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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사회제도와 인식 바꾸는 나침반 돼야

[정책기획위원에게 듣는 문재인정부 4년] 지속가능사회분과

2021.05.12 윤순진 지속가능사회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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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지속가능사회분과 위원장
윤순진 지속가능사회분과 위원장

이제 ‘2050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인류 사회의 목표가 됐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이 1.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2℃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in Climate Change, IPCC)가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후 1.5℃가 국제사회의 목표가 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2℃와 1.5℃가 단 0.5℃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 생태계와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극단적인 폭염으로 심각한 열파에 노출되는 인구 비중이 1.5℃에선 14%지만 2℃에선 37%로 2.6배나 많아진다.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식물과 척추동물 종 또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인류의 식량이 되는 해양 수산물 어획량과 곡물 수확량 감소분 또한 2배가 넘는다. 2021년 현재 이미 산업화 이전에 비해 1.2℃ 가깝게 상승해서 1.5℃까지는 0.3℃ 남짓 남아 있을 뿐이다.

IPCC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더 가깝게 2030년까지는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 감축을 권고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기 시작해 지난 4월 지구의 날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세계기후정상회의 때까지, 세계 총 배출량의 73%를 차지하는 전 세계 131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 결과 파리협정 당시의 선언과 목표 달성시 지구 평균 온도가 2.6℃ 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된 2030년 감축 목표를 반영하면 2.4℃ 상승으로 낮아지게 됐으며 탄소중립 선언국가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낙관적 가정의 경우 세기 말까지 2.0℃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도 1.5℃ 목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였다. 그 이전인 6월에 225개 기초지방정부가 기후위기비상선언에 나섰고, 7월에는 17개 광역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9월에는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의결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었다. 이후 11월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나 G20 정상회의에서도 거듭 2050 탄소중립 의지를 밝혔고 12월 10일에는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며 ‘2050년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재천명했다.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면서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2050년 탄소중립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채 10년도 남지 않은 2030년 목표다. 4월의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여러 정상들은 보다 상향된 2030년 목표를 천명했다. 미국은 2005년 배출량으로부터 50~52% 감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시한 2025년 목표인 2005년 대비 26~28% 감축보다 상향된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제출한 국가기여방안 보고서에서 이전의 2030년까지 1990년도 대비 57% 감축을 68% 감축으로 상향한 데 더해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한다는 목표를 추가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기존의 1990년 대비 40% 감축에서 55% 감축으로, 일본은 2013년 대비 26% 감축에서 46% 감축으로 목표를 높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라는 현재의 2030년 목표를 올 연말까지 상향해서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지금 목표는 2010년 배출량 대비 18% 감축 정도여서 국제사회에서 아주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더 이상 해외 석탄발전 수출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탈석탄금융’을 선언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1년, 세계는 이제 파리협정에 기초해서 신기후체제로 진입했다. 앞으로 국가별 감축 목표를 5년에 한 번씩 상향해서 제출해야 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목표가 됐다.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 탄소문명은 기후위기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 탄소중립은 탈탄소문명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최대 원인이 화석연료의 연소에 있기에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에너지 이용을 둘러싼 모든 사회 제도와 경제구조, 생활양식, 나아가 우리의 인식을 전환해야 하는,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탄소문명을 지탱하기 위해 존재했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과제로 인해 시장의 규칙과 질서가 바뀌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만이 아니라 당장의 경제문제가 됐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건강영향만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방역으로 경제가 힘들어지는 것처럼.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선언인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이미 300개가 넘었다. 참여 기업들의 전력 소비 총량은 호주와 맞먹는다. 이들 기업은 자사의 RE100 선언을 넘어 부품 조달업체들이나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고 나서서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EU와 미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탄소국경조정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규제 여부와 대응 노력이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우리 돈 1경 이상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인 블랙락(BlackRock)은 기후위기가 곧 투자위기라 말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지속가능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기후위기가 투자의 방향 또한 바꾸고 있다.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추인데다 탄소집약적인 에너지체계를 기초로 한 우리로서는 새로운 세계 경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비켜가기 어렵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으로 총 에너지 수요를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100%로 나아가는 에너지 전환 없이는 기후위기에 경제위기로 생존이 어렵게 됐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타격을 입을 산업과 노동자들, 해당 산업 입지 지역주민들에게 이런 변화는 기후위기보다 더 직접적으로 당장의 생계에 위협이 될 것이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고 함께 전환해가는 ‘정의로운 전환, 공정전환(just transition)’이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5월에 탄소중립을 위한 최상위 거버넌스 기구로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할 전망이다. 상향된 2030년 감축 목표 재설정은 탄소중립위원회가 다뤄야 할 주요 당면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2009년, 우리는 2020년 감축목표를 선언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상황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목표의 선언을 넘어 온전한 이행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감축 계획과 이행 점검, 이행의 강제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변화되는 기후체계에 대한 적응 방안 마련과 이행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가진 발전시설이나 건물, 수송체계 등 물리적 인프라만이 아니라 법, 제도, 정책, 행정, 세제, 금융, 시장 규칙은 물론 우리의 생활양식과 인식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탄소를 제한 없이 배출하던 사회와 배출과 흡수 총량을 ‘0’으로 하는 사회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그야말로 문명의 대전환기다. 폭넓은 사회적 대화와 소통을 통해 우리가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장되어 모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우리가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로 이를 중심으로 사회는 재편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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