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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서 얻은 것

2026.06.30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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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는 대표팀이 제 기량을 못 낸 이번 월드컵 탈락에서 우리 국민의 분노는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를 지속한 축구협회를 향한다. 이는 다른 영역의 구태와도 닮았으며, 이번 실패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낡은 조직문화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이 글을 쓰는 2026년 6월 30일,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국가대표축구팀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예선탈락한 사건을 두고 시끄럽다. 힘없이 보낸 마지막 게임에 분노를 참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와 미디어를 통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 번째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무득점으로 패한 후 자력으로 32강에 오르지 못하게 된 한국의 상황에서 많은 한국민들이 다른 팀의 결과에 일희일비 해야하는 이 위치에 대해 일종의 굴욕감을 느꼈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로 어부지리하듯 32강에 오르는 것이 너무 창피하니까 그냥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 창피함은 누구에 대한 것일까. 과거라면 어떻게든 승리해서 축구세계의 피라미드에서 조금이라도 상승하고픈 욕망이 더 컸을 것이다. 과거에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투지를 보여 객관적인 한국의 실력을 넘어서는 승리를 기대했다면, 이제 이름만 들어도 소속팀을 알 수 있는 유명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 국가대표팀에게는 강팀을 만나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경기, 잘 싸우고 지는 경기를 보여줬으면 하는 편이다.  

수십년간 축구에 진심인 이 나라, 축구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을 동반하며 중요한 집단 기억을 형성해왔다.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선진국과의 경쟁 속에서 빠르게 성적을 내며 상승하기 위해 치러야했던 산업과 수출 현장에서의 단내나는 노력처럼, 서구 축구강국들과의 게임에서 멀티골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투지를 보이는 선수들 모습을 통해, 그리고 드디어 아시아의 축구강국을 넘어 서구의 "선진축구"를 지향하고 그 선진 축구 팀에 스카웃되는 선수들을 응원하기 까지, 축구는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의 모습을 닮았다. 카타르 월드컵의 오프닝 무대에서 BTS의 정국이 월드컵 공식노래를 공연했고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오프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재가, 폐막식에서 BTS의 공연이 예고되듯,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 또한 한국과 한국축구의 상승을 동반하는 즐거운 기호가 되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6.25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6.25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차분히 돌아보면, 국가대표팀의 이런 기대이하의 성적은 축구의 세계에서는 늘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를 이긴 적도 있고, 이탈리아는 2018년부터 세 번이나 월드컵에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강력한 국가가 온갖 지원을 쏟아붓는데도 아직 아시아에서도 축구 존재감이 없는 14억 인구의 중국도 있다. 가까이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인구 50만의 카보베르데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스페인과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기면서 전세계인이 경이의 시선으로 찬사를 보내지 않았던가. 

축구의 세계가 참으로 녹록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전 국민이 알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 조예선 탈락의 경우, 국민들의 분노에는 과거와 다른 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이 상황의 책임을 시스템과 책임자들에게 묻고자하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즉, 국민들이 느끼는 이 굴욕감과 창피함은 밖에서 우리를 보는 눈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것이기에 더 깊고 강력하다. 

축구는 선수 개인기뿐 아니라 팀 안에서의 자율성과 의지, 순간적 판단력, 집단 지성이 중요한 종목이라, 탑다운형 한국식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으로는 성적을 내기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축구 실력의 성장에는 복합적 요소가 작용한다. 유소년 때부터 클럽 문화 속에서 선수를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선진국 축구가 그렇고, 이번 월드컵에서 새 힘을 보여준 아프리카 팀들도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성장 환경, 그리고 광범위한 디아스포라 속에서 유럽 태생이면서 모국 대표팀을 택하는 선수들의 증가가 그 배경에 있다.

초등학생이 다칠까 봐 마음껏 뛰지 못하고 청소년은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에서, 일찍부터 축구를 직업으로 택해 전념하는 엘리트 시스템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성취다. 이 또한 압축성장에 성공한 대한민국을 매우 닮았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의 실패 속 축구협회를 향하는 국민들의 분노는 매우 시사적이다. 여론은, 온 국민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열악한 사회환경을 극복하고 쌓아온 국가대표팀의 객관적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주범으로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를 지속해 온 협회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이런 축구협회의 모습은,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 온 한국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복사 부족이라는 어이없는 일로 심각한 갈등을 빚은 그 시대착오성과도 매우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경기와 축제는 계속되고, 한국민들은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본을 응원하는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 응원자들은 멕시코 현지에서 멕시코 국민들과 두터운 정을 나눴고, 이번 대회로 놀라운 축구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월드컵이 이렇게 즐거운데 여태 우리 미국인들만 빼고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느냐'며 소셜미디어에서 탄성하고 있다. 

고개 숙인 선수들이 안쓰럽지만, 이번 실패가 개혁의 계기가 되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자. 이번 한국 축구의 실패가 선진국으로서의 이니시어티브(initiative, 주도권)를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적 조직문화의 남은 영역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구시대적 조직문화가 어느 분야에서든 대한민국의 발목을 두 번 다시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위한 차갑고 긴 분노가 필요하다.  


홍석경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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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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