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해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묻고 토론하는 게 있다.
“사실과 진실은 같은 것인가?” “다르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럼, 언론이 보도하는 건 다 사실인가, 진실인가, 아니면 거기에 가까운 것인가?”
학생들은 대체로 쉽게 답하지 못한다. 사실과 진실은 어찌 보면 철학적 탐구 영역이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좀 쉬운 질문을 다시 던진다.
화재 현장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그 사체가 불에 탄 것은 사실이다.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그렇다면 그는 불이 나서 숨진 것일까?
강에 익사체가 떠올랐다. 강가에는 가지런히 신발이 놓여있다. 사체는 물에 불었다. 그렇다면 자살이든 실수든 그는 물에 빠져 죽은 게 사실일까?
국어사전은 ‘사실’에 대해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불에 탄 시체나 물에 빠진 시체는 현재에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학은 그 사실이 기만적일 수 있다는 걸 밝혀낸다. 이런 경우의 법의학은 초보 중 초보 지식에 속한다. 부검 결과 시체의 기도나 폐에서 그을음이나 물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일단 화재나 익사를 위장한 타살로 본다. 사실 뒤의 진실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다.
진실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사실은 참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코난 도일의 명탐정 샬록 홈즈는 멋진 말을 남겼다. “명확한 사실만큼 기만적인 것은 없다.” 어떤 사건이나 사안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판단해선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경고다.
철학자 칸트는 일찍이 “맥락이 없는 사실은 맹목적”이라고 했다.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한 것이다. 사실(팩트)은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다. 하지만 텍스트들이 모이면(con) 연관성을 갖기 시작한다. 그걸 보통 ‘맥락‘이라고 부른다. 콘텍스트(context)다. 불에 타거나 물에 빠진 시체는 텍스트지만 그 몸과 주변 정황, 그의 과거와 인간관계는 콘텍스트다.
이쯤 되면 학생들은 묻는다. 그럼 뉴스의 생명은 팩트인데 그걸 믿지 말라는 이야기냐고. 내 대답은 좀 애매하다. “다 믿어선 안 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은 1922년 명저 ‘여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의 100년 전 어록이다.
“뉴스와 진실은 동일하지 않다. 뉴스의 기능은 사건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다.”
언론학자들도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뉴스가 보여주는 건 실제가 아니라 유사환경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다. 완벽하게 사실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란 당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어가 지닌 태생적 한계도 있다.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칭하는 유일무이한 단어는 없으니까. 그래서 뉴스란 결국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것”이며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실화 바탕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이 팩트를 긁어모아 진실로 가는 험난한 길을 보여주었다.
진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난다. 언론은 어찌 보면 그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옥스퍼드 사전은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등을 거론하며 이미 2016년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말했다. 그 탈진실 현상 속에 페이크 뉴스(fake news)는 기생한다.
정권이 바뀌었다. 과거의 것들에 대한 진실 규명의 목소리가 논란 속에 커지고 있다. 사실은 이미 무수히 존재했다. ‘사실이 밝혀진다’란 말은 쓰이지 않는다. 밝혀지는 건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물론 당대에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진실은 시간과 노력과의 싸움이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해답은 언론뿐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은 언론사들이 이념과 정파성을 떠나 경쟁하면서 모처럼 저널리즘의 역할과 힘을 증거해준 사례다. 누구는 그걸 ‘기레기의 복수’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제 언론이 대적할 것은 진실이다.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 팩트는 수없이 조각나 날아다니고 원하는 사람에게만 소비된다. 그걸 꿰어서 맥락을 밝히는 게 정통 언론의 책무다. 부검해서 목구멍과 폐에 그을음이 있는지, 물이 고였는지 살펴야 한다. 기자는 이제 형사보다 법의학자가 되어야 한다.

◆ 한기봉 국민대 초빙교수/언론중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과 언론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이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글쓰기와 한국 언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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