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최고 스타 김연경 선수가 해외팀 이적을 놓고 소속팀 흥국생명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고 있다. 반면 프로야구 류현진 선수는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들의 해외 진출은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축구의 차범근 선수를 시작으로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실 차범근 선수가 독일에 진출할 때도 군 문제와 여론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군 문제는 공군에서 3년간 꼬박 복무해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나 축구대표팀 전력이 약해진다는 여론이 더 큰 문제였다.
당시 한국 축구는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만약 차범근 선수가 분데스리가 팀과 계약을 하면 아마추어 신분을 잃게 돼 더이상 국가대표로 뛸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78년 11월13일 당시 박준홍 대한축구협회장이 차범근 선수의 분데스리그 진출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당시 축구대표팀 함흥철 감독은 “차범근 없는 대표팀을 어떻게 꾸릴지 난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범근 선수는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는 출전했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과 공동우승을 차지하는데 앞장선 뒤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등에서 10년 동안 313경기에서 98골을 넣는 등 ‘차붐’을 일으키며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
축구의 차범근 선수에 이어 야구에서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가 많았다. 우선 고 최동원 선수를 꼽을 수 있다.
최동원 선수는 연세대 재학시절이던 1981년 캐나다에서 열린 대륙간컵야구대회 캐나다 전에서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 경기가 끝난 뒤 캐나다에 연고를 두었던 토론토 불루제이스에서 입단 제의를 해왔고, 당시로는 거액인 20만 달러의 계약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당시 군 미필자였던 최동원 선수는 결국 군 문제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반면 선동열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선동열 선수도 끊임없이 메이저리그의 유혹을 받았다.
고려대 4학년이던 1984년에는 LA 다저스에서 50만 달러의 계약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동열 선수 역시 병역문제가 걸림돌이었다.
그는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금메달로 병역이 면제됐지만, 5년 동안 국내에서 뛰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선동열은 1985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11시즌 동안 뛰면서 팀을 6번이나 우승시키는 데 앞장섰다. 당시엔 해외 진출 규정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선동열의 해외진출에 찬성했고, 여기에 선동열이 전성기를 지나기 전에 막대한 임대료를 챙기는 게 낫다는 해태 구단의 실속이 더해져 결국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선동열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시즌 동안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10승4패 98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로배구 문성민 선수의 해외 진출도 순탄치만은 았았다. 배구에서는 1970년대 김호철 선수의 이탈리아 진출, 1990년대 이성희의 독일 분데스리그 진출 등 세터들의 해외 진출이 종종 있었지만, 공격수의 해외 진출은 문성민 선수가 처음이었다.
2009년 경기대 졸업을 앞둔 거포 문성민 선수는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문성민 선수의 소속팀인 경기대와 대한배구협회도 문성민 선수의 해외 진출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프로화를 눈앞에 뒀던 한국전력에서 문성민을 지명했기 때문에 문성민은 향후 5년 이내에는 한국전력 외에 국내 다른 팀에서는 뛸 수 없게 돼 있었다.
결국 문성민은 해외 진출을 강행했고, 독일의 프리드릭스 하펜에 2년간 연봉 1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프리드릭스에서 1년을 뛴 문성민은 2009년 터키리그 할크방크로 이적했고, 2010년 시즌을 앞두고 캡코45(옛 한국전력)에 입단한 뒤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하는 형식으로 국내에 복귀했다.
해외진출 과정이 가장 험난했던 선수는 여자배구 스타 김연경 선수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 제3조에 따르면, ‘매년 전 경기의 25% 이상 출전해 6시즌을 뛴 선수는 자유계약 즉 FA가 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김연경 선수가 지난해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일본과의 동메달전에서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EPA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그리고 해외임대 선수 54조에 따르면, ‘해외 임대선수는 구단과 선수가 합의하여 해외리그 소속구단에 임대한 선수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해외임대 선수 54조다.
김연경 선수는 구단과 합의해 해외에서 뛴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뛴 기간도 FA 자격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해외에서 뛴 기간은 FA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홍국생명은 김연경 선수가 뛴 일본의 마베라스 팀으로부터 한 푼의 임대료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OVO는 뒤늦게 신인선수에 한해서 외국에서 뛴 임대 기간도 FA 기간에 포함된다고 규정을 고쳤다. 그러나 기존 선수는 해당되지 않고 소급적용도 규정도 없다.
김연경 선수는 국제배구연맹의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받아 현재 터키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뛰고 있다.
반면 프로야구 류현진 선수는 비교적 순조롭게 해외에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는 국내에서 7시즌을 뛰면 소속 구단 동의가 있을 경우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9시즌을 뛰면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서 7년간 뛰었는데, 구단과 김응용 감독의 전격적인 승인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한화는 그 대가로 LA 다저스로부터 2573만 7737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받았다.
◆ 김동훈(스포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