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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부활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앞길

[전문가가 보는 한반도 비핵화·남북관계] ③ 北 비핵화, 그 이상을 바라보고 나가야

2018.10.05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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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전 세계를 향해 한반도의 평화를 역설했다. 남북이 3차례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북미정상회담 역시 묵은 적대관계 청산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전쟁 없는 한반도 시대는 이미 시작했다”라고 하면서 “북한이 이제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력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라고 평화를 호소한 것이다.

1년 전 이맘때, 같은 자리에서 한반도의 전쟁위기로 인해 평화의 전당이어야 할 유엔에서 상대방의 멸절을 언급하는 위협의 교환이 난무했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인정하는 유연함과 평화의 메시지가 교환되면서 유엔의 의미도 살아났다고 하겠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은 이후 실무협상 과정에서 궤도를 이탈했고, 70년 불신구조가 되살아나며 긴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하지만 지난 3월의 재현처럼 특사단의 재방북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죽어가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호흡을 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남북정상이 보여준 신뢰와 우의는 물론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환대와 파격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평양 시내의 카퍼레이드와 백두산을 함께 오른 것,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연설을 한 것 등은 전율을 느낄 정도의 역사적 장면이었다. 무엇보다도 직접 비핵화를 천명한 것은 단순한 ‘장면 만들기’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2가지 측면에서 진전을 강하게 요구받았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의 진전이자 곧 판문점선언에서의 진전이었고, 두 번째는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합의였다. 전자는 한반도에서의 종전의 실현으로 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종식할 수 있는 담대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합의함으로써 성취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핵화는 뒷전에 놓고 남한이 가진 재래식 무기체계의 우위를 포기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반대로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였던 재래식 무기의 열세로 인한 존재론적 위협을 제거해줌으로써 핵을 포기하는 유인을 오히려 더 크게 만들어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양보는 그런 주장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에 대해 미국이 그토록 주장하던 검증을 조건 없이 수용했고, 더 나아가 북한 핵 개발의 핵심이자 상징인 영변 핵시설을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조건부로 폐기하겠다는 구체적 약속까지 내놓았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사실 이미 공은 미국에게 있었지만, 골대를 옮겨가면서 북한의 양보만을 압박해 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미정상회담과 유엔연설로 이어지면서 남북이 조성한 평화를 세계가 돕는 구도가 마련됐다. 미국이 여기서 평화의 방해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한이 저렇게 평화롭게 살겠다는데 왜 방해하는가?’라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이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내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까지 했다. 물론 이 발언은 트럼프가 전형적으로 상황이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과시용 발언이기도 하지만,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한배를 탔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말이다. 그가 말한 김정은의 ‘예술적인 편지”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비핵화의 통 큰 양보라면 트럼프 역시 내부 강경파의 방해 공작을 과감하게 제압하고 평화프로세스를 함께 이뤄가야 할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 차를 전쟁위기로 지나면서도 평화와 비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거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70년 남북 및 북미의 불신구조와 안보딜레마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결코 쉽게 성취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음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살려낸 평화프로세스는 북미의 비핵화-체제보장의 교환타결이라는 엄청난 장애물을 넘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중재와 촉진자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는 한반도평화의 필수적인 관문이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필수불가결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나가야 할 것이다. 전쟁이 다시없는 땅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결단코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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