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지난 11월 28일, 한국형 시험발사체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목표된 지점인 제주도 동남쪽 해역에 도달했다. 이 시험발사체의 주된 목적은 국내에서 개발을 완료한 75톤급 로켓엔진을 비행 시험으로 최종 검증하는 것이었다.
2013년에 발사 성공한 나로호는 국내에서 개발된 중대형 로켓엔진이 없어 러시아의 협력으로 1단 로켓을 도입해 발사했었다. 하지만 독자적인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개발을 위해서는 중대형 로켓엔진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므로, 대략 10여년 전부터 엔진 개발을 시작해 이번에 최종적인 발사 시험을 하게 된 것이다.
고도 100km 이상을 우주라고 정의하고, 이 우주에서 운행하는 비행체를 우주선이라고 한다. 우주선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인공위성이다.
인공위성은 말 그대로 지구에 벗어나지 않고 일정한 궤도를 도는 ‘인공적으로 만든 위성’이다. 그리고 인공위성을 지상에서부터 고도를 높여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주발사체’이다.
발사 초기에 우주발사체는 지구의 엄청난 중력을 이기고 상승해야 하는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힘이 좋은 중대형 로켓엔진이다. 이런 중대형 로켓엔진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 10개국 미만의 소수 선진국만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시험발사체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75톤급 로켓엔진은 75톤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로켓엔진의 작동 시간이 150 초 가량이므로 대략 8톤 트럭 열 대를 한꺼번에 2∼3분 정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로켓엔진 자체의 무게는 1톤이 채 되지 않으므로 자신의 몸무게 100배에 가까운 괴력을 내는 것과 같다.
이 로켓엔진이 장착된 시험발사체는 로켓엔진의 정상 작동이 정지된 후에 관성 비행으로 약 200km 고도에 도달한 후, 하강하여 총 400km 정도의 거리를 비행했다. 전형적인 포물선 궤적을 따르는 탄도 비행을 했으므로, 비록 시험발사체지만 절반 정도는 고도 100km이상의 우주에서 비행을 한 셈이다.
지난 달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의 시험발사체가 발사되자 새들이 창공을 함께 날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의 이름은 국민 공모를 통해 ‘누리’로 결정되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독자로 순수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우주발사체이다. 무게가 200톤 정도 되며 높이는 50미터 정도로, 승용차 1대에 해당하는 1.5톤 무게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나로호는 100kg의 과학위성을 궤도에 투입했으며 무게는 140톤, 높이는 30미터 정도였는데, 러시아에 도입한 1단 로켓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된다. 제일 아래쪽의 1단 로켓은 75톤급 로켓엔진 4기를 묶은 300톤급의 대형 로켓엔진이 장착되며, 2단 로켓은 75톤급 로켓엔진 1기가 사용되고 3단 로켓은 7톤급 로켓엔진 1기가 사용된다.
1∼3단 로켓에 사용되는 로켓엔진은 연료로 등유인 케로신과 산화제로, 액체 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한다. 3단 로켓 위에는 궤도에 투입될 인공위성이 자리잡고 발사 시에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페어링으로 감싸게 된다.
페어링은 보호 역할을 하므로 무게가 꽤 나간다. 페어링을 달고 계속 상승하면 추가적인 힘이 필요하므로 공기가 희박한 우주에 도달하면 바로 분리된다. 2단 로켓부터 페어링까지는 이번에 발사된 시험발사체와 거의 같은 형태라고 보면 된다.
누리호의 1단과 2단 로켓의 주된 역할은 순차적으로 작동해 고도를 높이는 것이고, 3단 로켓은 정확한 속도와 각도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밀어넣는 것이다.
따라서 1단과 2단 로켓은 고도를 높이기 위한 큰 힘이 필요해 중대형 로켓엔진이 사용되고, 3단 로켓은 정교하게 오래 작동하는 특성을 가진 로켓엔진이 필요하다.
1단과 2단 로켓은 주어진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낙하해 태평양에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3단 로켓의 경우 인공위성을 궤도에 밀어넣으면서 궤도에 들어가므로 같은 궤도에 투입된 인공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위급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3단 로켓은 인공위성이 궤도에 투입된 후 고도를 더 높여 우주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달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가운데)이 실제 비행환경에서 시험발사체 엔진 및 추진기관 등의 정상 작동 확인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시험발사체 성공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교두보
역사는 짧지만 우리나라가 우주 산업과 시장에 참여한 이래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특히 인공위성 관련 분야는 독자적인 인공위성의 개발 능력을 확보해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만큼 크게 성장을 했다.
그러나 국내의 발사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어, 독자 개발한 고부가가치의 인공위성을 외국의 발사체에 위탁해 발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발사체에 관련된 많은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광범위한 투자와 함께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이라는 단계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우주 산업은 발사체 분야, 인공위성 분야, 그리고 관련 파생 분야로 크게 구분한다.
비록 발사체 분야만 따로 떼어내어 (금전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크지는 않고,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응용한 분야의 시장이 가장 크다.
그러나 우주 산업은 발사체가 인공위성을 궤도에 실어 나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는 것이 진정한 우주 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소수의 선진 강대국들이 전세계 우주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이유가 자명하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가 전세계의 우주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규모는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는 2021년 시점부터 전 세계 우주 시장의 규모는 대략 1조 달러에 달할 것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2045년에는 3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미래 먹거리로서의 충분한 규모가 되는 것이다.
독자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우주 산업과 시장 진입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누리호의 대형 로켓엔진이 되는 75톤급 로켓엔진을 검증한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은 누리호 발사 성공을 위한 1차 교두보가 되는 셈이며, 우리나라가 미래의 먹거리인 세계 우주 산업 및 시장으로 진입하는 초석이 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