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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K-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길을 찾다

2021.09.13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우리나라 높은 혁신역량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져야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정보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산업·국가 수준의 생산성 증가 폭이 점차 감소하거나 오히려 반비례하는 ‘생산성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혁신 경제성장을 목표로 막대한 자본과 자원을 쏟아붓고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펼쳐왔음에도 그 성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2021년 혁신지수(블룸버그)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 전 세계 6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21위에서 무려 20단계나 상승하여 2014년 이후 2019년까지 6년 연속 줄곧 1위를 기록해 왔다. 이에 반해 1980년대 후반 7.7%에 달하던 경제 추세 성장률은 2010년대 이후 현재까지 생산성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국제특허출원은 세계 4위(2020년 기준)로 대기업 및 공공부문(대학·정부출연연)의 연구성과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수한 특허가 기술사업화로 연결되어 경제적 효익을 위해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이렇듯 국내외 혁신역량 평가 기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활발한 기술 및 경제 혁신을 실현했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는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여전할뿐더러 현존하는 IT 기술과 산업구조만으로는 더 이상 국가 혁신성장을 견인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대학 및 정부출연연 중심 혁신 생태계에서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로

혁신은 단순히 구조나 시스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적 측면에서 관찰해야 한다. 생태계 관점으로 혁신을 바라볼 때, 혁신의 성과가 가지는 모순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결속력과 지속력을 토대로 혁신이 진화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다트머스대학 론 애드너 교수가 혁신 성공을 위한 생태계 관점의 접근을 강조하고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론 애드너 교수는 혁신 생태계를 기업이 자신의 개별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지향 솔루션으로 결합해내는 협력적 연관관계로 정의하였다. 즉, 혁신 생태계 내 혁신은 특정 환경에 있는 기업·대학·연구소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 간의 끊임없는 경쟁과 협력을 통해 창출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혁신 생태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삼성 반도체 신화’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정부·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기업, 공공 중심의 혁신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미 글로벌 시장은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닌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이렇게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개방형 혁신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혁신 생태계에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내부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의 다양한 주체와 연계·협업이 원활한 스타트업 중심의 개방형 혁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startup ecosystem)’는 기업이 필요한 자원(아이디어, 기술, 지식 등)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자원을 외부와 공유하여 급변하는 기술·시장 환경에 보다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혁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이전에 있다. 과거 전통적인 혁신 생태계에서는 대학 및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에 이전해 대기업의 보유 자원을 통한 R&D와 상업화를 거쳐 시장에 출시하는 형태였다. 그도 당연한 것이 대기업 외에는 자체적으로 R&D를 통해 제품·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운스트림(down stream) 형태의 전통적 기술이전 및 사업화 방식은 기초연구가 지식재산권화되어 사업화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기까지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혁신의 성과가 즉각적으로 발현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간 막대한 자원 투입과 정책 지원에도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에 반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혁신 생태계에서는 스타트업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혁신 성과 창출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기초연구 → 지식재산권 → R&D 및 상업화 → 시장으로의 일방향적 다운스트림 형태의 기술이전 사업화 구조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로 하는 기초연구와 지식재산권·정보·기술 등 다양한 외부자원을 스타트업이 중심이 되어 결합하고 생태계 각 주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도화해 나가는 업스트림(upstream) 형태의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창출된 혁신의 산물이 기존시장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혁신이 발현되는 구조이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구축한 신시장은 대기업이 보유한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혁신의 확장을 이끌어 낸다. 이러한 업스트림 형태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국가 R&D 및 사업화, 지식 재산권 활용 구조가 스타트업의 단계적 수요에 맞도록 전면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업스트림 형태의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구현되며 전통적인 혁신 생태계보다 빠른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 즉,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돌파구이자 새로운 모델인 셈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인류의 대격변기에 우리가 글로벌 생태계에서 생존하고 더 나아가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질적 도약을 위한 한국형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모델 조성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국제적 위상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기부에서 발표한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수는 2016년 2개에 불과한데 비해 2020년에는 13개로 급증하였고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1년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는 국내 스타트업이 15개나 포함되었다.

또한 올해 CES(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박람회)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 중 스타트업이 22개(88%)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스타트업들이 국가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양적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성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혁신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혁신모델로 미국에는 ‘실리콘밸리’라는 민간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이는 모든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는 전 세계 최고의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책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 변화해 가는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모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할까. 우리에게는 ‘TIPS’라는 K-스타트업의 대표적인 민-관 협력 프로그램이 있다. TIPS는 민간이 발굴한 유망 스타트업에 민간의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을 집중시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즉,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 바로 ‘민-관 협력 모델’인 셈이다. 이러한 민-관 협력 모델은 이제 TIPS에서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모델인 창구 프로그램과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형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을 넘어 전 세계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 국가로 발돋움할 시기이다. 그 원대한 목표는 민-관 협력 시스템을 기초로 ‘스타트업’이 중심이 되는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우리 모두의 화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속히 조성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최고의 혁신 국가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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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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