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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중과세 시행, 정책 신뢰의 출발

2026.05.14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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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4년간 유예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2·3주택자에 20~30%포인트 양도세율이 가산되며, 유예 종료 예고만으로도 매물 급증·가격 하락 등 선제적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매물 감소 우려가 있지만,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공급 확대와 병행해야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2026년 5월 9일, 4년을 끌어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마침내 종료됐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매물 잠김 해소"를 명분으로 시작된 한시적 배제 조치는 이후 해마다 연장을 거듭하며 사실상 항구적인 완화책으로 굳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시장은 이제 새로운 국면 앞에 섰다.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양도세율이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 포인트가 가산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4년 전 유예 직전의 제도가 그대로 부활했다.

시장의 반응은 유예 종료 수개월 전부터 이미 뜨거웠다. 정부가 연장 불가 방침을 공식화하자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격히 늘어났고,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계속 기록을 갱신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와 급매를 노리는 실수요자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막판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고, 주택을 10채 이상 보유한 대량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 주택 정리 속도는 전년 대비 2.4배 빨라졌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기도 했다. 본격 시행 이전에 이미 시장 행동을 바꾸는 '공시 효과'가 작동한 셈이다. 충분한 예고와 강한 정책 의지가 결합될 때 세제가 시장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양도소득세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2026.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양도소득세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2026.5.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제는 양도세 중과 이후의 시장 변화다. 가장 먼저 일어날 변화는 아파트 매물 감소다. 매도를 하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매도를 포기하고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도물량은 줄어들면서 호가가 상승하고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실제로 가격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시장 변화가 중과세 정책의 방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매물 잠김 우려는 이미 이전 정권에서도 유예의 명분으로 반복해서 사용됐지만, 4년의 유예 기간 동안 주택 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왜곡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주택이 실거주 수단보다 자산 증식의 도구로 인식되는 한, 세제 완화는 투자 수요를 되레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단기 진통을 감수하는 결단이 불가피하다.

중과세의 장기적 의의는 세수 확보나 거래 억제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다주택 보유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주택 보유 행태와 시장 기대 심리를 바꾸는 것, 그리하여 투기 수요를 줄이고 매물이 시장에 꾸준히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본래 설계다. 당장의 불안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제 하나만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과욕이다.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 안정화, 질 좋은 공공주택 확충은 중과세와 긴밀히 연계되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동시에 가져가는 복합 처방이 뒤따를 때, 비로소 중과세는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중과세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단발성 조치로 그친다면 시장은 곧 다음 유예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관망으로 전환할 것이다. 반대로,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향한 일관된 정책 기조의 첫걸음임을 확인시켜 준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다는 신뢰가 시장에 뿌리내리는 순간, 다주택 투기 수요는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4년의 유예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단기 처방의 반복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책 신뢰를 줄인다. 그리고 정책 신뢰의 부재는 시장 불안을 먹고 다시 커진다. 부동산을 투자 자산이 아닌 생활 기반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은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정부가 단기적인 시장 변화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설계한 대로 정책을 이행하며, 이를 보완하는 후속 조치들을 체계적으로 쌓아갈 때, 비로소 시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신호를 읽을 것이다. 이번 중과세 시행은 그 길고 어려운 여정의 담대한 시작이다. 중과세 부활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향해 정책의 일관성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 그것이 시장 참여자 모두가 기다려온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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