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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

다시 돌아온 숭례문 위상 더욱 확고하게

이강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2013.05.09 이강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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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이 5년 3개월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8년 2월 방화로 훼손된 숭례문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각분야의 최고의 장인들이 총 동원돼 복구됐다. 조선 시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위용을 되찾은 숭례문 복구의 의의와 우리 문화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주)

이강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이강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5년간의 노력 끝에 숭례문이 원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일을 주관한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그리고 문화재위원회와 숭례문복구단의 노고에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원형 복원 대신 복구로 방향을 잡고 진행된 작업이 전통 기술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사하는 장인 정신 아래 진지하게 진행된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5년 전 설 연휴를 즐기고 있던 온 국민은 방화로 불에 타서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의 모습을 T.V 중계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뿜어 놓은 물은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 지붕면 위로 얼어붙었고, 일단 잡았다고 판단한 불씨는 기와지붕 속에서 몰래 타고 있었다. 이후 불길은 목조로 된 2층 천정을 태우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건물 일부를 부수어가며 불을 꺼야 할만큼 상황이 나빴지만 국보 1호라는 문화재적 위상 탓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불길에 숭례문을 잃은 민심은 거의 한 달간 지나치게 흉흉해졌다.

정부 당국의 잔해 처리 일정과 복구 계획이 서둘러 발표되었지만 우리가 지켜 온, 아니 제자리에서 우리를 지켜 온 남대문을 과연 되살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커져 갔다. ‘블랙 투리즘’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화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외국 관광객에게까지 그대로 보여 주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그 틈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문상객을 받는 사람조차 생겨났다.

대학에서 한국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한국건축의 역사를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화재가 나기 여러 해 전에 숭례문의 가치와 수리 이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 필자로서 이 비극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목조건축 전통을 지닌 이웃나라의 유사 사례에 관심을 두고 책을 뒤적였다. 그런 가운데 문화재 보존의 선진국인 일본이 겪어 온 역사적 경험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한 예로서 호오류우지(法隆寺) 금당(우리나라의 불전)의 화재와 사후 처리 과정에 주목하였다.

호오류우지 금당은 A.D. 670년 무렵에 지어진 건물인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국민에게는 가장 사랑받고 있는 최고의 문화재이기도 하고 우리 국민에게는 고구려계 승려인 담징이 그린 벽화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건물도 1949년 겨울에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당하였고, 이때 천정 위 지붕은 모두 타고 기둥과 일부 부재만 검게 그슬린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건물을 복원하는 한편 타다 남은 기둥과 벽화가 그려진 벽체를 경화처리 뒤 다시 조립하여 특별히 지은 수장고 안에 영구 보존하였다. 복구된 원래의 건물과 제자리에 새로 복원된 건물을 모두 국보로 지정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 이 사례는 숭례문 복구의 올바른 방향을 정할 때 성공적인 모델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숭례문은 직접 불이 붙었던 2층조차 모두 타지는 않았고, 무너져 내리는 2층에 부딪혀 2차 피해를 입은 1층 부분은 구조에 특별한 손상을 입지 않았기에 호오류우지 금당보다는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이번 복구 공사에서 1층 구조체는 거의 그대로 보존되었고, 나머지 부분에도 잔해 더미에서 건진 부재 가운데 많은 것을 재활용하여 문화재의 진정성을 최대한 살렸다.

목조건물은 박물관 내부와 같은 이상적 환경에서 보호받고 있는 다른 문화재와 달리, 화재 이외에도 벼락, 병충해, 습기에 의한 부후 등에 노출되어 있어서 때때로 살펴보고 시의적절하게 수리를 해야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국가나 지방단치단체가 나서서 법령을 근거로 문화재를 지정하고 예산 지원을 통해 수리, 보존, 관리를 하는 경우도 대부분 대기 환경에 노출된 건물 문화재에 대해서이다.

역사적, 예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지정문화재인 목조건물을 수리할 때에는 숙련된 전통기술을 배우고 익힌 장인이 흙, 나무, 돌, 쇠 등에 혼을 불어 넣어 만든 새 부재와 부품을 문화재인 원래의 건물이 원형을 잃거나 품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덧붙여야만 참된 조화를 얻을 수 있다. 국보 1호인 숭례문 현장에서 진행된 복구 작업도 이런 일반 원칙 아래 진행되었을 것이다. 다만 큰 화상을 입은 환자의 몸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데 훌륭한 의사의 인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 퇴원 이후 주위의 극진한 간호 또한 절실한 것처럼, 숭례문 복구 이후에도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숭례문이 국보1호로 지정된 사연을 오늘날 따져 보고 그 의의를 되새겨 보려는 탐구 자세는 필요하지만, 이와 달리 국보 1호라는 위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호수 간에 서열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문화재 지정 번호를 재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숭례문은 조선왕조 시기에 왕경 한양을 둘러싼 도성의 남문으로 세워져서, 왕경인과 지방민의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길목으로서 나아가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외교상의 관문으로서 큰 구실을 하였다. 당시에는 새벽과 저녁에 종루의 종을 쳐서 성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일상적인 삶 가운데 되풀이되는 하루의 시작과 고단한 삶의 휴식을 상징하는 대문이기도 하였다.

최근 숭례문 뿐 아니라 한양도성 전체를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재인식하고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반갑다. 600년 도읍이라지만 식민지 경험과 전쟁을 거치면서 도성 안팎의 문화유산을 대부분 잃어버린 우리에게, 한때 신흥 왕조 조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하여 쌓았고 나아가 왜란과 호란이라 불리는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하기 위하여 고쳐 쌓았던 한양 도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그 관문으로서 숭례문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 질것이다. 지금은 서울 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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