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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품 같이 등 따뜻한 아랫목 생각

[과학으로 보는 문화]한국의 온돌문화

2017.10.30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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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온돌은 등을 따뜻하게 지질 수 있는 최고의 난방 방식인 것이다. 사진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사치마을 아궁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나라 전통 온돌은 등을 따뜻하게 지질 수 있는 최고의 난방 방식인 것이다. 사진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사치마을 아궁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세상 부러운 것 없다.” 과거 시골 어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계절이면 특히 실감났던 얘기이기도 하다.

배부르면,  즉 포만감이 밀려오면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물들로서는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 이른바 ‘오욕’ 가운데서도 식욕은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본능이다. 사나운 사자나 호랑이 같은 최상위 포식동물마저도 배부르면 느긋하고, 자못 관대해지지 않는가.

헌데 등 따뜻하면 왜 부러울 게 없었을까? 무엇보다 옛사람들이 따뜻하게 지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는 뜻일 게다. 더위도 마찬가지지만 추위야 말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자연 조건이다.

단적인 예로 걸인들이 선호하는 지역만 봐도 생명 보전에 추위가 더위보다 더 큰 위협요인임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지중해 인접 지역이나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 남쪽지역에 홈리스들이 다수 터잡고 사는 건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나이든 사람일수록 따뜻한 지역을 주거지로 더 쳐주는 경향이 있다. 구미지역에서 겨울철에 피한지로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현상이나, 은퇴지역으로 각광받는 지역이 북반구의 경우 대체로 남쪽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0세기 들어 지구촌 대부분의 지역이 현대화된 난방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추위가 여전히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향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든지, 겨울철 단열이 잘되는 집을 사람들이 더 쳐주는 걸 보면 인간이 추위에 취약한 생명체인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종주국이나 다름 없는 온돌에 대해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호평을 하는 것도 따지고 들면 추위가 인간에게 숙명적인 ‘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온돌을 전래적으로 주된 난방 방식으로 취한 지역은 한국과 중국의 일부 지역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수천 년간 우리의 주된 난방 방식이 온돌이었기에 온돌문화라는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온돌은 좁게는 주거양식의 하나이며 넓게는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이다.  과학기술의 엄청난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돌’은 한국인들에게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난방 방식이다.

물론 전통 온돌처럼 구들장을 깔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방식의 온돌 난방을 요즘에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방바닥을 데우는데 초점이 맞춰진 난방방식을 온돌이라고 가정할 경우, 보일러라는 현대적 수단을 이용할 뿐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주된 난방은 온돌식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전통사회인 유럽이나 중동, 또 미주지역 등지에서 행해지는 주된 난방 방식은 곧바로 공기를 데우는 형식이 대종을 이룬다.  난로나 히터, 라디에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난방이 바로 그 것이다.

바닥을 데우는 온돌문화가 유독 한반도와 그 일원지역에서 꽃피운 이유는 뭘까?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지에 거주하던 옛사람들이 한반도 일원 거주자들에 비해 지적 수준이 낮거나 온돌을 고안해내지 못할 정도로 기술력이 떨어져서라고 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이 추운 기후와는 거리가 먼 게 온돌의 고안 혹은 도입의 필요성을 반감시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인도 등 열대 혹은 아열대 지방 또한 추위가 일상적으로 큰 위협은 아니었던 탓에 온돌을 비롯한 난방에 대한 절실함이 덜했을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땠을까? 유럽의 경우 과거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보다 더 추웠던 적도 있고, 덜 추운 시기도 있었지만 온돌문화가 사실상 없었다. 유럽문화의 뿌리가 그리스나 로마 같은 지중해 인근의 따뜻한 지역이었던 게 일찍이 바닥 난방의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

또 중부유럽이나 북유럽은 농경보다는 유목 등에 주로 의존해야 했던 탓에 온돌 혹은 온돌과 유사한 바닥 난방이 고안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주 생활을 하는 농경인들에 비해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은 공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했던 온돌을 난방방식으로 채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후여건과 생활방식 등이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과 유럽지역은 사뭇 달랐고, 이 것이 유럽에서 온돌의 고안이나 확산을 가져오지 못한 주된 이유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이나 자연조건 만으로 온돌의 유무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기원 전후만 해도 유럽의 각 지역에는 다양한 형식의 고정적 지상건축물들이 적잖게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세 이후로는 보다 견고한 대형 건축물 축조에서 서양은 대체로 동양을 능가하는 흐름이 있었다.  지은 뒤 오랜 시간 사용할 고정 건축물이라면 온돌과 같은 바닥 난방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았을까.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의 온돌 굴뚝. 외국인들은 특히 온돌 난방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곤 한다.(클라우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의 온돌 굴뚝. 외국인들은 특히 온돌 난방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곤 한다.(클라우스)


건축 양식을 필두로 생활 방식, 난방 연료의 조달 가능성, 난방에 대한 접근법 등,  난방 방식의 차이를 불러온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헌데 바닥 난방방식의 유무와 관련해 간과하지 말아야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체질’의 차이이다.

동서양 사람들은 단순히 얼굴 모습 등 외모에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미묘하지만 생리적으로 또 해부학적으로도 큰 틀에서 다른 부분들이 있다. 추위에 대한 감응 정도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차가 크지만,  대체로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이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인에 비해 추위를 더 타는 경향이 있다. 여러 인종들이 섞여 사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를 일상에서 체험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같은 날씨에도 대체로 동양계가 서양계보다 옷을 두텁게 입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 추위에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는 사실은 의학적 실험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2014년 유명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네덜란드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남아시아인들은 유럽인에 비해 추위에 노출시킬 경우 덜덜덜 떨기 시작하는 온도가 섭씨 2도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발표된 논문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갈색 지방 조직’(BAT) 분포 차이가 현저했다는 점이다. 갈색 지방 조직은 근육 등과는 달리 떨지 않고 열을 낼 수 있는 특징이 있는 인체 조직이다.  흰색인 일반 지방세포 조직과 달리 갈색인 탓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실험 대상이 됐던 남아시아인과 유럽인은 비만도 즉 체질량지수들이 비슷한 사람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BAT 양에서 차이가 적지 않았다. 유럽인들의 경우 BAT  양이 1인당 평균 287ml 인데 반해, 남아시아인들은 188ml로 유럽인들이 34%  가량 많았다. 실험에 참가한 남아시아인들과 유럽인들의 평균 체중 차이를 감안해도 격차가 컸다.

갈색 지방세포 조직이 잘 발달될수록 추위에 잘 견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갈색 지방세포를 많이 가진 대표적인 포유류가 곰처럼 동면하는 동물이라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또 동서양인 가릴 것 없이 영유아들은 상대적으로 갈색 지방세포가 잘 발달돼 있다.

어린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체온이 약간 높은 경향이 있다든지, 혹은 영유아나 어린아이들은 추위를 덜 탄다는 속설은 단순한 풍문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갈색 지방세포 조직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퇴화하기 때문에 그 비중이 신체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 성인이 되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갈색 지방세포 조직은 인체에 고루 분포하는 게 아니라, 쇄골 근처와 목 주변, 신장 근처 등에 주로 존재한다. 분포 양태로 보면 장기나 주요 신경 등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추정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시쳇말로 ‘등짝’ 부위에는 이렇다 할 갈색 지방세포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날씨가 추우면 몸을 움츠리게 되는데, 가장 춥게 느껴지는 부위 가운데 하나가 등이라고 할 수도 있다. ‘등이 시리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 역시 그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인체 여러 부위 가운데서도 특히 “’등’이 따뜻하면 부러울 게 없다”는 식으로 등을 콕 짚어서 옛사람들이 얘기한 데도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 누워 잠을 자야 하는 인간의 수면 형태로 볼 때 그러니 등이 따뜻하다면 추위에 그보다 더 큰 안식도 없을 것이다.

온돌의 효용을 생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등을 따뜻하게 지질 수 있는 최고의 난방 방식인 것이다. 그러니 고대 이래부터 지금까지 명맥이 끊이지 않고 그 문화의 면면이 이어져 온다 할 수 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온돌식 난방 외에도 찜질방 등의 유행 역시 크게는 온돌문화의 힘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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