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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현장의 신뢰를 깨운 1년, 이제 국가적 결단의 시간이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1년] ④ 유능Ⅱ

2026.06.09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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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이재명 정부는 '정상국가로의 회복'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방향과 질서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소통·실용·유능·민생·상생 등 5대 분야를 전문가 8인의 시선으로 돌아보며 지난 1년의 성과와 의미, 앞으로의 국정 과제를 살펴본다.
새 정부 1년은 과학기술계의 상처를 보듬고 R&D 예산 복원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연구 생태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었다. 반도체 초호황을 맞이한 지금,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국가반도체연구소 설립 등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전략적 조율자로서 기술 강국의 기틀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교수

반도체는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수출 1위를 차지해온 국가기간산업이다. 최근에는 국내 주력 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이 수백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이토록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현장에 뛰어들었고,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여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노력이 누적된 결과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의 위상도 크게 달라져, 2025년에는 세계 시장의 6%(4위)를 차지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투입된 재원만큼 성실하게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해왔음을 증명한다.

최근 반도체 분야를 필두로 과학기술자에 대한 보상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한때 특정 분야로만 우수한 인재들이 쏠리던 현상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에게는 보상의 수준이 가장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유롭게 다양한 연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존중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시기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낙인찍고 불성실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이유없이 연구 예산을 무차별 삭감했던 정책은 현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로 인해 연구 계약이 파기되거나 과제가 축소되어 연구를 중단해야 했던 '연구 난민'이 발생했고, 줄어든 예산으로 이전과 동일한 성과를 내도록 강요받는 등 신뢰가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은 이러한 상처를 보듬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었으며, 단기간에 많은 정책적 변화가 가시화되었다. 정부 R&D 투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5000억 원으로 확대되었고, 풀뿌리 연구를 위한 기본연구 예산이 복원되었으며, 이공계 학문후속세대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신진연구자와 박사후연구원 지원 예산도 대폭 증액되었다. 최근에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구혁신비'를 신설함으로써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했고, 회의비 집행을 비롯한 행정 절차도 간소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실패 위험이 따르는 도전 과정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하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했다. 민간 전문가인 PM에게 과제 관리 권한을 대폭 위임하면서 난제기술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새로운 국책과제들이 속속 착수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15% 삭감되었던 예산이 정상적으로 복원되어, 당초 계획했던 연구에 다시 몰입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도전적인 연구의 결과를 상용화하도록 지원하는 '첨단소재 원천기술 성장지원사업'이라는 신규 과제까지 추진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에게는 연구비의 절대적인 규모만큼이나 정부와의 연구 계약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정책적 전환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현장의 신뢰를 복원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중장기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가 연구의 동반자로서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이 현장의 열기를 다시 지피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열기를 실질적인 국가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소수의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과학기술계가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연구자에 대한 신뢰와 정교한 정책 판단이 제도적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연구자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율권을 주고, 연구정책방향을 쉽게 변화시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구분 없이 논문, 특허, 상용화, 창업 등의 천편일률적인 평가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기초연구는 기초답게 깊이있는 연구지원을 장기간 보장하고, 응용연구는 응용답게 실용성에 집중하여 지원해야 한다. 셋째, 응용분야 중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국방기술 등 핵심 전략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 주도의 집중 연구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GPU 26만 장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가 주도 연구 인프라 구축의 매우 바람직한 모범 사례다. 이제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용사업이 기획되어야 하고, 도전적인 연구의 성과를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여 신기술 사업화 및 창업과 긴밀히 연계한다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 경쟁국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가반도체연구소'를 조속히 설립하여, 속도감 있게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범국가적 연구개발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그동안은 막대한 투자 규모로 인해 추진이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으로 재정적 여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이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국가 주도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우주항공, 국방분야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가전략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연구예산 지원뿐 아니라 연구, 상용화 생태계, 산학연관 협력생태계를 만드는 조율자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 1년이 미래 성장을 위한 기초 공사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정부는 단순한 재정 지원자를 넘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돕는 '전략적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정교한 리더십과 연구 현장의 열정이 조화롭게 맞물릴 때,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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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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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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