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양 모(鄭 良 謨) <국립중앙박물관장>
조선총독부 건물의 보전이냐 철거냐 하는 문제는 국민의 감성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로가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여 차분하게 대처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시적 감정이나 극단적인 투쟁이나 정치적인 권모술수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문제가 아니다.
총독부 건물은 불행하고 치욕적이었지만 지나간 역사의 현장으로 또 감계의 교훈으로 남기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 바로 우리의 조상인 조선왕조의 상징이며 조선왕조 건축문화의 핵심이고 민족의 자존과 긍지였던 경복궁을 거의 전부 허물어 버리고 그 가슴을 짖눌러 세운 조선총독부 건물이기 때문에 그 건물을 철거하자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총독부 건물이 철거됨으로써 우리의 역사를 되돌려 바로 잡고 민족의 자존과 자부심을 되찾고 짖눌린 가승을 한껏 펴서 북악(北岳)과 북한(北漢)의 웅혼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일제가 우리문화와 우리민족을 말살하려 하고 갖은 학정과 만행을 자행한 총본산이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자고 하는 데에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제는 영리하고 간악하였다. 경복궁을 무자비하게 허물어 버리고 총독부 건물을 일부러 경복궁의 중심축과 동쪽으로 3.5˚삐뚤어지게 지었으며 남쪽 담장을 허물어 버리고 총독부의 동서(東西)선상에 맞게 철책을 만들고 그 철책을 10~15m북쪽으로 치우치게 하였다. 여기에 따라 지금 중앙박물관 앞 남쪽 길이 배뚤어지고 경복궁 담장 안에 있으며 세종노(世宗路)도 배뚤어졌다.
조선총독부는 1867년에 채건한 경복궁을 허물고 지었으며 서울의 축을 어지럽혀 우리의 정신을 혼란에 빠뜨려 우리민족을 말살하려는 저의가 담겨있기 때문에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생기게 된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희궁을 허물고 일본인 학교인 경성중학을 세웠으며, 창경궁을 허물고 동물원을 만들었으며, 창덕궁 낙선재의 일부를 허물고 패식으로 변조하였고, 덕수궁도 많은 부분을 허물어냈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소에 부칠 수도 있으나 일제는 임진왜란 때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명산(名山)의 맥을 끊고 문화유적을 파괴하고 명당(明堂)에 쇳물을 붇고 쇠말뚝을 박았다. 통일의 염원을 담아 당병(唐兵)을 마지막으로 몰아내고 지은 경주(慶州) 사천왕사(四天王寺)의 허리를 자르고. 경주 월성과 안압지 중간을 자르고 철도를 놓았으며 지금 도처에서 쇠말뚝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문화와 자연 훼손의 가장 큰 쇠말뚝이 조선총독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독립문은 당연히 원위치에 있어야 했고, 서대문 형무소의 원형을 좀더 보존해야 했고, 동양척식회사나 남산의 통감부를 그대로 두어 교훈으로 삼아야했고 조선호텔이라 경기도청 등을 남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총독부 건물이 돌집이고 매우 잘 지은 집이고 건축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총독부 건물은 아름답지도 않으며 훌륭한 기념비적 건물도 아니며 돌집도 아니다. 철근콘크리트 라덴조로 겉에 화강석을 습식으로 붙인 것이며 뒷면과 첨탑은 인조석이며 슬래브가 약하고 방수가 미흡하여 개수시에 전체를 보완 수리하였으며, 권위적이고 위압하는 건물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총독부건물을 보존하여 자성하고 경계하고 감계의 교훈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철거하여 자조적이고 자기 비하적이며 사대주의적인 자기상실의 정신을 바로잡고 대일관계에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총독부 건물은 철거하기 전에 면밀한 실측과 영상기록을 남길 것이며 모형을 제작하고 내외 요소요소의 부조를 잘떼어 독립기념관에 보관 전시하여 교육·감계의 장으로 삼을 것이다.
조선왕조는 바로 우리의 과거이다. 또 조선 이전에 고려와 신라와 삼국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오랜 기간 왕조를 중심으로 겨레가 살아왔다. 그 왕조의 역사와 왕궁의 내력과 건축의 특성과 거기 소장되어 내려온 많은 문화재를 연구 보존관리하고 내방객에게는 물론 누구에게도 널리 알릴 기구도 없고 시설도 없다. 차제에 조선왕궁역사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는 것은 너무 늦었지만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유물은 12만점이며 모두 지하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으며 전시유물은 5천5백점 정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재를 다루는 직원은 거의 10년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고 앞으로도 문화재를 자기 몸보다 아껴 자신의 생을 여기서 마감할 각오가 되어 있다. 여러 번의 이사, 수많은 전시교체, 국내외의 특별전시 등은 그들에게 조사 연구 이외에 유물의 안전관리에도 각별한 주의와 기술을 익히게 했다. 총독부건물에는 지하실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창고는 총독부건물에서 동쪽으로 50m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지하 11~16m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왕궁박물관으로 이전했을 때도 지하수장고의 유물은 그대로 보존되며 전시품만 옮기게 된다.
지하에는 유물창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주차장과 일체의 기계 전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왕궁박물관 건립예산은 절감되며 앞으로 왕궁박물관을 운영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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