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 |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 바랏 주지사는 4년 전 제주도를 처음 찾았을 때부터 ‘롬복올레’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롬복은 대규모 관광 개발보다는 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생태 관광을 추진하려 한다. 제주올레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원을 활용해 여행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모델이 롬복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몽골 울란바타르시와 함께 몽골올레 2개 코스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도 올레를 기반으로 생태 관광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울란바타르시의 의지가 작용했다.
과거 한국은 환경을 볼모로 경제성장을 일구었지만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는 그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는 움직임이 있는 듯하다. 필리핀의 대표적 휴양지 보라카이가 하수와 쓰레기 등 오염 문제로 6개월간 폐쇄하는 사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 깊어졌으리라.
올레 모델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기 위해 다니다보니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야말로 하루 빨리 생태관광 개발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상태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곳인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나라 주민들 대다수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와 집,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서야 관광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리한 물질문명에 빠르게 익숙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일수록 특히 심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휴지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일반화됐는데 분리수거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없어 폐비닐과 플라스틱들이 아름다운 자연 위를 함부로 나뒹굴고 있다. 전통이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여행지를 개발해야 지속가능하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탐방객들이 올레 14코스 한림읍 금능리 해안에서 제주 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원담’ 위를 걷고 있다.(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아시아 국가들이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몽골에서 일어나는 사막화가 한국인의 폐와 기관지를 위협하는 황사를 일으키고 인도네시아의 이탄지 산불로 연무와 기후변화를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 현상을 부르고 있지 않은가.
지속가능한 개발은 지속가능한 소비·생산과 삶의 질 추구 등을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그런 연관성을 인식하여 생태관광 개발 사업으로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공적개발 원조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한국 산림청은 공적개발원조 재원으로 인도네시아 롬복 섬에 산림휴양 생태관광센터를 최초로 건립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역량배양교육을 시켜 산림 휴양 및 생태관광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생태관광을 기반으로 한 공적개발원조는 장기 비전 아래 지속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한국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신남방정책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생태관광을 통해 산림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아세안 국가 공적개발 원조 사업 정책이 활성화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