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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에 ‘박사’란 뜻이 있어 나온 우스개지만 ‘닥터’에는 ‘의사’란 뜻도 있다. 2009년 가을, 난생 처음 연극에 도전한 작품이 닐 사이먼의 ‘굿 닥터’였다. 제목에 ‘닥터’가 들어가니 의사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지도 않는 의사를 제목에 달아놓은 닐 사이먼의 저의는 뭘까?
희곡의 바탕이 된 원작을 제공한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가 잠시 의과대학에 다녔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작품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치료해 준다는 의미일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제목을 우리말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었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제목이 나오지 않았고, 글쓴이가 제안한 ‘슬픈 인생’도 퇴짜를 맞아 유감스럽게도 원제 그대로 공연에 들어가게 되었다.
섭섭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것은 제작자와 연출자 그리고 배우들까지 우리말글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서 말이 잘 통했다는 사실이다. 연습할 때부터 잘못된 표현, 잘못된 발음을 서로서로 고쳐주었고, 연기뿐만 아니라 대사도 완벽하게 구사하자며 각오를 다졌다. 은연중에 ‘후까시’ 같은 일본말이 튀어나오면 “선배님, 후까시가 뭐예요? 힘을 좀 주신 거겠죠.”라며 일본말 사용도 삼갔다.
글쓴이와 같은 역을 맡았던 배우 전정훈은 “선배님, ‘팔이 얇다’라는 말은 틀린 거죠? 팔은 얇은 게 아니라 가는 거죠?”라며 올바른 우리말 표현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보여주었음은 물론 선배들께도 “선배님, ‘[무르베] 담요를 덮고’가 아니고 ‘[무르페] 담요를 덮고’가 맞아요.”라고 용기 있게 진언했다. 어렵고 힘든 게 사실이지만 모름지기 배우라면 우리말 발음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연출자 이대영은 무대 디자인의 한글화에도 신경을 써 무대 배경으로 설치한 큰 막에 한글로 재채기, 너무 늦은 행복, 생일 선물 등 각각의 에피소드 제목을 써넣었고, 개막 전 날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는 ‘국어 사용에서도 99.9%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9.9% 완벽’이란 말 자체가 모순일 수 있지만 여하간 우리말글을 잘 쓰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그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배우 정아미가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말하다가 ‘유도리 있게’란 표현을 썼다. 그 동안 참 많이 고민하고 많이 노력해 왔는데 하필이면 기자들 앞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까? 당사자는 물론이고 모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연출 선생님께서 국어를 바로 쓰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유도리’는 일본말이니까 이런 말들도 조심해야겠지요.” 글쓴이의 변명에 기자들이 웃어주었고, 당사자도 웃으면서 “그렇죠. 그러니까 유도리가 아니고, 맞아요, 융통성 있게 해야지요.”라고 자신의 말을 고쳤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한 번 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공연 시작과 동시에 배우들은 좋은 연기와 올바른 우리말 구사에 더욱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다행히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고, 무대 배경에 적힌 한글이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시는 관객도 있었다. “한글로도 저렇게 쓸 수 있는 거로군요!”
우리말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99.9% 완벽’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에디슨이 99%의 땀을 말했듯이 99.9% 노력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굿 닥터에서 함께 했던 스태프들은 현재 저마다의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말글 사랑에 대한 생각과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99.9%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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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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