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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만우절에도 봄은 오는가

2017.04.03 한기봉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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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만우절이 강적을 만났다. 상대의 펀치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래서 올해 만우절은 재미도 긴장도 없었다. 언론사 국제부 기자들도 내심 그랬을 것이다. 국제부 기자들은 이날이 오면 외신 기사에 눈을 부릅뜬다. 만우절 바보가 되는 건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언론이 외국 유력 매체의 만우절 기사에 낚여서 사과한 경우는 꽤 여러 번 있었다.  

한 신문은 2008년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인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가 된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만우절 기사에 속아 정정보도를 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아있었다는 스위스 언론, 토니 블레어 총리가 퇴임 후 연극배우가 된다는 영국 뉴스에도 낚였다. 2003년 만우절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피살되었다고 한 공중파가 보도해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진짜 같은 CNN 홈페이지를 만들어 기사를 썼는데 거기에 말려든 것이다.

생각난 김에 서구의 유수한 전통언론들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만우절 기사를 찾아봤다.

만우절 뉴스의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 BBC는 1957년 지구의 이상기온으로 스위스의 한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렸다며 농부들이 이를 수확하는 영상을 방영했다. 2008년에는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떼를 발견했다며 영상을 보여주었다.

2009년 영국 가디언지는 188년간의 잉크 시대를 드디어 마감하고 세계 최초로 모든 뉴스를 트위터로 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디어의 신기원’이라는 언론 전문가의 평까지 붙였다.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과학학술지 네이처도 동참했다. 1998년 미국 노스 다코다주에서 용(龍)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인터넷판에 보도해 고고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웨덴의 한 TV는 1962년 방송국 기술자를 출연시켜 “흑백TV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우면 컬러TV가 된다”고 실연했다. 스타킹이 매진됐다.

독자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나중엔 즐거워했다. 그날이 오면 그런 뉴스를 기다리고 기꺼이 속아주기도 했다. 물론 매년 속는 4월의 바보도 있었겠지만. 하지만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언론사들도 그럴싸한 뉴스 만들기 경쟁을 했다. 무조건 기발하기만 해도 안 된다. 만우절 뉴스에는 유머와 함께 세태 풍자와 해학, 때로는 인류에 대한 경종이 있어야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머에 대한 문화적 차이일까. 우리나라 언론이 만우절에 대놓고 거짓기사나 장난기사를 생산한 적은 거의 보지 못했다. 차라리 대학신문은 참신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은 2002년 학보 발행일이 만우절이 되자 1면을 재기발랄한 기사로 채웠다. 톱기사는 LG가 서울대를 인수해 민영화한다는 것이었다. 교내에 지하철역이 생긴다, 오늘 학생회관 식당은 무료, 고시반을 신설한다는 뉴스도 실렸다. 

우리 정치도 근엄하긴 마찬가지다. 독설은 횡행해도 유머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7년 만우절에 갑자기 백악관 브리핑룸에 나타나 거짓말을 발표했다. 생중계됐다.

만우절에 발생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던 아픈 뉴스도 있었다. 매년 만우절이면 포털 실검에 오르는 홍콩 배우 장궈룽(張國榮). 2003년 4월 1일 그는 홍콩의 호텔에서 몸을 던졌다. 잘 나가던 47세였다. 그는 거짓말처럼 떠났고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올해 만우절에 회자될 뉴스는 무얼까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 뉴스는 별로 없고 대신 이런 뉴스를 읽었다. 해외의 적지 않은 언론들이 올해는 만우절용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고도의 만우절용 기사가 아닌가했더니 진짜였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몇몇 신문은 ‘성공적인’ 만우절 기사로 독자를 속이는 전통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언론들도 올해는 장난을 자제했다.
 
예기치 못한 강적을 만났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갑자기 전 세계적 이슈가 된 가짜뉴스(fake news)가 불러온 후유증이다. 거짓말의 후발주자인 페이크 뉴스가 유구한 전통의 만우절 뉴스를 쫓아낸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격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만우절 다음날인 4월 2일이 무슨 날인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국제팩트체킹데이(IFCD:International Fact-Checking Day)’가 제정됐다는 것이다. 올해가 제1회이다.

여러 나라의 팩트체커(fact cheker, 사실검증 전문가)들이 매년 모이는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이란 게 있다. 작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3회 행사에서 국제팩트체킹데이를 제정하기로 결의했다. 홈페이지(http://factcheckingday.com/)에 들어가봤다. 초기 화면에는 코를 치켜 올린 피노키오 그림이 떡하니 걸려있다.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법, 팩트체킹 퀴즈가 있고 최악의 거짓말을 선정하는 투표도 진행 중이다. ‘거짓말의 날’ 다음날에 ‘사실검증의 날’이 생긴 것이다.

가짜뉴스와 만우절 거짓뉴스는 같은 뉴스 형식이지만 후자는 공인된 합법이다. 책임도 묻지 않는다. 전자는 악의를 숨긴 새빨간 거짓말이고 후자는 선의의 하얀 거짓말이다. 앞의 것은 조작이지만 뒤의 것은 창작이다.  

올 만우절의 섭섭함을 그나마 영국 텔레그래프지 기사가 위로해준다.

스코틀랜드에 야생 북극곰이 발견됐다. 빙하가 녹는 바람에 유빙을 타고 떠내려 왔다. 그럴싸한 영상에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졌다.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은 롤로 피아프(Rollo Piaf). 만우절(April Fool)의 애너그램(anagram, 철자 순서를 바꿔 재조합한 단어)이다. 북극곰의 이름은 릴파 루프(Lirpa Loof). 눈 밝은 독자는 이쯤에서 알아챌 것이다.

조작된 뉴스지만 언젠가 진짜로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 페이크 뉴스와 만우절 뉴스의 차이다.

한기봉

◆ 한기봉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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