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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미래로 가는 길』 빌 게이츠가 설명하는 정보화 사회

1995.12.25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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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승 용(嚴 承 鎔)  <공보처 해외공보관 사무관>

미국의 국가정보기반건설계획(NII)의 앞날이 밝아 보인다. 정책 자체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다. 정책판단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여러가지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토론자료로서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과 같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 네이산 마이볼드 (Nathan Myrnold) 등 측근들의 아이디어가 총망라되어 집단적인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빌 게이츠는 이 책의 수익금을 ‘국립교육개선재단’을 통한 교육기술진흥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여 이 책을 출간하는 의미를 공익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영문판 양장본에 부록으로 첨부된 CD-ROM 타이틀에서 미래사회의 가정·기업·교육현장을 비디오 드라마로 묘사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가 직접 나와서 질문에 대답을 하고있어 책의 주제에 부합하는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등을 쉽게 서술

80년대의 PC혁명이 90년대의 통신혁명과 합세하면서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졌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21세기를 대비하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정보통신 기반건설 사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몰입하고 있다. 또한 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 시장환경 변화나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서 빌 게이츠가 말한 대로 정보고속도로가 어떤 형태로 구축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전문가나 컴퓨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독점할 것이 아니라 즘 더 넓은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미래로 가는 길』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빌게이츠는 총 12장의 본문을 통해 PC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평이한 말로 기술했고, 정보화 사회의 미래상을 기업·교육·가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술해 주고 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빌 게이츠가 정보고속도로 탄생과정이 PC산업의 역사를 반영할 것이라고 믿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PC, 정보고속도로의 중심 도구

이 책에서 나타난 빌 게이츠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의 출발은 PC가 향후 정보고속도로 시대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데이터가 고속으로 유통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구축되는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고속도로상에서는 데이터를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적인 환경, 즉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플랫폼 위에서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는 실용프로그램, 즉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와 같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기술이 각기 다른 시장을 형성하는데, 만약 어느 기업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몇 가지의 핵심부문에 집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정보고속도로 시대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승자와 패자는 있게 마련이다. 결국 국가든 기업이든 현명한 투자와 지혜의 결집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 시리즈를 개발하였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빌 게이츠에게는 비전을 만들어가는 몇 명의 스마트한 측근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한명이 방한 중 나와 만난 적이 있다. 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보화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선뜻 윈도우와 같은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 큰 공헌이라고 대답하였다. 그 플랫폼 위에서 수많은 회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미국입장에서 본 정보망 구축

물론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빌게이츠도 쓰라린 경험이 많이 있다. 개인자산관리와 홈뱅킹 분야에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퀵큰(Quicke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프로그램인 '머니(Money)’를 가지고 도저히 공략을 할 수 없었다. 정보화시대의 홈뱅킹 분야가 가지는 잠재력을 간파한 빌 게이츠가 ‘퀵큰’을 개발한 ‘인튜잇(Intuit)사’를 합병하려 했지만, 결국 연방정부의 철퇴를 맞고 물러서야만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웹브라우저로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넷스케이프(Netscape)’에 대항하여 ‘익스플로러(Exploler)’를 개발하였으나 역시 승산이 없을 전망이다. 빌게이츠는 컴퓨터산업 발전사로 미루어보아 한 시대의 선두주자가 다음시대에 와서는 반드시 밀려난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왕컴퓨터사나 IBM과 같은 회사가 실패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진단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만은 그러한 실패의 전례에서 예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미래로 가는 길』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 특히 공공정책을 입안하는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것은 극히 미국적인 입장, 특히 이미 민간부문의 기반이 든든하게 성장하여있고 더 나아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정보패권주의를 펼치려고 하는 미국적 발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오히려 ‘오에마 겐이치’의 『인터넷과 비즈니스혁명(Internet & Business Revolution)』을 보충적으로 읽어 봄으로써 미국과 다른 환경을 가진 국가에서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데 따르는 문제들을 새롭게 고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THE ROAD AHEAD』
빌 게이츠 저(著)
Viking 간(刊)·95년 판(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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