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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공무원 우간 바타르씨의 하루

배일한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2017.01.19 배일한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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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인사혁신추진위원회와 인사혁신처가 2045년의 공직사회 모습을 예측한 ‘인사비전 2045’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일상화된 미래사회경 변화에 따른 공무원의 고용형태, 정부 조직 등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미래전략보고서를 바탕으로 2045년 공직사회의 모습을 그려봤다. 우간 바타르씨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편집자 주)

배일한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배일한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몽골 출신의 우간 바타르씨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집 앞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에 올랐다. 20분 뒤 무인버스가 그를 내려준 장소는 인천공항의 사무소들이 밀집한 한 건물 앞이다.

그는 대한민국 공무원 신분이다. 직책은 인천공항본부세관의 몽골전담 관세행정관. 10년전 대한민국과 몽골인민공화국은 사증면제협정에 이어 FTA를 맺었다. 양국의 인적, 경제교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자 정부는 대몽골 관세업무를 담당할 몽골출신 직원을 공채했다.

우간 바타르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한민국 관세행정관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얻었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그는 안경의 테두리를 슬쩍 문질러 증강현실 통역앱을 활성화시켰다.

“안녕하세요(새응 베노)” 동료 직원들의 한국어 인사가 몽골어로 실시간 통역되어 들린다. 한국어 서류도 몽골어로 번역된 형태로 보이고 회의진행, 보고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정말 다행이지. 이렇게 신통한 통번역기술이 없었으면 아직 한국말이 서투른 그가 한국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전용 통역앱을 누르는 순간 업무처리과정을 정부에 전부 노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외국출신인 그가 업무처리의 투명성과 한국정부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는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뽑아서 직원들이 모인 자리로 다가갔다. 커피를 별로 즐기지 않지만 한국인들과 어울리려면 쓴 커피라도 자주 같이 마셔줘야 한다.

바타르는 오전 회의를 주재하면서 몽골산 육류의 무관세 수입혜택을 연장할지 여부를 직원들과 논의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몽골식 양고기 요리 체인점이 큰 인기를 끌면서 몽골산 육류의 수입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몽고초원의 양고기 맛에 점점 길들여지는 상황에 대해 축산농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직원 하나가 불쑥 말했다. “그냥, 세종대왕님 의견을 따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세종대왕이란 국정 전반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앱을 의인화해서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정부가 지난 20년간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서 꾸준히 개선해온 인공지능 국정운용시스템 ‘세종 4.0’은 지난주 몽골산 육류에 대한 수입규제조치의 필요성을 ‘권고’ 수준으로 관세청에 통고한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앱이 제출한 보고서와 전임자의 몽골산 육류수입 파일을 훑어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인공지능앱이 권고한 몽골산 양고기에 대한 관세부과는 방대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합리적 결론이다. 요즘 어지간한 정부부처는 인공지능 국정운용시스템에서 권고한 정책제안, 업무지시를 절반은 그대로 수용한다.

일단 인공지능의 판단을 수용할 경우 문제가 생겨도 일선 공무원이 책임질 일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실세 상사로 모신다는 농담이 더 이상 우습지 않은 직장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인 전임자는 몽골산 양고기 무관세 수입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이던 인공지능앱과 정면으로 맞섰다. 전임자는 몽골산 양고기 수입은 양국 관계증진에 미치는 선순환 효과, 여타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바타르씨도 몽골인이 양고기에 갖는 애착과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게다가 몽골 언론은 한국인들이 몽고초원에서 기른 양고기 맛에 엄지 척 하는 모습을 ‘몽골류’라고 부르면서 문화수출의 자랑으로 보도해왔다. 이걸 억지로 막으면 한국산 공산품의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게다가 오는 7월에는 중국주석의 몽골 국빈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양고기 막는 이득보다 실이 너무 커 (한국 입장에서…)” 그는 중얼거렸다.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 누군가는 관세부과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어차피 한국정부가 나를 고용한 이유도 인간의 총체적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일단 결정을 내리자 보고서는 삼십분 만에 깔끔하게 작성됐다. 전용 인공지능앱 덕분에 서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놀랍도록 줄었다. 오후 4시, 바타르씨는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 사무실 밖으로 나와 사탕을 꺼냈다.

관공서 근처에서 일체 담배를 못 피는 것은 한국 공무원 생활이 애연가인 그에게 초래한 불편의 하나다. 달달한 사탕조각을 삼키자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야겠다!” 2045년의 한국 공무원 사회는 창의적이고 투명한 업무처리를 강조하지만 결코 일중독을 찬양하지 않는다.

매일 자정이 되서야 집에 들어가고 길에서 오가면서 청춘을 바쳤다는 선배 공무원들의 무용담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저녁은 새로 개업했다는 몽골식당으로 가볼까?” 우간 바타르씨는 한국 친구들과 흐벅진 양고기를 뜯을 생각에 행복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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