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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 ‘설산부시’, 17세기, 비단에 수묵, 24×17㎝, 간송미술관 소장 |
눈 오는 날을 그린 그림 하나를 보자. 어깨에 올린 멜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버겁게 나뭇짐을 진 사내 몰골이 텁수룩하다. 내려오는 비탈길이 매우 조심스럽다. 그의 표정은 잔뜩 긴장해있다. 먼 산은 등성이만 남아 몸통이 보일락 말락하고 나뭇가지는 간밤에 내린 폭설을 옴팍 뒤집어썼다. 눈이 그쳐도 산바람은 매섭고 차갑기 마련이다. 사내는 실눈을 뜨고 입을 앙다물었다. 짚신이 허술하니 발인들 얼마나 시릴까. 미끄러질세라 감발을 친 아랫도리가 엉거주춤한 기마자세다. 저 사내 역시 한 집안의 가장일 것이다. 행색으로 보건대, 아래로 자식을 수발하고 위로 어른을 모시는 삶이 고단한 실정이다. 먹여 살릴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그는 이 한겨울의 고된 노동을 멈출 수 없다.
그림 제목은 ‘눈 내린 산에서 나무를 지다’라는 뜻의 ‘설산부시(雪山負柴)’다. 그린 이는 17세기의 문인화가인 공재 윤두서다. 그는 국보로 지정된 ‘자화상’을 그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선비다. 공재는 민촌의 소박한 풍경을 따스한 시선으로 화폭에 자주 옮겼다. 이 그림도 힘겹고 지겹고 각박할지 모를 나무꾼의 하루가 간략한 필선과 맞춤한 구도로 표현돼 있다. 공재는 그러나 나무꾼의 발자국을 그리지 않았다. 우리 옛 그림이 일쑤 그러하다. 대낮에 길을 걸어가도 그림자가 없고, 푹푹 빠지는 눈길을 딛어도 자취가 남지 않는 것이 옛 그림이다. 무슨 다른 심오한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림에서는 현실의 합리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길을 걸을 때는 발걸음을 조심하라고 옛 어른들은 말했다. 뒤에 올 사람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청나라 조관의 시는 눈밭에 찍힌 나무꾼의 발자국을 심오하게 받아들여 노래한다. 그의 시 ‘답설’을 읽어보자. ‘눈을 밟고 산중의 나무꾼을 찾아가니/ 나무꾼은 눈을 밟고 가버렸네/ 한 가닥으로 난 짚신 자국을 따라/ 소나무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네’ 이 시에 나오는 나무꾼은 예사 나무꾼이 아니다. 고결한 품성을 지닌 채 세속을 등진 은자를 일컬어 흔히 ‘산중 나무꾼(山樵)’이라 한다. 그의 발자취는 이른바 ‘한소식’을 듣고자 하는 추종자를 끌어 모으기 마련이다. 공재의 나무꾼은 어떤가. 이 나무꾼에게 삶은 멈출 수 없고 견딜 수밖에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겨울을 넘겨 입춘이 오면 저 사내도 땔나무를 팔아 설날에 복조리를 사리라. 그리고 보잘것없는 문간이지만 춘방(春榜)을 붙이며 한해의 소망을 빌었으리라. 겨울눈이 아무리 덧정 없어도 봄이 오면 녹는다. 발자취조차 남기지 않은 사내지만 다가올 훈풍을 그리며 그는 시리디시린 한설을 오늘도 밟는다.
◆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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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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