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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재범 억제 중요

[4대 사회악 근절] ③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을 주장하며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2013.05.22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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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4대 사회악 근절’ 목표에 도달하는 이정표를 마련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과 관련, 심도있는 의견과 함께 이론적·학문적 접근을 통한 치안 정책들이 제시됐다. 이에 공감코리아는 세미나에 참여했던 각 분야 전문가의 기고를 통해 보다 구체화된 4대 사회악 근절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우리사회에서 ‘가정’은 사적인 공간이며, 사랑과 보살핌의 장으로 이상화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가정의 모습은 심각한 가정폭력이 발생하기도 하고, 사회의 모든 모순이 응축적으로 쌓이고 나타나기도 한다.

2013년 UN여성지위원회(CSW,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올해의 주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인식은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한 듯하다.

1. 가정(아내)폭력의 실태와 현황

한국사회에서 가정 내 폭력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상적’인 폭력에 ‘범죄’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범죄행위로 규정한 것은, 1983년 ‘여성의전화’가 창립된 이후의 일이다.  
 
1997년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가정(아내)폭력 추방운동에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은 가정(아내)폭력 문제의 상당한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정 내 폭력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일로 인식

여성가족부의 전국가정폭력 2010년 실태조사를 보면,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2659명 기혼남녀의 1년간 부부폭력 발생률은 53.8%, 신체적 폭력 발생률은 16.7%, 정서적 폭력 42.8%, 경제적 폭력 10.1%, 성학대 10.4%, 방임 30.5%, 통제 48.8%로 나타났다.

가정(아내)폭력 피해자 213명의 피해 정도를 살펴보면, 사정없이 마구 때린 경우가 56.7%로 가장 많았고, 목을 조른 경우가 54.9%, 칼이나 흉기 등으로 위협당하거나 다친 경우가 5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한 신체적 폭력 행위 중 사정없이 마구 때린 행위와 목을 조른 행위가 1년에 20회 이상 지속된 비율은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2012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120명이며 살인미수인 경우가 49건이었다.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기혼남녀 53.8% 부부폭력 발생

한국여성의전화(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정폭력피해 지원 시스템의 문제와 과제’ 토론회에 발표된 김은경 박사의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1990년~2002년 13년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을 재분석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21.2%가 자신의 배우자에 의해 살해되었고, 내연이나 동거관계에서의 피해당한 경우는 25.2%로 살해된 여성피해자의 46.4%는 자신의 남성파트너로부터 죽음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부터 지속적인 폭행·학대가 유지되었던 경우는 배우자 관계의 경우 72.7%이고, 내연·동거관계인 경우 53.6%였다고 한다.

2.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의 법적 규정과 이행간의 가장 큰 격차는 가정폭력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1순위는 가정폭력 행위자 처벌강화가 35.5%로 나타났고, 가정폭력 행위자 재범방지 강화방안(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이 28.4%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필요와는 반대로 가정폭력은 처벌되고 있지 않다. 연합뉴스는 2012년 보도를 통해 가정폭력사범 구속률이 지난 2000년 4.8%(678건)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0.7%(51건)를 기록했고, 검찰의 기소율도 2004년 35.7%(4천367건)에서 2010년 15%(1천38건)로 줄었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주거에서 격리하거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피해자가 가정법원에 보호명령을 청구토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활용도 저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가부 수요조사 결과, 우선 추진정책 1순위 ‘가정폭력 행위자 처벌강화’ 

또한 검찰에서 법원으로 송치된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대법원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불처분이 전체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가정폭력 사건이 경찰, 검찰, 법원의 단계를 거치면서 아주 가벼운 처분을 받거나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검찰 단계에서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을 무력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말 그대로 가정(아내)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가해자들에게 가정폭력이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가정폭력, 아주 가벼운 처분 받거나 아무런 조치 받지 않아

가정(아내)폭력 가해자들의 상담위탁을 맡은 일선의 상담소들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자들의 불성실한 상담 태도나 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데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12년 4월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에 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검·인천지검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 55명을 분석한 결과 칼·가위·도끼 등 흉기를 사용해 아내를 다치게 한 경우가 25.5%(14명)에 달했다.

3.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포우선주의 도입과 경찰 대응의 강화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포우선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현행범에 대한 체포가 가능하지만 가정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우리사회의 인식과 관행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국가 개입은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1980년대와 1990년의 가정폭력 처리에 대한 여러 권고와 시행착오 등을 통해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을 바꾸었다.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보다는 폭력행위의 본질에 주목해야 하며,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의 의지를 철회하더라도 사건의 소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사회 가정폭력, 이미 가정 내 부부싸움 수준 넘어서

이렇게 영미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체포·구속하고 이들을 모두 기소하고자 하는 체포강행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체포우선주의의 도입은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보면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면 명목하에 가벼운 처벌, 봐주기로 일관해 온 우리사회의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대한 커다란 전환이 되리가 생각한다.

또 ‘가정 내’라고 하더라도 ‘가족관계’라 하더라도 각 가족구성원의 인권은 언제나 지켜져야 할 가치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정(아내)폭력은 살인 사건으로 연결 되는 등 이미 가정내 부부싸움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 따라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재범을 억제 할 수 있는 체포우선주의가 실행되어야 한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재범 억제 위해 체포우선주의 실행되야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며,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권한 강화와 함께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쌍방폭력’이라며 오랜 세월 피해를 당해온 피해자가 가해자로 탈바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정한 피해자를 가려 볼 수 있는 경찰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함께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 외부 전문가의 기고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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