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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예술이 담긴 고흐와 이중섭의 그림편지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 고흐와 이중섭의 그림편지

2015.03.03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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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1916~1956)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890)의 삶과 예술을 비교해보면 참 닮은 점이 많다.

‘짧은 생애’, ‘불행한 죽음’, ‘주옥같은 명작’, ‘열정과 재능’, ‘그림편지’ 등등. 이 중에서 많은 편지를 남긴 부분은 여느 화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통점이다.

반 고흐는 짧은 생애 동안 909통에 달하는 편지를 남겼다. 이 중 정신적 동반자이자 물질적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668통이다.

이중섭은 마사코에게 편지 38통과 그림엽서 100여 점을 보냈다. 편지는 전쟁과 가난으로 생이별한 후 주고 받은 것이고, 그림엽서는 결혼 전 4년간의 연애시절에 보낸 것이다.

그림엽서는 이중섭이 마사코와 연애시절에 보낸 사랑의 징표로써, 편지는 당시 절박했던 시대상황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이중섭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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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화가의 그림편지에 공통으로 들어간 단어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코 ‘사랑’이다.

이중섭은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남덕군’, ‘세상에서 제일로 상냥하고 나의 소중한 사람’, 언제나 ‘나의 귀여운, 나의 소중한 남덕’이란 말 등 ‘사랑의 표현’이 가득하다.

반 고흐 역시 사랑하는 연인에게 편지를 쓰듯 언제나 ‘사랑하는 테오’로 시작하여 ‘너의 빈센트’ 혹은 ‘영원한 너의 빈센트’ 라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한다.

이중섭이 다양한 표현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반 고흐는 편지를 쓰는 일반적 형식처럼 일관된 표현을 사용했다. 두 사람의 사랑의 성격은 다르지만, 사랑의 깊이만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고흐는 편지로 테오에게 자신의 일상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생활상을 고백한 내용과 더불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 현재 그리는 그림, 다른 화가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리는지 작품의 제작과정을 면밀하게 적었다. 색채, 구도, 재료, 제작 시기, 작가관 등 작품과 예술에 관한 개인적 생각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있어 반 고흐의 성격과 편지를 쓸 당시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자신의 그림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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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고흐의 방에 대한 그림편지는 ‘침대의 나무 부분과 의자는 신선한 버터 같은 노란색이고, 시트와 베개는 라임의 밝은 녹색, 담요는 진홍색이다. 창문은 녹색, 세면대는 오렌지색, 세숫대야는 ….’

이렇듯 그림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편지로 썼다. 자신의 그림설명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밀레’, ‘들라크루아’, ‘루벤스’ 등을 존경하는 이유나 예술의 특징은 물론 좋아하는 색, 예술가의 정신과 자세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적었다.

‘실제와 똑같이 그리고 색칠하는 것이 화가가 추구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며 화가의 개성이 담긴 내적 표현을 강조하며 현대미술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주장하는 식의 내용도 많다.

이처럼 반 고흐 편지는 안부를 묻는 단순한 편지를 넘어 그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는 ‘반 고흐의 기록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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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그림편지(엽서)는 기본적으로 가족을 향한 사랑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반 고흐의 편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많은 설명이 곁들인 편지보다 그림으로 글을 대신했다는 점에서 우선 차이가 있다.

연애 시절에 보낸 그림엽서에 다양한 이미지로만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림엽서는 사랑의 감정을 다양한 은유적 이미지로 표현한 이중섭의 풍부한 상상력과 더불어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조형적 특징들로 가득하다.

사물의 표현 능력과 인물과 사물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화면구성 능력’, ‘선묘의 특징’까지 이중섭 회화의 전반적 특징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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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견주어 그림편지는 전쟁으로 이별했던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로 반 고흐처럼 자신의 일상을 알려주고, 현재 그리는 그림과 앞으로의 계획을 가족에게 알리는 내용이 많다.

따뜻한 남쪽을 향해 떠나는 행복한 가족의 미래를 그림과 함께 적은 <길 떠나는 가족>이 있는 그림편지처럼 가족과 떨어져 홀로 남은 이중섭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신을 믿고 마음 편하게, 미래의 일만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내용과 그림으로 성공해서 꼭 아름다운 재회를 하겠다는 다짐, 가족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내용이 많다.

궁극에 이중섭의 그림엽서와 편지는 아내와 떨어져 있는 동안 두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희망의 끈이었다.

사랑을 테마로 한 그림뿐 아니라 엽서를 보낼 때 쓰는 주소와 이름마저 하나의 작품처럼 신경을 썼던 이중섭.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고치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았던 그의 마음이 현존하는 편지와 엽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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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대부분 사람에게 나는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 주겠어.” 라는 내용의 편지가 있다.

이 편지의 내용처럼 반 고흐는 자신이 품고 있었던 예술의 열정을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열정의 산물’인 그의 주옥같은 명작들은 수많은 애호가를 만들었고, 세계미술사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결국, 고흐는 동생에게 호언장담하던 약속을 지켰다.

이중섭은 화가로 성공해서 재회하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는 지켰다.

2014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이중섭의 <황소>가 1위, <소>가 2위를 차지했고, 최근 ‘이중섭의 사랑, 가족’ 전(현대화랑)이 연장전시를 할 만큼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언제나 변함없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면서까지 화가의 길을 고집했던 이중섭의 의지와 노력이 결국 성공의 결실을 거둔 셈이다.

궁극적으로 두 사람은 내용과 형식에서 자신들만의 특성이 담긴 독창적인 예술적 성취를 이루었다.

표현감정이 소용돌이처럼 솟은 반 고흐의 두텁고 투박한 질감(임파스토impasto)과 새로운 재질(담배포장은박지)에 상감기법 같은 독창적 기법으로 독자적 세계를 그린 이중섭의 은지화는 동서양을 넘어 각자 이룬 값진 예술적 성취이다.

현대사회는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쓴 손글씨 대신 e메일이나 간편한 문자메시지가 손편지를 대신한다.

생활의 편리함을 거부할 수 없지만, 이중섭과 반 고흐의 그림편지처럼 손편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인간미와 감동은 만나기 어렵다.

이중섭과 반 고흐는 비록 비극적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두 사람의 삶과 예술을 지켜주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었다.

뜨거운 가족애로 아픔과 예술가로서 고독을 이겨냈던 이중섭과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이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부부애’와 ‘형제애’가 사라지는 삭막한 현실을 보면서 새삼 두 화가를 둘러싼 진정한 가족 사랑을 되돌아보게 된다.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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