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주부 박은실 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 박은실 씨 가족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홈스테이 참여 가정이다. |
지난 8월 9일 오후 5시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시청 본관 앞이 북적거렸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말을 조금씩은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안녕하세요’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은 피지, 몽골, 세네갈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온 17명의 외국인들과 한국인 홈스테이 가정의 첫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외국인들은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하거나 교육현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들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한 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박은실(36) 씨가 눈에 띄었다. 설레는 표정이 역력한 박은실 씨는 “나중에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게 꿈”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홈스테이를 할 기회가 있으면 자주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어릴 때부터 외국인들과 자주 접하는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전통문화 알리는 소중한 기회”
인천교류재단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기간 동안 부족한 숙박시설을 해소하고 한국 가정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외국인 대상자(게스트)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및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다. 박은실 씨네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홈스테이 참여 가정이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 온 분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인천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다”며 “이번에도 준‘ 비 과정’이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5시 15분경 외국인들이 인천시청 본관에 도착했다. 박 씨의 가정에 묵게 된 외국인은 아이티에서 온 제들리(26·여)와 마켄슨(24)이었다(사진). 이 두 사람은 아이티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박 씨를 본 제들리와 마켄슨이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박 씨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민성(5) 군과 박 씨의 남편 권오찬(40) 씨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외국인들은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각각의 가정으로 흩어졌다. 박 씨 가족과 제들리, 마켄슨은 박 씨의 집 근처에 위치한 마트로 향했다. 박 씨가 제들리와 마켄슨에게 “고기를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묻자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 씨는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과 소주를 대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트로 이동하는 길에 마켄슨이 차창 너머로 한 경기장을 가리키며 “저곳이 무슨 경기장이에요?”라고 물었다. 박 씨는 “체조경기장이고, 앞으로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경기장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들리와 마켄슨은 “경기장이 정말 크다”고 말하며 놀라워했다.
오후 6시 10분경 이들은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 도착했다. 제들리와 마켄슨은 마트를 구석구석 구경했다. 또한 이들은 주사위 크기로 잘라 만들어놓은 시식용 두부를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민성 군도 어느새 제들리, 마켄슨과 장난을 치며 어울렸다. 제들리는 “아이가 매우 귀엽다”며 민성 군을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마켄슨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 천안, 평창 등 다양한 도시들을 방문했다. 마켄슨은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한국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오후 7시경 이들 일행은 인천 논현동에 위치한 박 씨의 집에 도착했다. 박 씨 부부는 게스트들이 묵을 방과 화장실 등을 구경시켜 줬다. 권오찬 씨가 두 사람에게 방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제들리와 마켄슨은 “아주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 했다.
이어 박 씨가 부엌 쪽에서 상자를 갖고 나왔다. 박 씨는 “저와 남편이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이라며 “외국인 게스트 분들이 한국전통의상을 입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제들리는 알록달록한 한복을 보며 “아름답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는 박은실 씨 가족과 아이티에서 온 외국인 게스트들. |
“이제 막 시집 온 새색시 같다”
제들리와 마켄슨이 방에 들어가서 한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분홍색 치마와 노란색 저고리를 입은 제들리를 보며 박 씨는 “마치 이제 막 시집온 새색시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제들리는 “한복이 정말 마음에 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켄슨의 한복 저고리 옷고름을 매주던 권오찬 씨도 “한국 사람처럼 잘 어울린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한복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마켄슨은 “한국 가정에서 머무르니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는 경험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박 씨는 “두 사람이 삼겹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비록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렸다는 점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홈스테이에 참여하게 될 한국 가정은 1만여 세대(2만5천여 명 수용 규모) 정도이다. 인천국제교류재단 이선아 과장은 “홈스테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