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나무가 있다. 호랑가시나무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이 나무를 본 적은 있지만 막상 이름을 댈 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호랑가시나무는 겨울나무로 불린다. 나에겐 강렬한 잔상이 하나 남아있다. 몇 해 전 충남 천리포수목원에서다.
폭설이 내려 천지는 온통 순백이었다. 그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붉은 점이 알알이 박힌 나무들의 열병식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백설의 어지러운 군무 속에서 진녹색 가지 사이로 피를 토해내듯 도도한 자태를 드러낸 붉디붉은 열매들. 겨울날, 화이트와 그린과 레드의 환상적 어울림이 이만한 게 어디 있을까. 자연은 오묘했다.
크리스마스철에 리스(wreath, 화환)나 장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나무라고 하면 기억할 것이다. 성탄 카드에 촛불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녹색 잎과 빨간 열매가 바로 이 나무다. 잎과 열매의 변화가 독특하다. 둥글고 여린 잎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가죽처럼 빳빳하고 윤기가 흐르는 육각형 방패 모양으로 변하고 끝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다. 잎이 진 자리에 조롱조롱 생겨난 콩알처럼 작은 파란 열매들은 겨우내 붉은 색을 덧칠하며 봄날까지 간다.
나무 이름이 참 정겹지 않은가. 잎 끄트머리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썼다 해서 ‘호랑이등긁개나무’로 불리다 호랑가시나무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고양이 새끼 발톱을 닮았다 해서 묘아자(猫兒刺)라고도 하고, 나무줄기가 개뼈를 닮았다 해서 구골목(枸骨木)이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 열매가 뼈질환에 유용한 약재로 쓰인다.
키는 별로 크지 않다. 전북 변산반도 이남 해변가 낮은 산의 양지에 주로 분포하는데 변산반도의 부안군 산내면 호랑가시나무 자생지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따뜻한 지방에서만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처럼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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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에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는 붉어진다. 하얀 눈과 녹색의 잎, 붉은 열매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겨울나무다. (자료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우리나라 호랑가시나무는 외국종보다 잎이 크고 예쁘며 나무 모양도 아름답다.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귀화 한국인 고 민병갈(칼 밀러) 박사가 1979년 완도에서 발견해 국제식물학회에 보고한 유명한 완도호랑나무가 대표적이다. 이 수목원에는 호랑가시나무 6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한번은 눈이 내린 어느 겨울날에 근처를 날던 헬기가 이 나무들의 빨간 열매를 보고 화재 신고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실 식물의 열매가 이토록 빨간 것은 새들의 눈에 잘 띄어 번식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호랑가시나무의 영어 이름은 성(聖)스러운 나무라는 뜻의 ‘hollywood’다. 이 나무가 성탄과 함께 등장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날카로운 가시는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쓴 면류관이며 빨간 열매는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고 한다. 로빈(티티새)이라는 작은 새가 예수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부리로 가시를 뽑아내려다 그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도 이 나무에서 따온 지명이다.
촛불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해가 저물어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하면 떠오르는 빨간 색들이 있다. 촛불도 붉지만 산타클로스 옷, 루돌프 사슴코, 크리스마스 꽃 포인세티아, 그리고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다.
멕시코가 원산인 포인세티아에도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져 온다. 성탄에 예수에게 바칠 선물이 없어 슬퍼하던 한 아이가 들풀을 한 줌 꺾어 성당에 갔는데 그 풀이 빨갛게 변했다고 한다. 가난한 한 소년이 눈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는데 그 자리에 붉은 잎이 달린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피어났다는 전설도 있다. 포인세티아라는 이름은 조엘 포인세트라는 멕시코 주재 미국 초대 대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야생화를 1828년 미국으로 가져왔는데 그의 이름이 꽃의 이름이 되었다.
호랑가시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이야기와 믿음이 전해지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재앙이 없어지고 기쁜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는 이 나무를 꺾어서 정어리의 머리에 꿰어 처마 끝에 매달면 잡귀가 무서워 들어오지 못한다는 풍속이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심볼인 ‘사랑의 열매’도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로 알려져 있다. 세 열매는 나와 가족, 이웃을 상징하고 빨간 색은 사랑, 한 줄기로 모아진 모양은 함께 사는 사회라는 의미라고 한다.
한겨울 차갑게 움츠러드는 세상에 붉은 것들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다사해진다. 붉은 꽃과 붉은 열매의 이야기에서 보듯 붉음은 대속(代贖)이며 희생이고 사랑이자 나눔의 색이다.
서울에 첫 눈이 내렸다. 따스한 남쪽으로 길을 떠나 매서운 바람 속에 고고하게 붉은 열매를 품은 호랑가시나무를 보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떠나기 어렵다면 집 안에 한 그루를 들여놓는 것도 좋다. 문득문득 붉은 열매와 날카로운 가시를 바라보면 한 해를 보내는 소회에 잠길 것이다.
“호랑가시나무 푸른 빛은 겨울에 더 빛이 난다네…세속의 찌든 냄새를 톱니처럼 잎사귀마다 슬어 놓고 내 속을 내가 찔러 곪아 터진 상처 쉬이 아물지 않네…세상을 향해 내어놓을 가시를 만들지 못해 스스로 삶을 레테의 바다로 흘러 보낸 가녀린 꽃…숨이 멎을 듯한 아픔도 세월 가면 잊힌다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면 더 검어지는 바다…호랑가시나무는 겨울 찬바람 맞으며 오늘도 푸르게 푸르게 눈을 뜨네.” (주선화 시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 부분)

◆ 한기봉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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