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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중동 순방과 수출형 방위산업의 비전

2022.01.25 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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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문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

지난 1월 22일부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 순방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정상 외교와 함께 경제 외교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번 순방에는 특별히 중동의 3개국,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가 포함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과연 이번 순방은 중동 각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다양한 협의가 이루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중단되었던 걸프협력회의(GCC)와 우리나라 간의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친환경 미래산업 수요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각국의 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순방의 성과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방위산업 물품 수출에 관한 것이다. UAE와는 약 4조 원 규모의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2)의 수출이 결정되었다. 방산 수출 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계약에는 무기체계 공동 연구 및 개발(R&D)은 물론, 이미 개발된 무기체계에 대한 공동 구매와 생산, 제3국 공동 진출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력의 규모와 영역이 확대될 것을 예고하였다. 이번 협의는 UAE에 군사협력단으로 파병된 아크부대의 파병 10주년을 맞이한 때에 이룩한 성과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이집트와는 2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정도를 국산 무기가 차지하고 있다니 그 기술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이동식 대공포인 비호 복합 도입 사업을 협상 중이다. 무기의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외교적 결속력을 다지고 수출형 방위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외교적 결속력 제고

먼저, 이번 순방으로 전략적 요충지인 중동의 지역 강대국과 외교적 결속을 더욱더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중동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지역으로, 미국의 대중동 정책은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는 동맹국인 우리나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바, 중동 각국과 우리나라의 돈독한 양자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더불어 중동은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입국인 동시에 손에 꼽히는 대규모 수출시장으로, 한류 문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경제적 협력을 확대해 나갈 잠재력이 큰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가장 상위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군사협력, 그중에서도 상호 간의 깊은 신뢰를 요하는 방위산업에서의 협력을 이루었다는 것은 해당 국가와 우리나라 간 관계 발전의 큰 척도가 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발전하는 상호 간 관계는 차후 경제, 기술, 문화적 협력의 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 사안에 대한 협력과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가 간 관계의 진전은 국제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지지를 얻고, 협력과 공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외교적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신(新)성장동력으로서 수출형 방위산업 발전

이에 더하여, 이번 순방은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신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인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과거 우리 방위산업은 내수 의존형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에 부족한 탓에 신무기의 개발은 사업 타당성이 낮게 평가되어왔다. 그러므로 무기체계의 자체 개발보다는 수입에 크게 의존하였는데, 그 결과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의 발전이 지체되었으며 자주적 방위력 구축에도 한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순방의 결과를 비롯한 최근 방위산업 수출의 증대로 수출형 방위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은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 우리 국방 기술력의 우수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다. 최첨단 기술의 개발과 발전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은 범국가적 시스템 구축을 통한 군과 민의 기술 협력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군과 민이 협력하여 최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국방 분야에도 적용하게 하는 등 민군 이중용도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마련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수출형 방위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인식 제고는 여타 영역으로의 협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국방부는 물론,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및 방위산업체, 학교가 연계되어 민군 협력을 강화하고 그 노력이 국방 분야 선도기술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동 국가와 같은 대규모 시장을 타기팅(targeting)한 방산 수출전략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는 변화도 추동하고 있다. 수출형 방위산업의 발전이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 발전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방위산업의 비전

방위산업 물품의 수출은 국가 간의 신뢰 하에서 기술력에 대한 인정, 재정적 뒷받침, 군사적 조력 등 전방위적 여건이 만족하였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큰 노력이 투입되는 만큼 방위산업은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 그 가치의 범위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서 정치 외교적 신뢰와 지지, 과학기술의 발전, 국내 다양한 산업의 발전으로까지 확대된다.

무기 수출의 증가가 자칫 군비경쟁을 가속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수출 및 기술 개발의 중점을 한국형 아이언돔과 같은 방어형 무기에 두고 국익 창출에 힘쓴다면 방위산업이 가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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