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 서울신문 기자 |
세계 주요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균형외교와 남북관계 개선의지 등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인사 실패와 소통 부족, 대일관계 악화 등에 대해서는 뼈 있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외신들은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발전시킨 균형외교 전략을 크게 칭찬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출범 움직임 속에서도 지난해 말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성사시켜 미·중 모두를 끌어안는 노력을 ‘실리외교의 묘수’로 치켜 세웠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 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투자 보호를 받게 됐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일부 기업들이 중국 내 규제로 여러 난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아주 큰 실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박 대통령이 아시아 4위 경제대국에서 강한 추진력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면서 “아직 임기가 3년이 남아 있지만 나라를 (세월호) 참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도록 이끌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과도 FTA를 체결했다”면서 “이제 한국은 미국과 EU, 중국이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 망 구축에서 모두 일본을 앞서게 됐다”고 경계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사히신문도 “한·중·일 FTA가 진행되지 않고 한·일 FTA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먼저 FTA를 맺으면서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밝히며 자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북한을 상대로 의미 있는 협력 단초를 이끌어낸 점에 대해서도 우호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설을 맞이해 3년만에 이산가족상봉을 성사시켰고, 9월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북한 고위대표단이 한국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서자 ‘동북아 지역의 긴장 완화 노력의 모범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남북 지도자가 평상시의 적대적 표현을 자제하고 새로운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면서 “(남한의) 대화 제의는 북한과 어떤 대화 제의도 거부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자이퉁(FAZ)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남북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긴장관계 속에서도 한국과 북한이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도 우리 정부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는 데 기여했고, 서울에 북한인권사무소를 유치하는 성과도 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세계 7위 수출대국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전 세계 ‘한류’ 문화 확산을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도 외신에 좋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숙한 대처와 인사 난맥, 양극화 심화 등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한국인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파기를 상징한다”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6000달러에 달해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서 이번 침몰은 그간 한국을 발전시켜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이 첫 내각을 구성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던 상황을 소개하며 “인사 난맥이 박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의 가계 부채가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와 평균 가구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성 부채뿐 아니라 만성부채 해결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유죄 판결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가) 재벌 제도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재벌은 한국이 아시아 경제대국이 되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땅콩 분노’로 알려진 이 사건은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가) 왜 재벌 개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줬다”고 보도했다.