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고도 여름에 26도, 겨울에 20도를 유지하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영하의 추위가 이어지면서 난방비 부담이 커져가는 요즘, 놀랍고도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서울 노원구 제로에너지 주택 ‘EZ하우스’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건설된 전국 최초 공동주택단지다. 에너지 사용은 줄이면서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이 곳을 정책브리핑이 직접 가봤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에너지제로주택 일명 ‘EZ(Energy Zero) 하우스’는 문재인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겠다는 정책으로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여기저기 에너지 자립 마을, 에너지 자립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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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노원구 ‘노원 에너지제로(EZ) 주택 오픈하우스’를 방문해 홍보관 관람에 앞서 백운규 산업부장관(왼쪽),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입주민 대표 등과 동그라미를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노원 ‘EZ 하우스’는 국토교통부가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해 지자체인 서울시와 노원구, 명지대 산학협력단(명지대·KCC·서울주택도시공사)과 함께 건설한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증단지다. 단열 강화 등 패시브 설계기술과 태양광이나 지열 시스템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한다. 또한 39~59㎡ 크기의 행복주택으로 90%는 신혼부부, 10%는 고령자 세대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세권에 위치하면서도 월 임대료는 13만 원에서 20만 원 수준이다.
특히 주택 내·외부에 외단열, 고기밀구조, 3중 로이유리, 외부 블라인드 등으로 단열성능을 향상시키는 패시브 설계 기술을 적용해 난방·냉방 에너지 사용량을 약 61% 절감했다.
동시에 건축물일체형 태양광 전지판, 지열 히트펌프,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통해 약 33% 에너지를 생산한다. 결과적으로 약 7%의 잉여 에너지가 발생해 입주민은 화석연료 사용 없이 난방·냉탕·급탕·조명·환기 등 기본적이 주거 활동이 가능하다.
EZ하우스를 설계하고 연구개발을 이끈 이명주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장(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은 “2009년 동일 규모의 기존 주택 대비 난방, 냉방, 온수, 조명, 환기에 연간 약 97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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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장(오른쪽)이 ‘노원EZ하우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현 서울시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팀장. |
이 연구단장은 “에너지 복지뿐만 아니라 주거 복지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택만 있다는 개념을 떠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 유모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단지 중심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무장애 공간’으로 설계했다”며 단지 내 구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외에도 게스트하우스, 마을회관, 경로당, 다목적실도 만들었다. 이런 사회편의 공간들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해 주민들이 각자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단지를 살피고 가꾸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에너지가 절감되는 효과는 입주 후 모니터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단장은 4년간 모니터링하는 공간으로 1세대에 직접 살면서 난방, 냉방, 조면, 환기, 온수, 플러그 등을 통해 에너지가 얼마나 사용되고 신재생에너지가 얼마나 만들어지는 지 측정하고 있다. 이 단장은 “매달 단지 내 에너지 사용량과 태양광에너지(태양광 발전)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 전광판에 보여지고 있다”며 “실내온도가 겨울에는 20도, 여름에는 26도로 유지할 수 있게 작업하고 계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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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EZ하우스는 실시간으로 에너지사용량과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데이터를 관리자나 입주자가 전광판으로 볼 수 있다. |
에너지제로주택과 같은 패시브하우스는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인 에너지량이 소비되는지가 중요하다. 노원 EZ하우스는 이를 위해 유리창의 실제 발열 기능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센서를 달았다. 꾸준한 데이터 축적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제로주택을 보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니터링을 통해 에너지제로주택의 부가적인 효과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단장은 “좋은 집을 지어줬더니 건강도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제로에너지주택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쾌적성까지 확보해 궁극적으로 의료비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패시브하우스의 쾌적성 확보에 따른 부가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이 단장은 이러한 부가가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건강, 행복지수, 스트레스 등 제로에너지주택으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편익에 대해 분석 중이다.
사실 노원 EZ하우스는 임대주택이다보니 선입견이 있어 착공 초기에는 마을 주변의 반대가 컸다. 또 태양광 전지판의 투박함 때문에 건축분야에서도 기피대상이었다. 하지만 노원 EZ하우스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원구청, 명지대 산학협력단이 함께 노력한 결과 기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고 이미지를 개선시켜 이제는 마을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정현 서울시 노원구 제로에너지주택팀장은 “공사하면서 소음문제도 있었는데 노원구청 직원들이 주말에도 나와 일을 하면서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했다”며 “인근 주민들이 이러한 과정을 직접 보면서 문제 개선이 되었고 그들의 요구사항도 최대한 반영해 관계계선이 되면서 분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원 EZ하우스는 단지 내 담장과 대문이 없어 폐쇄적이지 않고 인근 주민도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으며,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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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EZ하우스’는 아파트 하단부에 노란색, 빨간색, 녹색, 주황색 등 색상인지를 통해 정체성을 가미하면서 태양광 전지판의 딱딱한 면까지 상쇄시켰다. |
또한 건축분야에서는 태양광 전지판이 못생겨서 기피하지만 아파트 하단부에 노란색, 빨간색, 녹색, 주황색의 색상인지와 정체성을 가미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의 딱딱한 면을 상쇄시켰다. 이 단장은 “색상을 통한 인지현상은 치매노인, 어린이가 101동, 102동의 숫자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색깔로 인지할 수 있게 했다”며 “건축은 기술과 디자인이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기후변화 문제 대응과 에너지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자립주택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정희영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사무관은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뛰어 넘어 패시브 설계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며 “단열과 기밀 등 패시브 설계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먼저 줄이고 나머지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비용을 제로로 한다는 기본 틀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제로에너지 실증단지를 통해 2025년 제로에너지 주택공급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기술 수준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