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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탁 트이는 놀라운 비경이 눈 앞에

대도시 부산으로 떠난 생태여행

2012.10.23 한혜경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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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꽤 만만해 보이는 여행지다. 우리나라 제2의 대도시인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한 두 번씩은 가 봤음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KTX로 2시간 20분 남짓이면 닿는 편리한 접근성에, 해운대, 태종대, 광안리, 달맞이고개, 자갈치시장처럼 방송에 자주 소개되어 마치 가본 듯 착각이 드는 곳도 허다하다.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풍성해 갈 때마다 매번 즐거운 곳 또한 부산이다.
 
부산여행을 다녀왔다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위에 언급한 장소를 위주로 부산을 여행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마치 정석 코스인양 여행을 하고, 회 한 접시 먹고 돌아와서는 부산을 다 보고 온 것처럼 말들을 한다. 물론 개인적 취미에 따라 테마가 있는 여행을 하거나,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들을 골라 여행하는 이들도 간혹 있긴 하다. 하지만, 부산 여행의 패턴은 크게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부산은 역사와 지역성을 씨실과 날실 삼아 짠 독특한 직물 같은 곳이다. 한정된 공간에, 짧은 여행 기간으로는 그 매력을 십분 느끼기 어렵다. 며칠 눌러앉아 이곳 저곳을 쑤시고 돌아다녀보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봐야 비로소 ‘까리뽕쌈한’ 부산의 매력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놓쳐서는 안될 것이 산과 바다, 그리고 낙동강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자연환경 속에 녹아 든 부산의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낙동강 하구에 펼쳐진 삼각주 지역은 부산여행에서 빼놓아선 안될 장소다. 

부산의 생태관광 1번지 을숙도를 중심으로 생태여행을 떠나자. 숨겨진 부산의 새로운 매력에 빠질 것이다.

부산의 생태관광 1번지 을숙도를 중심으로 생태여행을 떠나자. 숨겨진 부산의 새로운 매력에 빠질 것이다.

부산 생태관광 1번지, 을숙도

낙동강 하구에 자리한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된 철새 도래지다. 하단으로 크고 작은 섬과 모랫등, 풀등들이 삼각형 모양으로 분포해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 지역을 형성한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이곳은 수심이 얕고 갯벌이 넓게 형성되어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에 좋은 지역.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불렸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명성이 많이 쇄락한 상태다. ‘개발’이 이유였다. 

섬의 북쪽으로 1987년 낙동강 하구둑이 관통하고, 2010년 남쪽 갈대밭 위로 을숙도대교가 가로질러 놓이면서 철새의 수는 급감했다. 부산의 대표적 산업단지인 사하구 하단동과 명지 자유경제구역 사이에 놓여있는 탓에 개발의 광풍을 피하지 못했다. 드넓은 갈대밭을 기대하고 간 이들에게 을숙도의 첫 인상은 ‘어? 뭐지?’일 수 밖에 없는 상황. 하단 산업단지에서 낙동강 하구둑을 타고 을숙도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문화회관, 자동차전용극장, 야외공연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간이축구장, 조각공원 등이 늘어선 위락단지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둑의 완공과 더불어 을숙도 전역은 인간의 간섭과 개발로 본래의 모습을 크게 훼손당했다. 한때는 쓰레기 매립지로도 이용되었을 정도. 갈대밭도 상당수 사라졌다. 철새가 떠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뒤늦게 을숙도 개발계획이 백지화되고, 갈대밭 밀집지역을 핵심보전구역으로 지정 보호하는 등 복원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위락편의시설이 밀집한 낙동강 하구둑 북쪽 지역을 제외한 을숙도 전체는 ‘교육·이용지구’, ‘완충지구’, ‘핵심·보존지구’의 세 부분으로 분리해 관리되고 있다. 갈대군락을 보려면, 하구둑 남쪽에 조성된 철새공원까지 가야 한다. 철새공원 내에 자리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2층에 갈대군락과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실내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교육·이용지구’에 설치된 탐조대를 이용하면 육안으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철새들이 산란하는 ‘핵심·보존지구’는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 멀리서 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하구답사, 곤충, 식물관찰, 갯벌체험, 갈대체험, 탐조체험, 습지탐방을 통해 더 자세히, 더 즐겁게 을숙도의 생태를 배우고 즐길 수 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낙동강하구에코센터.

한때 크게 손상되었던 을숙도의 갈대군락는 매년 조금씩 그 면적을 넓혀가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갈대군락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곁에 공단지역에 인접해 있고, 섬 건너편 가덕도의 개발이슈로 환경이 열악해질 위험요소는 상존하고 있지만, 철새들이 깃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이런 점에서 을숙도는 부산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일 뿐 아니라, 개발보다 보존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사실을 20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보여주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을숙도 생태여행은 부산시티투어(www.citytourbusan.com)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하루 2차례 출발하는 ‘을숙도자연생태 코스(약 3시간 40분 소요)’는 송도해수욕장, 암남공원, 다대포, 을숙도, BIFF 광장 등을 거쳐 부산역으로 되돌아온다. 부산의 자연적 특성과 그 안에 펼쳐진 멋진 풍경들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부산의 숨은 생태명소, 아미산 전망대

을숙도 여행이 조금 아쉽다 느껴지는 분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아미산 전망대(wetland.busan.go.kr)다. 신평공단에서 다대포로 이어지는 곳에서 언덕길로 접어들어 아파트단지 사이를 지나야 나오는 이 전망대에 오르면, 지리시간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낙동강 삼각주’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을숙도를 시작으로 다대포와 가덕도 사이에 펼쳐진 낙동강 하구의 드넓은 갯벌과 모래톱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장관이다. 여행지로 그리 알려진 곳이 아니라 찾는 이가 많지는 않지만, 부산여행을 꽤나 오래 기억나게 만들 보석 같은 장소임에 틀림 없다.

하얀 모래톱이 아름다운 ‘도요등’, 백합조개가 많이 난다는 ‘백합등’, 1987년 하구둑의 건설로 인근 반월도에서 분리된 ‘맹금머리등’이 앞쪽에 펼쳐지고, 명지 자유경제구역 남쪽으로 자리한 ‘대마등’, ‘장자도’, ‘신자도’, 가덕도 가까이 자리한 ‘진우도’가 함께 만들어내는 광활한 삼각주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묘한 힘을 지녔다. 포항 형산강과 울산 태화강에도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지만, 바다와 강의 합작품인 낙동강 삼각주는 스케일과 형태 면에서 월등해 보인다. 

‘2011년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아미산 전망대의 백미는 야외 전망대. 건물 옥상으로 오르는 비스듬한 경사를 오르면 낙동강 삼각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기에 딱 좋은 장소가 등장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경치가 매력적인 곳이다. 전망대 실내에는 낙동강 삼각주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다. 삼각주가 형성되는 과정과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옛날 삼각주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도 엿볼 수 있다.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주말에만 운행하는 낙동강하구탐방체험 선박을 이용하는 것도 의미 있다. 손에 잡힐 듯 펼쳐졌던 삼각주의 풀등들과 섬, 갯벌 등을 3시간 가량 돌아보는 코스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일몰.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일몰.

아미산 전망대에서 보는 일몰은 일품이다. 풀등 너머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는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몰운대 또한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다. 다대포 해수욕장 한쪽에서 시작되는 나무데크를 따라 바다로 돌출된 해안절벽을 300여 미터 걸으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멋진 전망대가 나온다. 데크 곳곳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바람을 쐬기에도, 낙조를 즐기기에도 좋다. 을숙도와 아미산 전망대, 몰운대로 이어지는 생태여행 코스는 이전엔 알지 못했던 항구도시 부산의 치명적인 매력을 강하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여행코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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