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 해발 800m에 자리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옛 것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전통마을이다.
하동과 산청을 잇는 긴 산중터널을 빠져나와 청학동에 도착한 첫 느낌. ‘이런 오지에서 과연 인터넷 검색이 잘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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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의 명소 삼성궁. 비콘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안내책자나 가이드없이 앱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와이파이를 켜자 검색 속도는 서울이나 세종시보다 배 이상 빨랐다.
“1979년 청학동에 전기가 들어온 후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청학동은 워낙 오지라 그동안 외부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이곳 사정을 외부에 알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기가 창조마을이 돼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주민들의 삶 또한 더 좋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50년 넘게 청학동의 변화를 지켜본 김옥식 청학동 이장의 설명이다.
청학동은 얼마전 농림축산식품부와 KT의 협업으로 기가 인프라와 지역맞춤형 IT 솔루션이 적용된 ‘기가 창조마을’로 재탄생했다.
기가서당, 온라인서당 등의 장치로 서당 교육의 외부 확산이 예상되며 청학동 앱과 비콘(근거리 무선통신)을 통해 관광 활성화도 기대된다. 또한 드론을 통해 악천후 시 주민과 등산객들의 조난 구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75가구에 이르는 청학동 주민 대다수는 현재 농사가 아닌 서당교육과 음식점, 숙박업 등 교육·문화·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에 KT측은 청학동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식당과 숙소, 서당 등에 130여개의 비콘을 설치했다.
관광객들이 ‘청학동 앱’ 을 실행하면 청학동 곳곳의 정보가 자동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들어온다. 일일이 스마트폰에서 검색할 필요가 없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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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창조마을 청학동에서는 청학동앱만 설치하면 이 지역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비콘이 설치된 지역을 지나면 스마트폰에 해당 장소의 정보가 즉각 뜬다. |
실제로 차를 타고 청학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니 식당, 숙소 등을 지날 때마다 해당업소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인촌 건너편 자락에 위치한 관광명소 삼성궁에 들어서니 비콘과 앱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삼성궁의 명소와 관광 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앱에서는 관련 정보가 흘러나왔다.
폭포 밑 으슥한 곳를 지날 때 혹시 뱀이라도 나오면 어떡할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앱에서 ‘뱀 출몰 위험지역’이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별도의 안내책자나 가이드 없이도 안전하고 유익한 관람이 가능해진 것.
청학동 앱은 현재 한국어와 중국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영어·일어 서비스도 곧 추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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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식 청학동 이장이 도인촌 내 한 집을 방문, 청학동앱이 실행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학동 130여 곳에 비콘이 설치돼 있다. |
김종진 KT 영남권 IT서포터즈팀장은 “주민들이 비콘 설치 전에는 ‘의심반 기대반’ 했는데, 이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벌써 생겼다며 좋아하신다”며 “이제는 먼저 설치를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며 비콘과 앱을 통한 청학동의 관광활성화를 예고했다.
서당은 관광과 함께 청학동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실제로 청학동 도인촌에는 옛 전통을 고수하는 훈장선생님들이 많다.
최근 인성교육이 강화되며 서당교육에 대한 도시민들의 수요가 크지만, 지역적인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청학동에 설치된 ‘기가서당’은 IT로 이러한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했다. 모바일 전자칠판 ‘비터치’를 통해 훈장선생님이 도시나 외국에도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자 등을 원격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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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청학동 전통서당 훈장이 기가서당을 찾아 팔을 걷어부치며 전자칠판 ‘비터치’ 글쓰기를 연습하고 있다. |
기가서당에서 만난 정병호 청학동전통서당 훈장은 “전자칠판에 쓰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더 많은 아이들에게 우리것을 가르칠 수 있어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비터치에 이용한 글씨쓰기 연습을 계속했다.
KT는 기가서당의 강의를 기가아일랜드인 임자도, 대성동과 각 지역의 다문화센터 아이들에게 송출하는 등 온라인서당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권대영 영남권 IT서포터즈팀 차장은 “서당이라는 전통 문화와 모바일이라는 현대 문명과의 융합을 통해 우리 문화와 교육의 우수성을 도시와 외국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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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도 좋은 것이고, 우리 IT 기술도 좋은 것이여.” 정병호 훈장이 스마트폰으로 기가급의 빠른 검색을 시험해보고 있다. |
기가 창조마을이 되며 IT를 대하는 마을주민들은 태도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IT를 어려워하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는 IT를 배우고 또 적극 활용하려 한다. 앞서 언급된 서당의 정병호 훈장, 그리고 김옥식 이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김 이장은 민박과 식당일을 하는 틈틈히 등산객들 구조에도 열심이다. 보통 한 달에 한 건 정도 조난된 등산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김 이장은 “그동안에는 조난신호가 오면 일일이 찾아가 구조하곤 했다. 악천후 때는 통신이 잘 안돼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며 “이번에 KT에서 열감지센서가 부착된 드론을 기증해 8월부터 조종법을 배울 예정이다. 드론을 띄우면 악천후에도 쉽게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적한 산골마을에 ICT가 더해지며 활기넘치는 창조마을로 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창조마을을 올해 총 9개 조성할 예정이다. 창조마을, 스마트팜의 확산으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가 한층 더 촉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