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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24] 사이먼 도미닉 ‘Me No Jay Park’

2019.09.25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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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정신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둘의 연결고리가 한국에선 생소할지 몰라도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래퍼 에미넴은 이미 롤링스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랩으로 해소해. 내 모든 노래에서 나는 그렇게 하지. 말하자면 심리치료 같은 거야. 실제로 나쁜 행동을 하는 대신 언어와 음악으로 승화하는 거지. 나한테 정신과의사 따윈 필요 없어. 내 음악이 나만의 정신과의사니까. 그리고 세상이 나의 치료사지. 나는 세상에 내 문제를 다 말한다고.”

래퍼 테크나인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나의 주치의야. 내가 나의 치료사이자 정신과의사지.”

힙합은 여러 치유 요소를 품고 있다. 대표적으로 랩의 발화형식 자체를 예로 들 수 있다.

멜로디 대신 리듬에 의거한 랩의 발화형식은 노래를 부를 때와 달리 ‘일상에서 말하듯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또 랩은 구조상 노래보다 훨씬 방대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기에 더 구체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노래보다 훨씬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는 이렇게 말한다.

“랩을 내뱉는 것은 결정적인 치유 요소다. 내면에 머물러 있던 목소리를 내적 장벽 너머 바깥을 향해, 세상을 향해 표출하는 과정이다. 랩 가사가 진짜 ‘내 것’이 되어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찌질한 나’가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담대한 나’가 되는 것이다. 랩을 내뱉는 내 안의 격정이 랩을 듣는 이들의 마음에 닿아 또 다른 격정을 일으키고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게 한다.”

지난 2018년, 한국힙합 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 중 한 명은 사이먼 도미닉이다.

그는 자신의 레이블 AOMG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직서도 공개했다. 좀 특이한 사직서였다. 종이 대신 소리로 만든 그의 사직서 제목은 ‘Me No Jay Park’이었다.

“사장님 대표님 소리도 징그럽게 들려 / 난 Park의 속도를 따라가는 게 힘들었네 그저 / 지금 사임서를 작성 중 이 노래가 그거”

가수 사이먼 도미닉이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무브홀에서 헤이즈 첫 번째 정규 앨범 쉬즈 파인(She's Fine)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수 사이먼 도미닉이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무브홀에서 헤이즈 첫 번째 정규 앨범 쉬즈 파인(She's Fine)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노래를 들으며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일단 래퍼가 랩으로 할 말을 전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로 세상에 말하는 광경이었다.

더불어 힙합의 자기고백적 특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들은 후 당신은 굳이 네이버에서 사이먼 도미닉을 검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Me No Jay Park’이 내게 안겨준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치유’였다.

이 노래는 음악이 아니라 마치 치유과정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 사이먼 도미닉은 운동선수가 재활하듯 랩으로 자신의 정신을 치유하고 있었다.

사이먼 도미닉을 떠올릴 때면 늘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했다. 꽤 오래 전에 데뷔했지만 그에 비해 결과물은 많지 않은 래퍼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재범은 그 정반대라면 반대다. 한국의 그 어떤 래퍼보다 부지런하게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AOMG의 또 다른 대표 박재범이 보여주는 쉼 없는 행보가 사이먼 도미닉에게는 오랫동안 부담으로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랩 사직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Me No Jay Park’에 담긴 강렬한 진심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 박혔다.

‘난 박재범이 아냐. 난 박재범과 달라. 난 박재범처럼 할 수 없어’

사이먼 도미닉은 이 노래에서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놨고 그 덕에 모든 걸 얻었다. 한국힙합의 가장 진실한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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