폭염현상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폭염의 대응과 예방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의 심각성이 증가하면서 기상청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에만 한정돼 운영되던 폭염특보 기간을 연중으로 확대, 언제든 국민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또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전국의 관련 공무원과 민간 취약계층 관리자(농어촌 지역 이장단,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쪽방상담원, 영유아 담당자 등)들에게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즉시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폭염특보 문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자주 물을 섭취해야 한다. 폭염을 위험기상으로 인식해 기상청의 폭염특보 및 예보를 꼭 확인한다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리 없는 위험기상, 폭염 이 위험한 여름철 손님을 현명하게 보내기 위한 대비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