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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도전’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었다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 공감] 인천 아시아드에서 빛난 감동의 도전

2014.10.08 김한석 스포츠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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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육상의 대미를 장식한 남자 마라톤은 다양한 감동을 선사한 도전들의 집약판이었다. 

케냐 출신의 바레인 귀화 마라토너 알리 하산 마흐부브가 우승, 2006년 1만m, 2010년 5000m 제패에 이어 장거리 3연속 금메달로 화제를 모았다.

육상에서 거세지는 아프리카 출신의 귀화 열풍과 메달 독식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제기됐지만 종목을 바꿔 정상에 도전한 그의 집념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했다. 한국은 전날 문태종이 혼혈 귀화선수 최초로 농구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동메달을 따낸 가와우치 유키는 ‘일본에서 가장 빠른 시민 러너’. 고등학교 사무직 공무원으로 부상으로 대학 육상부 진학이 좌절된 뒤 꿈을 잃지 않고 아시아드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사회인 야구 등 기반이 튼실한 생활체육의 도전 영역을 아시아드 무대까지 넓혀가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례다. 

14명 중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한 151cm의 단신 마라토너에도 뜨거운 시선이 쏠렸다. 캄보디아로 국적을 바꾼 일본인 선수 다키자키 구니아키의 포효가 우승자에 못지 않았다.  

일본의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한국의 배우 복서 이시영처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마라톤에 흠뻑 빠져 자기와의 싸움을 위해 국적까지 바꾼 그였다. 귀화 1년 만인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뒤 이번 국제 종합대회에서 중단 없는 질주를 이어간 것이다. 

꼴찌에서 두 번째는 한국의 노시원. 선두권을 달리던 18km 지점에서 발이 꼬이며 두 바퀴나 나뒹구는 바람에 다리와 허리를 다쳤다.  

이후 절뚝거리며 가다 서다, 걷다 뛰다 하면서 기어코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트랙에 쓰러졌고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그의 몸을 살포시 덮어주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로 빛났다. 

베테랑의 힘부터가 위대했다. 특히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시아드 무대를 떠나는 노장들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서녘 하늘에 지는 태양이 가장 붉듯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투혼을 불사르는 것을 후배들이 보고 희망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도전은 가치가 있다. 

남자 배드민턴 이현일은 런던올림픽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번 대회를 두 달 앞두고 후배들을 돕기 위해 복귀했다.

5시간 결승 혈투의 마지막 게임을 따내 끝내 만리장성을 넘어 단체전 우승 쾌거를 이루는데 화룡점정을 했다. “자랑스러운 선배로 남게 돼 기쁘다”고 한 그는 후배들의 헹가래 속에 뜨거운 작별식을 가졌다. 

1일 인천 선학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1일 인천 선학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여자 핸드볼 ‘우생순’의 마지막 주자 우선희는 10년차 주부선수임에도 2세 계획을 계속 미루며 4년 전 놓친 노메달의 한을 풀기 위해 띠동갑 차까지 나는 후배들과 땀을 섞어 끝내 우승을 이끌었다.  

5번째 아시아드에 출전한 남자 농구 김주성은 희생정신으로 자신이 이룩한 ‘부산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12년만의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후배들과 함께 썼고 “후배들이 금메달로 받은 병역면제 혜택을 농구 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고 애정어린 충고를 던졌다.  

‘사이클 황제’로 불렸지만 사이클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껴 프로 경륜 세계에 몸담았던 조호성. 비인기 종목이 된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져 4년 전 아시아드에 복귀했고 불혹의 나이로 이번 남자 옴니엄에서 은빛 질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1994년부터 아시안게임에서 금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고도 여전히 도전이 배고픈 라이더였고 고별 인터뷰도 천상 그랬다.

“선수생활 27년 가운데 오늘이 가장 아쉽다. 앞으로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프다.” 

나이를 역류하는 도전 열망이 아직 젊은 선수들에게는 시련을 요구하기도 한다. 뒤늦게 방황을 후회하고 먼 길을 돌아 영광을 맞은 기대주들은 비활성화 종목의 앞날도 밝혔다. 

남자 우슈 김명진은 4년 전 아시아드 대표에 발탁돼 우승 기대주로 꼽혔지만 훈련이 힘들다며 선수촌을 뛰쳐나갔다. 방황 끝에 뒤늦게 산타 종목 첫 금메달을 안아 국내에 낯선 종목만큼이나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카누의 박태환’이란 찬사가 미사리에서 나왔다. 24년만에 나온 카누 금메달의 주인공 조광희는 고교 졸업반 때 집중력을 위한 외국인 코치의 통제를 못이겨 대표팀에서 뛰쳐나와 방랑하다 심기일전, 리우올림픽까지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한국 카누에는 불굴의 전설이 있다. 소아마비를 앓아 조정에서 두 팔과 한 발만이 필요한 카누로 전향해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신화를 썼던 천인식의 투혼. 그 집념을 되새겨 시련을 이겨낸 조광희였기에 리우를 향한 패들 젓기는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미 카누계에는 그런 강인함의 소유자가 있었다. 1998년부터 아시아드 물살을 가른 서른여섯의 맏언니 이순자. 조광희가 금빛 물보라를 일으키는 날, 카약 4인승 은메달, 1인승 동메달을 따냈다. 2008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룬 베테랑이다.  

여자 최고 성적을 거둔 그는 “나는 한 번도 메달을 따서 스스로에게 축하를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만은 달랐다. 처음으로 자기에게 후하게 보상을 했다.

“늘 부족해 더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왔다. 이번 한번 만큼은 ‘그래 이순자, 너 잘했어, 최고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난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결승 한국-북한 경기에서 연장후반에 결승골을 터뜨린 임창우(가운데)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결승 한국-북한 경기에서 연장후반에 결승골을 터뜨린 임창우(가운데)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순자가 말한, 부족함을 메우고 난 뒤 자신에게 보낸 최고의 격려는 28년 만에 비원의 남자 축구 우승을 이끈 임창우에게도 알맞겠다.  

팀의 대회 첫 골과 마지막 골을 터뜨린 그는 유일한 2부리거다. 그것도 임대선수다. 지난해까지 울산에서 3년간 고작 6경기 출전에 그쳐 올시즌 챌린지(2부리그) 대전에 임대됐다.  

‘챌린지 대표’라는 자기 다짐으로 투지를 불살랐고 북한과 결승에서 연장 종료 전광판이 멎은 뒤 기적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마이너의 인생역전’도 꽃피웠다.  

지난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경찰청 입대를 신청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병역 면제 혜택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축구에만 전념한 챌린지 인생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후한 도전은 없을 게다. 도전보다도 어려운 게 수성이다.

3회 연속 다관왕을 노렸던 박태환이 홈 개최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금빛 수성에 실패한 채 고된 투혼으로 아시아드 최다 20개 메달 획득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것을 보면 그렇다. 

“죽기 살기로 하니까 안됐는데, 죽기로 하니까 되더라.”  

남자 유도 ‘그랜드 슬램의 사나이’ 김재범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절규한 명언이다. 이번에도 왼손 약지가 끊어진 상태로 출전해 2회 연속 금 메치기에 성공한 자신을 향해 다시 한 번 일갈한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 자체가 1%다. 여기서 그만두면 1%로 끝나버린다. 나는 1% 안에서 1%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운동에서만큼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고 싶다.” 

토털 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셸은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라고 했다. 아시아 정상에 선 스타들도 수성은 물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기에 그들의 감동 도전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은 스타의 등용문이자 종목의 경쟁력을 가늠해보는 무대다. 2년 뒤 올림픽을 겨냥한 징검다리이자, 각 종목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는 점에서 아시아드의 도전은 희망 찬가다.

한국 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러 비활성화 종목들의 약진에서 희망을 봤다. 그중 카바디는 남자부에서 사상 첫 메달을 수확했다. 여자부는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선전에도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에이스 조현아가 던진 외침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에 메달 땄으면 선수들이 ‘안정적인 수입도 없고 힘드니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카바디를 하지 않았을텐데 앞으로 4년을 바라보고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인천 아시아드에서 보여준 희망의 다른 이름, 그것은 도전이었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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