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같잖지만 어쩌다 하는 짓이 제법 쓸 만한 사람을 일러 선인들이 눙치는 말이 있다. ‘솔개도 천년을 살면 꿩을 잡는다(鳶壽千年 亦促一雉).’ 알다시피 솔개는 수리 과(科)에 속하는 날짐승이다. 몸은 갈색인데 얼굴과 멱통 주변은 흰 색깔이고, 날 때는 각이 진 날개와 제비 같은 꽁지깃이 눈에 두드러진다. 솔개는 ‘소리개’라고도 불렀다. 솔개가 천년을 살아야 꿩을 잡을 줄 안다는데, 그 말은 솔개로 태어나서 꿩 잡기는 글렀다는 뜻과 사실상 진배없다. 나름대로 맹금(猛禽)으로 칠 만한 녀석을 두고 무슨 천년이나 공력을 닦아야 한다고 폄하했을까. 솔개는 매와 다르다. 수리 과에다 매 목(目)에 드는 솔개지만 매가 되기에는 한참 먼 솔개는 주로 썩은 고기나 죽은 물고기를 먹는다. 매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게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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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래, ‘바다의 매’, 18세기, 비단에 채색, 116.5×63.3㎝, 간송미술관 소장 |
매 그림 하나를 보자. 조선 후기의 화원 정홍래가 그렸다. 정홍래는 조선에서 매 그림에 관한 한 알아주는 전문화가여서 우뚝한 바위 위에 버티고 앉아있는 매를 여러 점 그려 조정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 그림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물보라가 놀치고, 바위는 댕댕하게 솟구쳤다. 저 매는 흰빛을 띤 보라매, 곧 열보라이다. 매의 위엄찬 모습이 보란 듯이 늠름하다. 깃을 펼치면 구름 낀 하늘이 가깝고, 눈을 굴리면 참새 따위는 자취조차 뵈지 않는다는 그 매다. 목덜미 깃은 다듬은 듯이 매끈한데, 천공을 날다 착지 이후 막 접은 듯한 날개가 어깨놀이에서 다시 꿈틀거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흰 비늘로 덮인 매의 발톱은 으스스할 정도로 예리하다. 한쪽 발로 꿩의 멱을 지그시 파고들고 다른 발로 버둥거리는 등짝을 찍어 누르는 매의 사냥 장면이 금세 머리를 스친다.
매 사냥은 중국이나 우리 땅이나 다 성했다. 마르코 폴로의 증언에 따르면, 원 세조 쿠빌라이는 매 사냥을 나설 때 무려 7만 명의 수행원을 거느렸단다. 한 마디로 어마어마한 행차였다. 군주의 레크리에이션에 동원된 숫자로 보기에는 터무니없지만 그게 팩트라고 ‘동방견문록’은 딱 부러지게 기술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또한 역사는 쿠빌라이의 호들갑스런 유흥 때문에 고려 왕조가 시달렸다고 귀띔한다. 원나라에까지 우리 땅에 사는 매가 용맹스럽다고 알려졌던 모양이다. 우리 사냥 매가 바로 해동청(海東靑)이다. 고려 왕실은 이 산 저 산 뒤져 매를 잡느라고 혼쭐이 났다. 그러고 보면 이 그림도 하나의 실마리가 되는 예이다. 그림의 배경을 알게 되면 그렇다. 얼른 보는 이는 다들 동해의 일출 장면이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조선의 매는 해안 절벽에 둥지를 트는 텃새로 알려진다. 옛 문헌을 뒤지면, 해주목(牧)과 백령진(鎭)에 서식하는 매를 그 중 으뜸으로 친 게 보인다. 백령(白翎)은 ‘흰 깃털’이란 얘기로 매와의 친연성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하게도 그림 속 매가 있는 곳은 서해로 여겨진다. 서쪽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저 해는 지금 일몰의 장관을 날짐승의 용맹 앞에 펼쳐놓는다.
‘꿩 잡는 게 매’란 말이 있다. 매의 본분이 오로지 꿩 사냥에 달렸다는 말이다. 그러니 꿩 못 잡는 매는 만사 황이다. ‘꿩 떨어진 매’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물건을 가리키고, ‘꿩 놓친 매’는 다 된 일에 코 빠트리는 꼴을 이른다. 사납고 날래지만 그 성질로 완수해야 할 임무가 꿩 잡기가 아닌 담에야 아무리 용감한들 만용으로 흐르기 쉬운 것이 매의 생태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매가 힘센 자의 바르고 제대로 된 용력(用力)을 암시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괜한 매 그림 이야기가 길어졌다.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힘! 힘!’ 하는 데, 민생은 힘들지 않고 나라는 힘차게 나아가기를 꿈꾼다.
◆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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